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력을 되찾는 길
  • (충남대교수·경제학) ()
  • 승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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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월혁명 때부터, ‘잔인한 계절 ’이라 부르는 계절이 오면 나는 언짢지만 우리의 품성을 벚꽃에 비겨보는 습성이 생겼다. 벚나무는 앵도과의 활엽수다. 봄에 엷고 붉은 색을 띤 다섯 잎새의 꽃(개량종은 다엽꽃도 있다)이 불타는 듯 한꺼번에 피었다가, 봄을 시새움하는 비바람이 불면 한꺼번에 떨어진다. 해방후에는 일본인의 성격을 벚꽃에 비겨 일본민족은 한꺼번에 확 일어났다가 시들어버리는 것으로, 우리 민족은 우리나라 꽃 무궁화처럼 은근과 끈기를 지닌 것으로 인식했다. 일본인의 다혈질과 우리 민족의 은근함을 나타낸 비교였다.

그러나 해방후의 우리 사회를 보면, 우리의 정치?사회?경제활동 양태가 은근과 끈기로 버티기보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져버리는, 어쩌면 벚꽃처럼 다혈질성을 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일본인들이 끈질기게 버티어 생장하는 끈기를 지닌 것이 아닌가 하는 반대현상을 자주 보는 것이다. 이는 가끔 우리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 모두에게서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으며, 쉽게 발동이 걸리지만 끝까지 추구하고 완성하는 끈질김을 보기가 힘들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우리의 정치?사회?경제활동 양태가 밀물처럼 쏴 하고 왁자지껄하다가 썰물처럼 쫘악 빠져버려서, 끝을 맺기 어려운 성격으로 바뀐 것이 우리의 본질적 민족성인가, 아니면 5?16군사쿠데타 이후 군사정부의 정치공작의 산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나의 생각으로는 후자의 결과이지 결코 우리 민족의 본질은 아니라고 믿고 있으며, 그 때문에 군사정치 문화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는 현상의 가장 뚜렷한 예를 정부정책에서 찾을 수 있고, 여기에 따라 백성의 기질도 길든 것이 아닌가 믿어지기 때문이다.

 

군사문화 후유증인 ‘냄비경제 ’ 체질

어쨌거나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는 현상은 최근의 우리 경제 동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경제는 86년부터 88년까지 3년간 수출급증과 국제수지 흑자 확대 그리고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2.6%에 이르렀다. 그렇게도 걱정하던 외채도 85년말 4백68억달러에서 88년에는 2백82억달러로 낮추고 순외채를 1백억달러 미만으로 줄일 수 있었다. 여기다가 87년 6월 민주화항쟁 승리와 88년 9월 서울올림픽이 이어지자 우리는 마치 선진국에 진입한 것처럼 들떠 있었다.

정부는 국산장려?외제수입억제로 국제수지적자에 대응해오다가 87년부터는 수입개방(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과 해외여행자유화?자유송금정책으로 급선회했다. 국민들은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착각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저축투자를 하는 줄기찬 노력 대신 이제 쉬고 놀며 돈좀 쓰자는 풍조에 들뜨고 말았다. 일부 기업은 흑자소득증대분을 겨냥한 판매작전으로 관광레저산업과 기타 서비스 그리고 돈놀이(財테크)와 부동산투기 등 생산부문이 아닌 곳에서 돈을 벌려는 풍조로 일관했다.

그러다 보니 생산적 산업의 개발과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제는 다시 냉각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88년말의 풍경이었다. 그 결과 89년부터 수출은 급격히 둔화되고 소비자물가는 위험수준인 5%대를 넘어 6%대에 이르렀고, 경제성장률은 12%대에서 급감하여 6%대로 곤두박질했다. 이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좌절과 위기감에 젖는 것을 본다.

 

끈기있는 정책?생활태도 되살려야

그러나 우리는 86∼88년 사이의 흑자?안정?고도성장과 작년 이후의 흑자폭 급감?불안정?성장률반감이 결코 기적이었거나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들뜨거나 좌절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새겨두자. 그동안의 흑자?안정?고도성장은 우리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생산적 투자를 가속한 덕택이지, 이른바 석유가격과 국제금리 그리고 달러가치의 하락이라는 3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 경제의 침체를 가져왔는가? 그것은 너무 들떠서 정부와 기업이 생산적 투자를 게을리하고 국민의 근검절약 기풍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가 마치 선진국에 진입한 것처럼 국민을 흥분시켰고, 기업은 이때다 싶어 생산적 투자 대신 부동산과 주식 등 돈놀이에 몰두하고, 개인은 개방물결을 타고 쏟아져 들어온 값비싼 외제상품 구입에 열을 올리는 등 과소비에 들떠서 외국행 비행기를 놓칠세라 외유에 열을 올렸다. 이처럼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는 기풍이 약해지니, 어찌 다른 나라를 이기겠는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근 5년간의 경제부침에 따라 웃고 우는 대신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살려 내일을 기약하는 전진적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다. 그것은 곧 경제에는 결코 기적이 없고 오직 줄기찬 기술개발과 생산적 투자 그리고 근검절약만이 내일을 약속하는 길임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결코 한꺼번에 활짝 피었다가 한꺼번에 우수수 지는 벚꽃의 습성을 닮지 말아야 한다. 무궁화처럼 은근하나 끈기있는 정책과 경영 그리고 생활태도가 곧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바탕을 되찾아 경제활력이 살아나기를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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