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혈관 줄기세포로 꺼져가는 심장 살린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12.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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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재 서울대 의대 교수
 
의사가 ‘임상’과 ‘연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기란 쉽지 않다. 날마다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기도 벅찬데 새로운 치료법까지 연구하려면 그야말로 허리가 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강현재 교수(37․내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가고 있다. 그가 2003년부터 연구․개발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법’이 성공한 것이다. 그의 연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순환기학 분야 최고 권위지 <서큘레이션>에 지난해 게재되었다.

그의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는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심근경색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이미 나빠진 심장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강교수는 심장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 2백여 명에게 말초혈관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주입해 심장 기능이 좋아지게 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꿈쩍도 않던 환자들이었는데, 새 치료법을 쓰자 심장 기능이 10% 이상 좋아졌다. 심장 기능이 호전되면 그만큼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강교수가 개발한 치료법은 표준 치료법으로 만들 만큼 효과가 좋고 자료도 충분하다. 그러나 강교수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상용화를 조금 늦추며 마무리 연구를 하는 중이다.

지난해 강교수에게 한 환자가 찾아왔다. 항암 치료 덕에 백혈병이 완치되었지만, 반대로 심장 기능이 나빠져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였다. 환자는 줄기세포 치료법을 시술해달라고 강교수에게 매달렸다. 연구자로서는 새로운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강교수는 그 환자를 돌려보냈다. 백혈병이었던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해본 경험이 없어 결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미 입증된 방법으로 심장 치료를 잘 하면 그 환자가 6개월 이상 살 가능성이 있는데, 환자로 하여금 치명적인 모험에 뛰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부터 강교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더욱 다졌다. 그는 “부모님은 내게 친절한 의사가 되라고 하셨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고 싶다. 의료는 확률에 기대어 약을 쓰고 수술하는 행위다. 그래서 의사가 최선을 다해도 결과적으로 환자에게는 도움이 안 될 때도 있다. 환자에게 늘 도움을 주는 치료를 선택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가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벅찬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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