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우선 돈이 돌게 하겠다”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9.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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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인터뷰]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는 이제 시동이 걸렸다. 폭발적으로 시현하는 일만 남았다.” 10월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는 취임 후 공개 석상에 나서기를 꺼려, 요란한 스타일이었던 전임 이명박 시장과 곧잘 비교되면서 ‘조용한 시장’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용산 미군기지 부지 국가공원화 계획이나 정부 부처의 서울시 감사에는 번번이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여권으로부터는 정치적 야심가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은 그간의 칩거에 대해 ‘행복 도시 서울’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4년간 풀어나갈 서울 시정 마스터플랜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복잡한 현안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대책과 그가 완성했다는 서울 시정 마스터플랜을 들어보았다.

 
취임 100일을 자평한다면….

시동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지난 100일간 서울시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했고, 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준비를 마쳤다. 서울 시정의 목표를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 경쟁력 강화’로 설정했다. 분야별로 서울의 6대 과제를 준비해 10월9일 시정 4개년 계획으로 발표한다. 골격은 짜였고, 차질 없이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서울의 6대 과제란 무엇인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성장 동력으로 여섯 개 핵심 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겠다. 관광, 컨벤션, 패션 및 디자인, 금융 유통 서비스, 연구 개발(R&D), 디지털 콘텐츠 산업 등이다.

어떤 절차를 거쳐 그런 시정 계획을 마련했나.

취임하자마자 시청 내에 ‘100일 창의서울추진본부’를 만들어 서울시 직원의 잠재 역량을 일로 승화시키는 분위기 쇄신 작업을 벌였다. 시청 직원 가족과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을 했다. 우수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제도도 활용했다. ‘상상 뱅크’ 사이트를 개설해 창구로 활용했는데 9월20일까지 1만9천여 건의 각종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검토를 거쳐 핵심 아이디어 60건을 선정했다. 이것을 분야별로 나눠 4년간 서울 시정 운영의 골간을 만들었다.

‘행복 도시’ 구호를 내걸고 당선했는데 어떻게 서울을 행복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일단은 서울시 경제 발전의 초석을 놓는 데 시장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시민 행복은 고객 감동 마인드로 무장된 시청 직원과 창의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서울 시정을 토대로 서울시의 경제적 기초를 튼튼히 하는 데서 온다고 결론 내렸다. 우선은 서울에 돈이 돌아야 한다. 서울의 현재 산업구조는 서비스업이 77%, 제조업이 23%다. 6대 핵심 사업이 활발히 펼쳐지면 돈이 돌고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모든 역량을 여기에 집중할 것이다.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을 현재 6백만명에서 임기 안에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외형적으로 서울은 국제 도시이지만 관광지로서 매력도나 대외 이미지는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서울의 경쟁력이 한국의 경쟁력이라고 보고 ‘경쟁력강화기획본부’를 신설해 전략을 짜고 있다. 청계천을 문화와 디지털이라는 브랜드로 내놓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한강·인사동·남산 등 잠재 가치가 높은 관광 자원의 문화 브랜드 가치를 높여 대표적 관광 명소로 바꾸겠다. 세계적으로 IT·패션·전자스포츠(e-sports) 등 서울이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를 활용해 서울만의 매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관광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잠재 관광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인 기호에 맞는 맞춤형 상품 관광 마케팅을 적극 펴나갈 것이다. 이런 준비를 하면서 서울의 매력을 세계 시장에 세일즈하기 위해 정부·민간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마케팅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강·남북 불균형이 심각한데 서울에 돈이 고루 돌 수 있게 할 묘안이 있는가.

기본 개념은 강북의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 개선 두 가지로 잡고 있다. 주거 환경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 환경을 공원과 도로 등 도시 인프라 확충으로 개선할 것이다. 강북을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업그레이드하겠다. 핵심은 뉴타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또 다른 축으로 도심 상권을 개발하고자 한다. 종로·퇴계로·을지로·동대문시장·남대문시장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균형 발전의 관건이다. 우선 동대문운동장과 세운상가 공원화를 핵심 사업으로 결정했다. 동대문운동장 2만7천 평과 주변은 녹지공원과 디자인 클러스터 산업 단지로 바꿔 지금까지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심어진 이 일대를 강남 코엑스 수준으로 만들겠다. 두 번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강·남북 격차 해소 및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해 연간 5백억원씩 강북 교육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교육 관련 부서와 협조를 해서 자립형 사립고를 뉴타운에 집중 유치하려고 한다.

최근 은평 뉴타운 아파트 고분양가 문제로 보아 강북 개발도 서민과 거리가 멀어질 듯한데….

은평 뉴타운 아파트 분양가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할 문제라서 시간이 흐르면 그 가격이 합리적인지 여부가 자연히 드러나리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SH공사(구 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하는데, 그 이익이라는 것은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서민 임대주택 건설 재원으로 쓰인다. SH공사 사업 중 가장 중요한 서민 임대주택 건설 재원을 달리 마련할 방법이 없는 서울시 현실에서 고육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시민의 이해를 당부드리고 싶다.

