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마을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글. 사진 허용선(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 승인 2006.11.2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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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좋고 물 맑으며 기후 선선…‘신토불이’ 과일·채소·발효 식품으로 건강 유지
 
100세 이상 장수를 누리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장수 노인들이 많이 나오는 장수 마을을 들여다보면 그 비결이 보이지 않을까.

필자는 지난 3년간 국내외 이름난 장수마을 을 다니며 100세가 넘은 장수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발견했다. 장수마을 노인들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쉬지 않고 일하되 심한 육체 노동을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 대개 활기차고 여유로운 성품을 지니고 있으며 물 맑고 공기 좋은 환경에서 살고 건강에 좋은 고유 음식을 섭취한다.

한국의 남성 장수인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東北) 지역에, 여성 장수인은 제주․전남을 비롯한 서남(西南) 지역에 많다.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전남이고, 2위는 제주, 3위는 전북 순이다.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이 20명을 넘는 곳’이 세계적인 장수마을 기준이다. 또 인구 65세 이상 인구 중 80세(또는 8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을 장수 마을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한국 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는 2001년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제주도와 전북 순창, 전남 담양․함평․영광․곡성․보성․구례, 경북 예천․상주, 경남 거창 등 전국 13곳을 장수마을로 분류했다. 이들 장수마을은 표고 300~400m의 중산간 지역에 주로 자리하고 있으며 맑은 공기와 청정 지하수가 나오는 쾌적한 농촌지역이다.

전북 순창군은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되는 노인 비율이 28.9명으로 전국에서 장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주민들은 농사를 짓거나 밤을 재배하고, 소를 키우며 생활하는데 식생활은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다. 이곳 주민들은 장수 비결이 채식에 있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인근 지리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즐겨 먹으며, 반찬도 대개 마을에서 생산된 것이다. 잡곡밥보다는 쌀밥을 주로 먹으며 된장찌개와 고추장 같은 장류도 거의 매일 먹는다고 한다.

충남 청양군 비봉면 주민들이 장수하는 요인 중에는 구기자나 표고버섯 같은 특산품을 평소 즐겨 먹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구기자는 비봉면의 대표적 특산물로 예로부터 강장제, 해열제, 간장병 등 만병통치 치료제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한약재이다. 주민들은 구기자를 물에 넣고 끓여 숭늉처럼 자주 먹는데, 이런 점도 비봉면을 장수마을로 만든 요인인 듯싶다.

한국의 100세 이상 노인, 전남·제주·전북 순으로 많아

제주도 주민들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세계 최고의 장수촌인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도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데, 제주도도 같은 섬이고 돼지고기를 잘 먹고 서로 나라 제일의 장수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돼지고기를 삶으면 몸에 나쁜 지방이 상당 부분 제거된다. 삶는 조리법은 굽는 것에 비해 발암물질 및 노화물질 발생을 줄여준다. 제주도 곽지리 주민들이 즐겨 먹는 것은 양배추·양파·마늘 등이다. 여기에 길이 10cm 정도의 멸치를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

100세인의 식습관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는 장수 식단은 우리 고유의 전통 식단임이 밝혀진 바 있다. 주식으로는 잡곡밥이나 흰 쌀밥을 선호했고, 부식은 생야채보다 반드시 나물이나 무침 형태의 조리된 야채를 섭취했다. 또 김치·간장·된장·고추장 같은 발효 식품은 필수다. 그리고 장수인들은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해 소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량에 걸맞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했다. 90% 이상의 장수 노인들이 매일 된장국을 즐겨 먹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된장은 항암 작용과 면역력 강화 작용이 뛰어나며 인슐린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다. 또 어떤 음식에나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최고의 장수 식품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장수촌들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사계절이 뚜렷하고 연중 기후가 선선한 지역이 많다. 파키스탄 훈자 마을처럼 고산지대에 장수촌이 있는 곳도 있지만 열대 지방에는 전혀 분포하지 않았다. 장수촌의 공통된 지역 특징은 가급적 적은 양의 에너지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지역이 많다는 사실이다. 열대 지방에 장수촌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날씨가 항상 더우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기 때문이다. 고산 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적은 농도의 산소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응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해산소 발생량도 상대적으로 적어 장수의 기본 조건을 갖추게 된다. 지나치게 따뜻하게 지내는 것은 장수에 도움이 되지 못하며 여름이든 겨울이든 약간 서늘한 듯하게 지내는 것이 장수하기에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겠다.

대표적 장수촌들의 자연 조건을 살펴보면 오키나와는 평균 기온 22.5℃로, 아무리 더워도 33℃를 넘지 않는다. 또 최저 기온은 10℃ 안팎이다. 카라코람 산맥의 깊은 골짜기에 형성된 파키스탄 훈자 마을은 겨울철 추울 때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에는 30도까지 올라갈 만큼 급격한 온도 변화를 보인다. 그러나 해발 2,500m에 있는 훈자 마을의 산소량은 16.5%, 습도는 50%로 건강에 좋은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높은 산속에만 장수마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남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은 야트막한 평원 지대에 자리잡고 있는데 붉은 포도주를 즐겨 마셔 장수촌을 이루는 독특한 곳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실버타운도 장수마을을 이루는 곳이 많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케이프타운은 많은 유럽 사람들이 노년기를 보내려고 찾아오는 곳이다. 이곳 야트막한 산 위의 고급 주택가는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뒤편으로는 삼림이 울창한 산을 두고 있다. 건강에 신경 쓰며 좋은 자연 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인지 이곳에서 장수 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공기가 맑고 자연 경관이 수려한 뉴질랜드의 퀸스타운과 와나카 등에는 일종의 양로원인 독립형 주거타운이 많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음식이다. 사람이 생명을 영위하는 데 음식이 첫째가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장수촌인 일본 오키나와, 파키스탄 훈자, 에콰도르 빌카밤바, 중국 위구르 자치구 노인들의 장수 비결은 각종 생야채와 과일, 견과류 등을 꾸준하게 먹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여유 있게 생활한다는 점이다.

