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청산 이렇게 본다. 마무리해야 할 사람은 盧대통령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8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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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鎬溶의원은 사퇴해야

본지 정기구독자 여론조사… 최 · 전 두 전직 대통령 국회증언 ‘TV생중계’ 주장 89%

노태우대통령이 귀국하기 하루전인 3일 정호용의원은 ‘조건부 사퇴용의’를 밝힘으로써 기존의 사퇴불가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가 사퇴의 조건으로 내세운 △평민당 金大中 총재와의 동반사퇴 또는 자신의 사퇴만으로 全斗煥씨의 증언을 포함한 모든 5공청산문제의 종결 △자신의 사퇴를 광주문제 책임이 아닌 구국차원의 결단으로 할 것 등은 일견 야권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격의 조건이지만, 5공청산 핵심사항의 처리방안에 관한 한 야3당간의 고의 ‘청산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소지가 많다.

특히 鄭의원의 ‘조건부 사퇴’ 제의 시점이 盧대통령의 귀국을 하루 앞두고 터져나온 전격제의라는 점과, 盧대통령이 유럽순방 도중 鄭의원 사퇴문제에 대해 시종 유연하고 자신만만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그의 이번 ‘조건부 제의’가 여권 수뇌부와의 밀도 높은 사전 타협이나 설득의 결과가 아니냐는 추측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민정당의 수뇌부가 鄭의원의 새 카드 제시에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고 통치권적 결단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작성중인 것도 이런 타협이나 설득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한 고단수의 정치적 포석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줄곧 피하던 鄭의원이 기자들을 만나 이런 새 카드를 내놓은 것은 얼마전부터 일부 언론이 자신의 공직사퇴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또 그것이 마치 鄭의원 본인의 뜻인것처럼 보도한 데 대한 격공세의 의미와 대통령 귀국에 따른 새로운 분위기 조성 등 다목적의 의미를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鄭의원은 盧대통령이 부르기 이전에 자신이 먼저 면담을 면담요청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 盧대통령의 귀국에 맞춰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5공청산은 과연 鄭鎬溶 의원의 공직사퇴만으로도 끝날 수 있는 것인가. 어느 특정인의 공직사퇴만으로 5공의 여러 문제들이 과연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鄭의원 개인의 주장이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5공청산의 개별적 방안들이 곧 국민들의 뜻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5공청산. 누가 할 수 있나

하루도 끊일 날 없이 5공청산에 대한 논의로 날이 저물고 날이 새는 1년을 보내고, 90년대의 개막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표류만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5공청산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5공청산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시사저널》에서는 전국의 정기구독자 4만여명 중 만20세 이상의 남녀 6백18명을 표본대상으로 선정,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5공청산의 방안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았다. 물론 《시사저널》의 독자가 전체 국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나 이들에게서 나온 조사결과를 응답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연령별, 지역별, 성별)에 따라 교차분석을 하여 검증을 거친 후 통계적으로 유의성 있는 사항들만 요약 정리한 것이므로 객관적인 하나의 모델로서의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처럼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정국을 풀고 정치권의 합의 사항인 ‘연내 5공 청산’연내 5공 청산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책임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 질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盧泰愚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해결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공청산을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인물 혹은 기관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52.4%가 盧泰愚대통령을 지목했다.

그 다음으로 응답자의 26.7%가 全斗煥씨를 꼽았고, 야3당이 5공청산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 사람은 불과 4.4%에 불과했다. 오히려 국민 스스로 5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사람이 52%나 되었다.

이런 결과는 야3당의 5공청산 요구를 최종적으로 수용할 수 있고, 단안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현 대통령밖에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3金씨가 금년내 청산 완결을 다짐하고 나서고 민정당도 노대통령의 유럽순방 기간중 ‘작품’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과적으로 일만 더 꼬이고 헝클어졌을 뿐이다. 공식적인 차원에서의 여야중진회의나 비공식차원의 막후협상이 아무런 소득을 얻어내지 못하고 이제는 여야 모두 대통령이 돌아온 다음의 영수회담이나 대통령의 단안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도 국민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럽게 비쳤을 것이다.

이 결과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민정당이 그동안 당 차원에서 5공청산 잡업을 주도하고 끝맺음까지 한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으나 그런 당의 주장을 일반 국민들은 별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곽적으로 여당이 가지는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감을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로도 보인다.

이런 전후사정의 결과 盧대통령은 상대적으로 훨씬 큰 부담을 가지게 됐다. 더이상 정치권에만 맡겨둘 일도 아니려니와 연말까지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도 盧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집권당의 총재로서 싫든 좋든 결단을 회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제5공화국 창출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 중의 1명인 노대통령으로서는 내년까지도 ‘과거문제’로 통치력의 누수현상을 보이길 원치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가 5공청산인가

5공청산을 어느 선까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과연 어디까지 하면 좋겠느냐는 요망의 차원이 아닌, 5공청산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의 차원에서 이루어졌는데 지역별로 그 의견이 크게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지역에 관계없이 종합적인 반응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24.9%가 崔圭夏 · 全斗煥 두 전직대통령의 국회증언(생방송)까지를 5공청산으로 봤고, 24.3%는 5공비리와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시간에 관계없이)까지를, 21.7%는 5공 핵심인사에 대한 사법처리까지를 주장했다. 또한 崔 · 全 두 전직대통령의 ‘국회증언을 포함한 5공 핵심인사 공직사퇴까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15.7%나 됐다.

5공청산을 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1%를 차지하고 있다.

