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업체의 오너들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6.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희상의 사건파일]

 
지난 두달 동안 불법 다단계 업계의 숨은 폐해를 추적해온 기자에게는 떠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공신력을 내세우며 한해에 수천억에서 수조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일부 대규모 방판 및 다단계 업체에서 왜 불법 시비와 ‘사회 공동체 파괴’라는 피해자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 사업에 발디뎠다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이혼, 가정파괴, 자살, 살인 등 수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이들 다단계 및 방판업체 오너들은 상당한 신뢰를 내세우며 사업을 해왔다. 그 신뢰는 내부 사업자들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손색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자문위원이 되거나 각종 행사에 참여해 이들의 경영 방식과 사업적 열정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뿐 아니다. 이들 오너 주변에는 전력이 화려한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두텁게 포진해 있다. 제이유 주수도 회장에게는 인천지검장을 지낸 제갈융우 변호사와 대구지검장을 지낸 김영진 변호사가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강현송 회장 곁에는 서울지검장 출신 임휘윤 변호사가 고문변호사로 버티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다단계와 방판 업계로서는 끊임없는 불법 시비에 맞서 효과적인 방패막이가 절실하기도 했겠지만 대외적으로 이들을 통해 신용도 얻고 싶었을 것이다.

파멸 부른 ‘열정 교육’

그러나 이 업계에서 ‘신용의 위기’는 내부로부터 찾아왔다. 그 정점에는 직원과 사업자들에게 신적인 존재와 같은 오너의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규모 다단계 회사들의 공통점은 오너가 사업자들에게 거의 신격화된 카리스마를 행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자는 물의를 빚고 있는 이 업계 오너들의 세계를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다.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방판업체 화진 화장품 강현송 회장을 상대로 해서는 사원 정신교육에 직접 참여해보았다. 

두사람의 닮은꼴은 열정이었다. 그들의 정열적인 교육과 ‘부자되기’ 비전 제시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인생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꿈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교육을 받고 있노라면 인간의 정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단계와 방판업계 오너라 해서 사업자들에게 잠재 능력 개발과 열정을 자극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결코 문제될 일은 아니다. 만일 이들이 교육자로서 각 기업체나 관공서에 연사로 나가 상대방의 잠재 능력과 열정을 자극하는 교육을 했더라면 그것만으로도 이들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성공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주수도 회장도 인터뷰 말미에 “다시 태어난다면 전국 각지에서 정신 교육과 강연이나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피교육자들의 열정을 매출 극대화에 이용

 문제는 이들이 사업자와 피교육자들을 자극해 이끌어낸 불같은 열정을 자기 회사 매출 극대화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도를 넘어선 욕심을 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오너의 열정교육을 받은 이들이 능력 이상으로 빚을 내서 투자하거나 물건을 사재기하는 행태로 나타났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수많은 피해자들의 존재가 이를 입증한다.   

문제는 회원에게 직접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다단계 업계 오너들의 화상 교육 과정은 무리한 욕심에 대한 아무런 경고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 욕심의 끝이 파멸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 위험이 현실화되면 될수록 회사의 매출은 극대화되었다. 무리한 열정을 갖고 뛰어든 사업자들은 앵벌이로 전락해 신음했다. 두 회사가 단숨에 각기 연간 수천억원에서 2조원대 매출을 올리게 된 배경에는 바로 그런 오너의 열정 교육이 숨어있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제이유 주수도 회장은 기자와 만나 “연간 2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일으킬 때 내가 사기를 목표로 삼았겠는가”라며 사기마케팅이라고 쓴 <시사저널>기사에 대해 원망 섞인 항의를 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번 사태의 배후에는 다국적 다단계회사인 암웨이의 음모가 숨어있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국내 다단계 시장만 놓고 보면 단숨에 암웨이를 제치고 매출액 대비 선두에 나선 제이유가 붕괴할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기업이 암웨이가 될 것은 뻔하다는 점에서 그런 의심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제이유 그룹은 자체 내에 오늘의 붕괴를 가져오는 불법적이고 무리한 사업방식이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고 그 문제를 푸는 데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