일본 오키나와·파키스탄 훈자, 에콰도르 빌카밤바가 대표적 장수촌

세계의 유명한 장수촌 중에는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일본 오키나와 장수촌 노인들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으며, 중국 신강성 위구르족 노인들은 양고기를 즐겨 먹는다. 이들은 일반적인 고기 조리법인 불에 굽는 방법 대신 물 속에다 고기를 넣고 푹 삶아 기름을 뺀 다음 국물은 버리고 살코기나 연골 부위 등만을 골라 먹었으며 절대 태워서 먹는 경우가 없었다.

에콰도르 빌카밤바 마을이나 중국 위구르 자치구 같은 장수마을에서는 노인들이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었고, 카페인이 적은 차나 녹차를 많이 마셨다.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붉은 포도주를 매일 소량씩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기름진 음식인 닭 껍질, 크림, 버터, 치즈, 고기, 단과자 같은 인스턴트 식품 등은 장수 노인들이 기피하는 음식이다. 많은 가공식품을 섭취한 탓에 현대인의 자연 치유력은 매우 약해져 있다. 각종 방부제, 색소, 조미료 등 화학물질, 과다한 육류 섭취, 과음,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체의 면역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의 생명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음식(식품)을 먹는 것만큼 건강에 좋은 음식은 없다.

장수마을의 고유 음식을 살펴보면 일본 오키나와에는 은부시와 참플이 있다. 은부시는 생선과 채소를 넣어 끓인 국물인데 심장병 예방에 좋다. 두부와 채소를 뒤섞어 볶아 만든 참플은 양질의 단백질과 미네랄원으로 동맥경화를 막아주는 식품이다. 소금을 적게 먹는 것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큰 특징이다. 파키스탄 훈자마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는 차파티(효모를 넣지 않고 밀가루를 물에 반죽해 구운 것)가 있다. 과일은 대개 껍질을 벗기지 않고 씨까지 모두 먹는데, 겨울에는 살구 같은 과일을 말렸다가 먹는다. 에콰도르 빌카밤바 주민들은 유카라는 감자류를 주식으로 먹고, 부식으로 야채류를 많이 먹는 편이다. 중국 신강성 위구르 주민들은 옥수수 가루로 얇게 구운 빵과 차를 즐겨 먹는다. 주식으로는 ‘차한’이 있는데, 쌀밥에 고기와 우유, 식물성 기름을 넣고 만든 일종의 볶음밥이다. 위구르 주민들은 과일을 많이 먹는다. 많이 먹는 과일은 살구·봉숭아·사과·포도·수박 등이다.

 
남프랑스 보르도 지방은 곳곳에 100세가 넘는 장수 노인들이 많은 곳으로 순환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낮다. 이 지역 사람들은 붉은 포도주를 많이 마신다. 네덜란드에서 즐기는 건강식으로는 더치헤링이 있다. 청어를 간단하게 조리해 신속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인데 익히지 않고 날로 먹기 때문에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몽골의 독특한 음식으로는 마유주가 있다. 말젖을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도수 5도인 술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즐겨 마신다. 술이라고는 하지만 적당량을 마시면 건강에는 오히려 좋은 식품이다. 이집트의 고유음식으로는 물루키야(molokhia)라는 수프가 있다. 푸른잎 채소에 마늘, 후추, 고추를 넣고 묽게 끊인 것인데 쌀밥과 함께 먹는다. 또 많은 이집트인들은 콩으로 만든 걸쭉한 스튜에 토마토와 향료를 넣어 맛을 낸 풀(fool)이라는 음식을 즐긴다. 마늘은 이집트에서 오래 전부터 애용되어온 식재료로 이집트인들은 이미 5천년 전부터 마늘의 효능을 깨닫고 먹었다. 최근 마늘은 뛰어난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 장수촌의 공통점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맑고 수질이 좋은 물을 마시고 산다는 점이다. 고산 지대의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은 건강과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파키스탄 훈자 지방 주민들은 자신들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 비결이 7천m 이상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생수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파키스탄 훈자 마을의 물은 현지에선 ‘생명의 물’이라고 불리는데, 이 물로 주민들은 밥을 해먹고 식수로 마신다. 물은 회백색으로 탁해서 불결해 보이지만 철·망간 등 몸에 좋은 광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세계적인 장수촌들은 대개 외진 곳에 위치하며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다. 음식은 가공하지 않은 소박한 음식을 적게 먹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고 직접 지은 농산물을 먹는 신토불이의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음식에서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첫째로 반찬보다 주식의 비중이 크고, 둘째는 주로 채식을 한다는 점, 셋째로 차를 즐겨 마시고 유산균 발효식품을 자주 먹으며, 넷째로 소금이나 고추, 향료도 많이 먹으며 술과 담배도 적당히 즐긴다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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