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의 전설' 쓰는 박지성의 도전과 야망
  • 최원창(중앙일보 기자) ()
  • 승인 2007.01.18 18: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스 리그, 아시안컵 우승 노려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7’이 담긴 2007년은 어느 해보다도 각별하다. 그는 월드컵 16강 탈락과 오른 발목 인대 파열로 100여 일을 쉬어야 했던 2006년과는 다른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마스크맨’ 김태영(현 관동대 코치)이 대표팀에서 은퇴하자 얼른 김선수의 등번호를 넘겨받을 만큼 7번을 좋아하는 박지성. 그의 목표 속에도 어김없이 숫자 ‘7’이 숨겨져 있다. 우선 그는 프로 데뷔 후 사상 일곱 번째 우승을 노린다. 또 47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의 막중한 책임도 그의 발끝에 얹혀 있다. 지난해 아쉬움은 훌훌 털어버리고 행운의 숫자인 7의 의미를 되새기는 박지성이 꿈꾸는 2007년을 들여다보자.


프로 데뷔 후 일곱 번째 우승 ‘정조준’


박지성은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 소속이던 2002년 일왕배 우승을 이끌었다. 결승전에서 짜릿한 골로 교토에 창단 후 첫 우승을 안기고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한 그는 우승 행진을 이어왔다. 네덜란드 입문 첫해 에레디비지(1부 리그) 우승을 맛보았다. 이듬해 슈퍼컵에서 우승했고 2004~2005시즌에는 영광의 더블(리그와 FA컵을 모두 석권하는 것)을 달성했다. 최고의 해였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C 밀란(이탈리아)과의 준결승전서 골을 뽑아내 팀을 4강으로 이끌며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7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에 입성한 박지성은 칼링컵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 여섯 차례 우승. 박지성은 올해 일곱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내친 김에 2관왕, 3관왕도 차지해보겠다는 욕심이다.
맨유는 2002~2003시즌 우승 후 4년 만의 리그 우승컵 탈환을 노린다. 2003~2004시즌은 아스널에 무패 우승을 내줬고, 이후 2년간 첼시에 무릎을 꿇었던 퍼거슨 감독은 한때 경질 위기에 몰릴 만큼 입지가 좁아졌다. 하지만 올 시즌 승승장구하며 1위를 달리자 그는 “우승 향기를 맡았다”라며 자신한다.
맨유의 숙원은 ‘캄프누의 기적’으로 불렸던 1999년 이후 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거두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오른 맨유가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맨유는 조지 베스트가 활약하던 1968년 레알 마드리드를 준결승전에서 꺾고 포르투갈의 벤피카마저 격파하며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전적은 3승 3무 2패로 레알 마드리드가 앞서 있다. 양팀이 맞붙을 경우 ‘맞대결서 이긴 팀이 우승을 거둔다’는 불문율이 지켜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베테랑 라이언 긱스는 “우리는 올시즌 더블을 거둘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며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부하는 한국 축구지만 아시아 챔피언에 오른 기억을 되돌리려면 47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아시안컵(아시아선수권대회) 원년이었던 1956년과 1960년 2연패를 거둔 후 한국은 번번이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다.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핌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올 7월7~29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4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11일)·바레인(15일)·인도네시아(18일)와 함께 B조에 속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이 올해 처음으로 치르는 A매치도 숫자 ‘7’과 관련 있다. 2월7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 풀럼의 홈구장인 크레이븐 카티지서 열리는 그리스와의 친선 평가전이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첫 출발선이다. 이날 박지성은 설기현(레딩) 이영표(토트넘)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총사들과 함께 유로 2004(유럽축구선수권) 우승팀 그리스를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특히 그는 이날 생애 일곱 번째 A매치 골에 도전한다.

 
‘맨유’에서 7번을 달 수 있을 것인가

 


박지성은 맨유서 시즌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해 아시안컵 2전3기에 나선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때는 준결승전에서 사우디에 패하며 3위에 그쳤고, 본 프레레 감독이 맡았던 2004년 중국 아시안컵 때는 이란에 패퇴하며 8강에 그쳤다. “2006 독일 월드컵 때 국민께 16강을 선물하지 못한 만큼 올해는 화끈한 승리를 안기고 싶다”라고 박지성은 말한다.
 아시안컵은 7월에 벌어진다. 숫자 ‘7’을 가슴에 품은 박지성이 행운을 끌어올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사람들은 7을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기독교권에서 7은 완벽함을 뜻한다. 이슬람은 지구와 태양,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다섯 개 행성 등 ‘일곱 개의 하늘’을 그리고 있다. 일본 토속 신앙엔 복을 가져다 주는 ‘시치후쿠진(칠복신)’이 있다. 힌두교 전통에서 ‘차크라’는 인체의 에너지가 모이는 일곱 군데의 혈(穴)을 가리킨다. 박지성의 맨유에서 등번호 7은 ‘매직 넘버’로 꼽힌다. 조지 베스트-브라이언 롭슨-에릭 칸토나-데이비드 베컴으로 이어지며 숱한 전설을 쌓았고, 현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달고 있다. 박지성은 언젠가 대표팀에서 7번을 달 듯, 맨유의 ‘7번의 전설’ 후계자를 꿈꾸고 있다.
2007년 한국 축구에 행운이 깃들 수 있을까? ‘7번의 사나이’ 박지성의 활약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