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하면 한·미 동맹 더욱 발전
  • 조성렬(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 ()
  • 승인 2006.09.15 17: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반도 위기 때 민족 운명 외국에 맡길 수 없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지만, 이념 대결 양상으로 번지면서 본래의 논점이 희석되는 모양새다. <시사저널>은 전작권 논란의 본질을 드러내는 지상 논쟁을 마련했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이 전작권 환수 필요성에 대한 글을, 정옥임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는 환수론의 맹점을 지적한 글을 보내왔다. 두 소장 학자의 글이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문제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안보 논쟁을 넘어 정치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보수 단체는 “내년 대선에서 전작권 재협상 공약을 내거는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라고 발표해, 자칫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 이슈로까지 비화 조짐이다. 이러한 논란은 보수-혁신 대결보다는 진보 세력의 침묵 속에 보수 세력이 총공세를 취하는 양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9월14일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환수가 한국군의 능력에 대한 양국의 신뢰를 기초로, 미국의 주한미군 지속 주둔 및 유사시 증원 공약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맹의 공고함과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환수 목표 연도를 포함한 구체적 사항을 오는 10월 연례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키로 했다.

그동안 한국군 내부에서는 한·미 군사 관계의 비대칭성을 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왔다. 현 한·미 연합사 체제에서는 미군 주도의 의사 결정과 운영, 미군의 작전 계획에 입각한 군사력 운용 등으로 한국군의 의견 반영이 제한되어 있다. 사실 한·미 연합사의 작전 계획은 모두 대북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주변국의 잠재 위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가령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한·미 연합사 체제에서는 군사적 대응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또한 한·미 연합사령관의 복잡한 지휘 체계로 한국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한·미 연합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라는 세 개의 지휘 채널을 갖고 있다. 이 중 연합사령관의 직책만 한·미 양국의 국가 통수 및 군사 지휘 기구의 협조와 조정 통제에 따르는 것이며, 나머지는 모두 미국의 국가 통수 및 군사 지휘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만일 한·미 양국 간에 대북 혹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면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는 위기 발생시 한·미 양국이 국가 이익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지휘권이 미군에 있는 현 작전 지휘 체계 아래서는 한국군의 독자적인 한반도 위기 관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듯이 위기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또한 미국은 핵 태세 검토(NPR)로 ‘악의 축’ 국가인 북한에 선제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전쟁 발발시 남북한에 비해 인적·물적 희생이 훨씬 적기 때문에 전쟁 결정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사실상 민족 공동체의 소멸을 의미하는 우리와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전작권 로드맵’ 10월 SCM에서 확정해야

한때 국내에서는 전작권 환수가 우리 정부의 요구에 미국이 마지못해 따른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곧 미국의 군사 변환과 새로운 세계 전략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임이 드러났다.
사실 미국으로서도 전작권 반환은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다. 미국은 9·11 테러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해외 미군을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도 대북 억제력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분쟁에 신속히 대응할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었다. 국제 분쟁에 개입하려 할 경우 ‘휘말림’을 염려하는 한국 정부 때문에 한·미 연합사 체제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주한미군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둔을 위해 한국 내 반미 여론을 무마해야 할 필요성도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은 경제 성장과 민주화에 따라 한국민들의 주권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광대한 공여지와 전작권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동안 대책을 마련해왔다. 미군측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 수립해 용산기지 반환을 포함해 주한미군 공여지 7천여 만 평 중 5천여 만 평을 자진해서 반환키로 했다. 군사 주권 회복을 주장하는 일부 목소리도 전작권 반환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29일 체니 미국 부통령이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5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는 한·미 동맹과 관련해 최근 가열되고 있는 논란에도 “한반도에 대한 약속, 평화와 안보 등 친구와 한 약속은 깰 수 없다”라며 우리는 미군을 (한반도에) 계속 다 주둔시킬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9월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 조정 및 재배치 사업이 원활하게 이행되고, 한·미 동맹의 미래 비전을 바탕으로 군사 지휘 체계 전환 로드맵을 작성해온 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 두 정상이 전작권의 한국군 단독 행사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한·미 연합사도 해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전작권 환수 결정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전작권 로드맵을 예정대로 오는 10월 SCM에서 확정해야 한다. 환수 로드맵에 따라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되,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방위 태세를 점검하고 한·미 관계 및 주변국 관계, 남북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한편으로 착실하게 국방력을 정비하고 한·미 관계를 발전시켜 북한이 오판할 소지를 막고, 다른 한편으로 남북 관계 및 주변국 관계를 재정립해 잠재적 분쟁 요인을 사전에 차단할 이른바 ‘포괄적 안보 정책’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한다면 ‘전작권’을 발동할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이며, 전작권 환수에 따른 안보 불안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전작권을 환수하면 당장 나라가 어떻게 될 것처럼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전시’ 상황이 오지 않도록 남북 관계와 주변국 관계를 평화롭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