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막을 한글 워드 ‘사임당’
  • 남문희 기자 ()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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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이 개발...마우스 방식 국내 처음 채택, 도표.그림 뛰어나


 

 “국산 워드프로세서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박순백 교수, 경희대.전산학) “이 제품 때문에 미국산 워드프로세서의 국내 진입이 1년쯤 늦추어질 것 같다”(컴퓨터 칼럼니스트 탁연상씨)

 ‘한컴퓨터주식회사’(대표 강태진)가 지난 2월 중순 발표한 새로운 개념의 한글 워드프로세서 ‘사임당2.0’이 컴퓨터 전문가들의 절찬을 받고 있다. 이들은 최근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세계 컴퓨터 환경의 변화 앞에 무력감마저 감돌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이 제품이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한컴퓨터주식회사는 지난 88년 국내에서 처름 한글의 글자꼴 원리에 입각한 ‘한글2000’을 발표해 본격적인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대를 열었다. 현재 한글 워드프로세서로는 ‘아래아 한글’의 ‘한글과 컴퓨터사’(대표 이찬진)와 함께 국내에서 쌍벽을 이루는 한글 소프트웨어 개발사이다. 이번에 발표한 사임당 2.0은 한글 2000 이래 쪽박사.사임당 1.0등 이 회사가 줄곧 추구해온 일련의 그래픽 워드프로세서 제품의 완결판으로, 기존 제품들이 가지고 있던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기존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대부분이 키보드를 통한 명령어 입력과 문서편집 위주의 초보적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제품은 국내 처음으로 마우스를 이용해 명령어를 입력하고 글 뿐만 아니라 도표나 그림까지 자유자재로 활용이 가능한 그래픽 워드프로세서라는 데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임당 2.0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즈’가 가진 기능을 기존의 국내 컴퓨터 환경에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구현하고 있어, 당분간 국산 워드프로세서 시장이 외국산 제품에 괴멸당하는 것을 막아내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윈도즈 기능 도입으로 시장 판도 바뀔 듯

 현재 개인용 컴퓨터 산업의 세계적인 추세는 지난 80년대 초 IBM PC 등장과 함께 운명을 같이해온 MS-DOS 시대가 몰락하고 지난 91년 3.0버전의 시판과 함께 혜성과 같이 나타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즈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거의 모든 응용 소프트웨어는 윈도즈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세계 컴퓨터 산업은 윈도즈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의해 천하통일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윈도즈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컴퓨터 운영체계는 아니다. 이것은 기존의 운영체계인 MS-DOS를 보완하는 보조용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보조용 소프트웨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MS-DOS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MS-DOS는 그동안 사용이 어렵고 메모리 관리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초보자들은 영문 단어로 된 명령어를 일일이 키보드로 쳐서 입력해야 컴퓨터가 작동하는 MS-DOS의 명령어 입력 체계 때문에 컴퓨터는 배우기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에 비해 위도즈3.0은 기존의 키보드 입력방식 대신 컴퓨터 화면의 상단이나 귀퉁이에 각종 명령어를 상징하는 그림 조각(아이콘)을 두고, 이를 마우스라고 불리는 조그만 입력 도구를 써서 지적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사용자들이 일일이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 것이다. 또한 메모리 관리능력도 획기적으로 확대시킴으로써 개인용 컴퓨터의 고기능화가 가능해졌고, 하나의 화면에서 워드프로세서.데이터베이스.스프레드쉬트(계산용 소프트웨어) 등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 태스킹’ 기능을 갖추었다.

 우리나라처럼 아직 소프트웨어 산업이 걸음마 단계인 나라들의 입장에서 보면 위도즈 혁명은 또 다른 의미에서 강력한 위협 요인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윈도즈3.0 뿐 아니라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영체계로 등장한 윈드즈NT에 이르면 각국의 언어장벽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특히 윈도즈NT부터는 소프트웨어 자체에 세계 각국어 사용이 가능한 ‘유니코드’가 탑재됨으로써 미국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세계 어느곳에서나 동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시장의 경우 그나마 워드프로세서 분야를 국산 제품이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한글이라는 장벽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외국산 소프트웨어들이 별도의 한글화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한글 장벽 무너져 위기감 확산

 이처럼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에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자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그동안 여러 가지로 모색돼 오기는 했다. 그중 하나의 움직임은 초보적인 수준이나마 우리도 지금부터 윈도즈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훈민정음, 삼보컴퓨터의 보석글 프로, 창인시스템의 지필묵 등이 그런 예이다.

 이에 대해 아직은 위도즈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기술적인 면에서나 국내의 컴퓨터 환경 면에서 시기상조인 만큼 우선 기존의 MS-DOS 환경에 기반을 두고 윈도즈의 장점을 흡수한 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이들은,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들 용량이 윈도즈 제품을 본격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고, 외국의 윈도즈 제품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으면서 서서히 윈도즈 제품을 개발하는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컴퓨터주식회사가 이번에 발표한 사임당2.0이 바로 이런 입장에서 나온 대표적인 제품이다. 사임당2.0은 우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기존의 키보드 입력 방식과 병행해 전 기능을 마우스로 입력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등 윈도즈의 기능을 상당히 흡수했다. 또한 본격적인 그래픽 워드프로세서라는 평가에 걸맞게 글뿐만 아니라 도표나 그림 이미지도 자유롭게 편집한다.

 그림의 경우 원이나 사각형 다각형 모눈맞춤 등 기본 요소와 함께 16가지 색상, 32가지 무늬 등이 컴퓨터상에 이미 주어져 있다. 문서를 작성하면서 필요한 약도나 건물 생김새, 여러 가지 도안과 그림, 심지어는 사람까지 동시에 그려 넣을 수 있다. 또 통계수치만 주어지면 컴퓨터가 스스로 막대그래프 띠그래프 등 14가지 컬러그래프로 자동변환시킬 수 있다.  통계 항목을 순위별, 또는 가나다별로 자동배열하는 것도 가능하다.

 출판이나 잡지 편집에서 필수적인 다단편집기능, 그리고 한꺼번에 4개의 문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등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이밖에 글자를 확대해도 글자골이 깨지지 않는 아웃라인폰트기능, 5만 단어의 사전을 이용한 한자 변환, 완성형과 조합형의 장점만을 택한 완조형 글자꼴 제공 등 첨단 기능을 갖추었다. 이렇듯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을 국내 사용자들이 현재 쓰고 있는 286AT급이나 386급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사임당2.0의 최대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 나온 윈도즈용 제품들을 두루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박순백 교수는 “윈도즈용으로 개발한 프로그램들에 비해 손색이 없는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앞으로 도스로부터 윈도즈로 넘어가는 데 교량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스 사용법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윈도즈의 편리함까지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기존의 한글 워드프로세서에서 볼 수 없는 편리함과 강력한 그래픽 기능 등으로 인해 사임당2.0은 글.그림.그래픽이 동시에 요구되는 다양한 문서를 제작할 때나, 잡지.출판.회보 편집분야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외국산 소프트웨어의 범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임당2.0이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의 자존심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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