뉴타운의 고분양가가 인근 지역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이번에 은평 뉴타운 분양가가 부근 주택 시세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서울시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 추후 뉴타운 사업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도록 서울시 분양가 결정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겠다.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 인근 노점상 등 영세 상인을 위한 생존권 대책은 있는가.

난제 중의 난제다. 전임 이명박 시장 때 청계천 복원 사업 성공을 위해 정책적으로 그 주변 상인을 동대문운동장 주변으로 집단 이주하도록 배려했는데 그분들이 세력화되어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 배려가 필요하다는 온정적 지적도 있으나 우리 사회에는 지금 사회적 형평성에 맞는 원칙이 필요하다. 그분들은 청계천에서도 합법적 권리를 갖는 상인이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후임 시장인 내가 부담이 크다. 동대문운동장을 디자인 클러스터로 만드는 데는 노점상의 협조가 필수라서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 배려는 하되 항구적으로 영업권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원칙인데, 노점상들도 이 원칙에는 동의하리라 본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 공원화 문제를 놓고 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나.

용산 공원화는 한 세대 뒤를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에 의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 견해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정부와 갈등이 있다.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5조~7조원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서울시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서울시는 그동안 이 문제에 협조했고 원만하게 협의를 벌여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서울시를 배제한 채 당정회의 안대로 입법 예고안이 나왔다. 이는 정부 여당이 용산공원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오히려 오시장이 용산공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도가 있다고 반박하는데….

서울시도 미군기지 이전 비용 마련에 고민하는 정부 처지를 고려해 용산기지 주변 토지 이용은 정부 안대로 수용할 수 있다고 협조적으로 임해왔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정부가 국가공원화 사업을 내걸고 건교부장관에게 사업을 추진시키고 서울시 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라는 것이 일반 시민들의 상식적 의심 아닌가. 그래서 이런 정부 태도에 반대하는 것이다. 나는 용산기지 이전 후 본부지(81만 평)를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정부가 명확히 하는 쪽으로 법안을 바꿔주고, 주변 부지와 관련해 서울시의 고민이 법안에 담기면 얼마든지 국가공원화 사업에 협조할 용의가 있다.

 
정부에서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부 5부 합동감사를 실시키로 하자 서울시는 이에 반발해 헌법 소원을 냈다. 왜인가.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법과 원칙의 문제라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의뢰했다. 법령에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행정 사무를 감사하는 권한은 인정하되 최소화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 합동감사 방침은 이례적이다. 국정감사 등 각종 감사가 겹친 서울시 상황에서 행정자치부가 굳이 감사를 하려거든 다른 감사가 끝난 뒤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끝내 이마저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유사한 갈등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판단해 헌법재판소로 갔다. 행자부도 서울시의 이런 기본 취지에는 동의할 것으로 본다.

 
특별히 환경에 관심이 많아 클린 시장을 구호로 내걸었는데 가장 역점을 두는 서울시 환경 개선 과제는 무엇인가.


선거 공약에서도 밝혔듯이 재임 중 서울시 대기 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대기의 질은 시민 건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서울시 경쟁력에도 관건이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에게 조사한 결과 가장 불편한 사항으로 교통 혼잡과 나쁜 공기를 꼽았다. 각종 연구 결과 서울 대기 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은 자동차 매연에서 연유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취임 후 맑은서울추진본부를 발족해 중점 추진 사업을 정했다. 노후 경유차에 매연 저감 장치를 부착하거나 LPG 엔진으로 교체하는 것을 의무화하려고 한다. 저공해 장치 미부착 차량은 차츰 운행을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시내버스 7천7백여 대와 주택가 마을버스 전량을 2010년까지 CNG 버스로 교체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고, 교통 혼잡 지역 상시 물청소도 주요 대책에 들어 있다. 머잖아 ‘서울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시민이 실감하게 하겠다.

저돌적 추진력을 과시한 전임 이명박 시장과 오시장은 대조적 이미지로 비치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보나.

아끼고 염려해주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임기 중 똑똑한 사업 2~3개에 몰두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고 있지만 나는 전임자와 다르다. 업적주의식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서울시의 장기적 기초를 다지는 데 전념하겠다. 조용한 시장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시정이란 원래 조용히 펼치는 것이다. 전임 시장 대비 효과에 연연해하는 강박관념을 갖는다면 그 자체가 시장으로서 염려스러운 자세 아닌가. 임기 4년 안에 뭘 성취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서울시의 10년 뒤를 바라보는 기초를 닦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 ‘서울시 먹을거리 해결과 기초 인프라를 만든 것은 10년 전 오세훈 시장 시절이었다’는 식의 평가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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