땅투기 치유는 토지공개념으로
  • 김호균(경제 평론가) ()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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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는오랫동안 고양이에게 맡겨진 생선가게였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마지못해 재산을 공개했고, 많은 공직자들이 축소공개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재산이 훔친 생선이라는 사실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한달 남짓한 재산 공개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려되는 점은 ‘파문??에서 살아남은 공직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면죄부가 발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들이 이번의 ??소나기??를 피함으로써 자신의 부정 축재에 대한 문책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그 정도라면 계속해도 된다는 무죄 의식을 갖게 된다면 권력형 부정 축재는 근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재산 공개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걱정하고 ‘정치적 안정??을 염려하는 정부와 민자당내 분위기에 의해 더욱 증폭된다. 몇몇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의 퇴진이 속죄양을 바치는 사육제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이 확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와 민자당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이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하면 땀흘린 자가 보상받는 신한국을 창조하기 위한 의지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로잡을 때 비로소 공직자윤리법을 충실하게 개정하고 엄격하게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권력은 세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자들은 세습할 수 있는 물질적인 부를 끊임없이 추구한다는 사실을 간파하였다. 앞으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지 않으려면 여론의 뒷받침을 받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도덕적인 호소만으로는 그들에게 정직한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엄격한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법은 언제나 부정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 제정은 사회에 도덕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법은 그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도덕이다. 그러므로 설사 법정시효가 지나서 부정 축재자들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도덕적인 판결을 분명하게 내린다면 공직자윤리법은 충실하게 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덕덕 판결을 내리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여론이다. 여론은 새로운 법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이미 제정된 법의 집행을 감시하는 구실을 한다. 이번에 이 정도의 성과나마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 재판??운운하는 것은 부정 부패 척결을 두려워하는 시각이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땅짚고 헤엄친 고위 공직자들

  이번 사태에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또 한가지 사실은 고위 공직자들이 한결같이 문자 그대로 땅짚고 헤엄을 쳤다는 점이다.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자 했을 때 ‘혁명??운운하며 가장 앞장서서 반대했던 국회의장이 투기의 일인자였음이 드러났다. 땅 투기는 이미 생산한 부를 땅 소유장에게 재분배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으므로 가장 전형적인 기생적 축재 방식이다. 모든 경제 주체가 땅 투기에 나서면 그 경제는 하루도 유지될 수 없다. 반면 땅 투기가 없어져도 그 경제는 유지될 수 있다. 아니 도리어 가장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정부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조세정책 수단을 주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세입을 늘리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투기억제가 궁극적으로 겨낭하고 있는 경제의 생산적 활성화에도 그다지 이바지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땅 투기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은 토지공개념을 일관되게 실현하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토지는 다른 생산수단과는 달리 확대 재생산할 수 없는 특수성을 가지기 때문에 토지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투기를 초래하고 그럼으로써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토지공개념을 실현함으로써 토지 투기를 방지해야 한다. 이것은 땅투기꾼이 두려워하는 ‘혁명??일 수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 일반의 이익을 위해서 특수한 사유재산은 제한할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이다. 따라서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를 위한 ??혁명??의 최고봉이다.

  개혁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지금 고삐를 늦추면 그나마 이루어놓은 성과마저도 한차례 소나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소나기가 주는 욕구 해소가 분노와 체념으로 뒤바뀌는 것은 금방이다.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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