이 결과를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최 · 전 두 전직대통령의 생중계 국회증언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사항으로 여기고 있고, 5공비리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과잉진압의 책임을 지고 5공 핵심인사들이 사법처리되거나 공직에서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연내 5공청산 종결이라는 정치권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관계없이 5공비리와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두 전직대통령 국회 공개증언 당연”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을 지역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서울 인천 경기도 사람들은 5공청산이 ‘崔圭夏 · 全斗煥 두 전직대통령의 국회증언(생방송)까지’(26.2%)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며, 부산 대구 경상도 사람들은 ‘국회증언’(26.1%)과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26.1%)가 가장 많았다. 이에 반해 광주 전라도 사람들은 ‘시간에 관계없이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27.0%)를 5공청산의 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대전 충청도 사람들은 ‘5공 핵심인사 사법처리까지’(38.2%)가 가장 많았고 강원도 사람들은 ‘국회증언과 아울러 핵심인사 사법처리까지’(25.5%)가 가장 많았다.

이를 성별로 나누어 보면 남성들은 ‘국회 증언까지’(24.%)를 5공청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며 여성들은 ‘시간에 관계없이 진상이 밝혀질 때가지’(31.1%)를 5공청산으로 본 사람이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崔· 全 두 전직대통령의 국회증언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질문으로 어떤 증언방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인 89.3%가 국회 출석 공개증언과 텔레비전 생중계를 주장했다.

이는 현재 민정당에서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회의 서면질의에 대한 1회의 답변이나 텔레비전 녹화에 의한 비공개증언과는 거리가 먼 내용인데 정치권에서 앞으로 이런 국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나머지 문항에 대한 답변은 아주 낮은 비율을 점하고 있는데, 비공개증언과 텔레비전녹화방송(2.4%), 서면질문 답변(1.9%), 할 필요 없다(1.9%), 정부 여당의 釋明書로 대신(0.6%) 등의 순서를 보여 주고 있다.

이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나이가 적을수록 국회출석의 공개증언과 텔레비전 생중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鄭鎬溶의원이 광주민주화운동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8.0%는 있다고 대답을 했고 11.8%만이 없다고 대답했다. 9.7%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질문은 광주민주화운동의 과잉진압에 대한 鄭의원의 관련 여부와는 상관없이, 또한 응답자들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고있건 모르고 있건간에 단순히 鄭의원의 책임여부만을 물어본 것이다.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책임이 있다’(전체 78.0%)는 사람은 광주 전라도 지역(91.8%)이 가장 많고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74.2%)이 가장 적었다. 이에 반해 ‘책임이 없다’(전체 11.8%)는 사람은 부산 대구 경상도(14.3%)가 가장 많았으며 ‘잘 모르겠다’(전체 9.7%)는 사람은 충청도(18.2%)가 가장 많았다.

또한 이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0대(84.1%), 20대(78.5%), 40대(68.7%), 50대 이상(64.7%)의 순서로 나타났으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0대(22.9%)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鄭鎬溶의원은 공직사퇴를 해야 하는가

鄭의원의 공직사퇴여부를 묻는 질문은 광주 민주화운동과 鄭의원과의 관련 여부를 떠나 현제의 정국에서 鄭의원이 사퇴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어본 것이다. 그 결과 응답자의 63.6%는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고 23.8는 ‘사퇴할 필요 없다’, 11.7%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퇴해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들을 지역별로 나눠서 살표보면 광주 전라도(83.6%)가 가장 많고 대전 충청도(79.4%), 부산 대구 경상도(63.6%), 서울 인천 경기도(57.6%)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퇴할 필요 없다’는 사람은 부산 대구 경상도(29.7%), 강원도(25.5%), 충청도(8.8%), 전라도(8.2%)로 나타나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역과 정반대의 순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부산 대구 경상도의 응답자중 63.6%가 鄭의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대답한 사실을 보면 鄭의원의 사퇴여부에 대한 의견이 지역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78%가 광주과잉 진압에 ‘책임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사퇴해야 한다’는 쪽은 20대(68.4%)가 가장 많았고 ‘사퇴할 필요 없다’는 쪽은 40대(31.3%)가 가장 많았다. 또한 이를 성별로 살펴보면 ‘사퇴해야 된다’는 사람은 남자(65.4%)가 여자(58.5%)보다 많았다.

鄭鎬溶의원의 공직사퇴와 관련, 이를 鄭의원이 광주민주화운동의 과잉진압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나누어 다시 살펴보면 책임이 있어도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 나오는 한편,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이를 살펴보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6백18명중 4백78명 · 78.2%)의 견해는 사퇴(3백55명 · 74.3%), 사퇴 불필요(86명 · 18.0%), 모르겠다(37명 · 7.0%)로 구분된다.

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6백18명중 73명 · 11.9%)은 사퇴(18명 · 24.7%), 사퇴 불필요(51명 · 69.9%), 모르겠다(4명 · 5.5%)로 나누어진다. 모르겠다고 생각하는사람들(6백18명중 60명 · 9.8%)의 경우에는 사퇴(19명 · 31.7%), 사퇴 불필요(10명 · 16.7%), 모르겠다(31명 · 51.7%)로 다시 나누어 지고 있다.

여기에서 보듯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률이 18.0%(4백78명 중 86명)인 반면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24.7%(73명 중 18명)로 나타나 주목된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시사저널》 정기구독자 명단을 이용한 다단층화 무작위 추출로 이루어졌는데 실시 기간은 11월30일 오후 1시에서 9시 사이이고 조사는 전화면접에 의한 방법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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