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원장 탓에 수사 꼬였나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11.03 20: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첩단 사건’으로 성급하게 규정…검거부터 해 혐의 입증 어려워져

 
‘왜 그랬을까?’ 장민호 사건의 수사 방식을 접한 검찰이나 경찰 공안통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공안통들이 보기에, 이번 사건 수사는 공안 수사의 기본을 소홀히 했다. 공안 사건은 수사의 최종 단계에서 피의자들을 검거한다.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해도 혐의 입증에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물증을 내사 단계에서 확보한다.

그러나 이번 장민호 사건은 앞뒤가 바뀌었다. 검거부터 먼저 했다. 게다가 현직 국정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첩단 사건이라고 성급하게 규정했다. 이를 두고 국정원 안에서도 뒷말이 많다. 한 국정원 직원은 “부임할 때나 떠날 때나 인상이 안 좋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실무팀은 이번 장민호 사건을 좀더 수사하기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망타진’을 위해 치밀한 내사를 바란 것이다. 그러나 김승규 원장이 직접 장민호 사건을 챙기면서 일이 꼬였다. 청와대와 국정원 주변의 전언에 따르면, 선비 같다는 얘기를 듣는 김원장이 장민호 사건의 직보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쩌다 국가 안보가 이 지경까지 흔들렸느냐’라며, 그가 직접 수사진을 다그쳤다고 한다.

이렇게 설익은 상태에서 검거가 시작되었고, 장민호 수사는 공론화되었다. 결국 피의자들은 입을 다물었고, 조서에 날인하는 것마저 거부했다. 한때 국정원 직원들은 피의자들에게 날인만은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은 남은 수사 기간 장민호씨가 조선노동당에 가입했는지와 이들이 중국 베이징에서 접촉한 사람들이 북한 공작원인지 인지하고 만났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씨의 조선노동당 가입이 입증되면, 나머지 관련자들도 잠입·탈출·통신 회합·편의 제공·찬양 고무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송두율 교수 사건처럼 조선노동당 가입 여부는 입증 자체가 쉽지 않다.

장민호씨가 만들었다는 일심회를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는 것도 국정원의 숙제다. 관련자들은 일심회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정원도 일심회가 한민전 강령을 전용해 일심회만의 강령이 따로 있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껏 장민호씨가 조직원들에게 구두로 설명한 강령이 ‘검소한 생활 하자’ 정도다. 지휘 통솔 체계도 없고, 강령도 따로 없는 단체를 반국가 단체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수사 도중 원장이 바뀐 국정원은 뒤숭숭하다. 신임 김만복 국정원장 내정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승규 원장 지휘 아래 법에 따라 수사하라는 원칙론만을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