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주무르는 ‘외국인의 정체’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8.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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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그룹 영향력 막강…미국·홍콩·일본 자금이 ‘3강’

 
‘외국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증시를 쥐락펴락한다는 외국인 자금. 그러나 이들의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다. 그저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했다. 외국인들이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라는 식의 보도가 잇따를 뿐이다.

증시 침체 속에서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인 것 같다. 꾸준히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는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올 6월 말 현재 11.68%가 늘었다.
상장회사 가운데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현황을 살펴봐도 외국인들의 증가세가 확인된다. 2004년에는 이에 해당하는 외국인들이 전체 공시 가운데 22.36%를 차지했는데, 2006년 6월30일에는 30.66%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외국인들이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고 있음을 뜻한다.

‘외국인’의 실체를 알기 위해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된 회사 가운데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들을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이 6월30일 현재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바탕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유가증권 시장에 투자한 ‘5대 국가’는 미국·홍콩·일본·싱가포르·호주로 밝혀졌다. 회사 숫자로 분석한 것이지만 주식 평가액으로 따져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금은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1백49개 회사에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1백28개 회사까지 합하면 2백77개 회사다. 미국측 인사들이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이야기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단단히 엮여 있기 때문에 동맹 관계에 변화가 올 수 없다”라고 장담하는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유가증권 시장에 투자한 미국 자금 중 최고 큰손은 투자 회사인 캐피털그룹에 속한 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컴퍼니(CRMC)다. CRMC는 한라건설 69.99%, 국민은행 7.19%, 현대차 7.0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등 25개사에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평가액으로 따졌을 때 7조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다. CRMC는 코스닥 시장에는 투자하고 있지 않다.

역시 캐피털그룹에 속한 캐피털그룹인터내셔널인코포레이티드(CGII)도 현대차와 제일기획, 삼성엔지니어링 등 다섯 개 회사에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어 단일 회사나 펀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유가증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곳은 캐피털그룹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회사·펀드·개인은 63개다. 일본 28개, 홍콩 아홉 개, 싱가포르 일곱 개 등과 비교하면 미국 자금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미국계 대형 펀드들은 특정 종목을 한 번 매입하면 최소한 몇 달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중장기 투자를 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미국 자금의 뒤를 이어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은 홍콩 자본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33개 회사, 코스닥 시장에서는 28개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다. 이런 현상은 4위를 기록한 싱가포르 자금과 함께 앞으로 중국계 자금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임을 예상케 한다. 국제 금융계 고위 소식통은 “아시아 자금 흐름은 홍콩, 싱가포르, 일본 자금이 각축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홍콩 자본 가운데는 우량 중소형주만 골라 사 모으기로 유명한 투자자인 JF에셋매니지먼트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펀드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1개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중소형주를 사고파는 경우가 많아 단기 수익률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백화점(9.49%), LG화학(8.24%), 한라공조(6.12%)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중국계 자금 영향력 갈수록 커질 듯

유가증권 시장에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회사는 28개다. 일본 자금은 다른 외국 자금에 비해 지분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전기초자(62.76%), 에스원(24.66%), 대동전자(37.75%) 등 지분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외국 자금이 대부분 한 자릿수 지분율에 그치는 것과 견줘보면 이색적이다. 펀드 형태가 아니고 회사가 투자하는 형태를 취한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이런 현상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한국에 있는 일본계 은행 고위 임원은 “일본 자금의 한국 투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정보가 많고 상대적으로 관계가 깊다. 장기적이면서도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분율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자금의 뒤를 이어 싱가포르 자금이 18개 회사, 호주 자금이 아홉 개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다.
상자기사- [케이먼 돈, 몰려온다]
‘케이먼 자금’이 몰려오고 있다. 조세 회피 지역인 케이먼 제도에 주소를 둔 회사가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무슨 목적으로 투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장된 돈’이라는 따위의 소문도 많다.

 
케이먼 제도에 본사를 둔 펀드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칼라일 펀드다. 2000년 한미은행 주식 36.6%를 인수했다가 2004년 6천여 억원의 차익을 얻고 철수한 펀드다. 당시 국세청은 칼라일 펀드를 세무 조사했으나 단 한 푼의 세금도 물리지 못했다.

최근 ‘케이먼 자금’이 주목된 것은 그동안 각광받았던 말레이시아 섬 ‘라부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바뀐 영향이 컸다. 국세청은 지난 7월1일부터 라부안에 있는 외국 법인 또는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소득을 올리거나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얻으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주식 양도 소득에 대해서는 차익의 25%나 총 매매가의 10% 가운데 적은 금액을 원천 징수한다. 이미 라부안 자금 가운데 2조7천억원 정도가 빠져나갔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조세 회피 지역 자금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케이먼 돈’이었다. 이곳에 주소를 둔 12개 펀드가 16개 회사에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28개 회사에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었다. KT&G 지분 7.66%를 갖고 있어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을 벌인 ‘아이칸’, 한국콜마 주식 10%를 확보한 ‘애머랜스엘엘씨’, INI스틸 지분 17. 95%를 보유 중인 ‘아이에스씨케이먼엘티디’ 등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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