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다는 당신, 정신병 환자다
  • 정락인 편집위원 ()
  • 승인 2007.01.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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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 피해 의식 악의적으로 표출...묻지마식 '감정 배설'로 사이버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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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인터넷 등에 다른 사람이 올린 글에 대해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을 담아서 올린 댓글)’은 정신병적 현상이다. 한 악플러의 죽음이 이를 말해준다. ㅅ씨(당시 24세)는 포털 사이트에 심한 욕설과 성적 표현 등이 담긴 악플을 도배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그러다 인터넷 주소(IP)를 추적한 포털 사이트 업체가 글을 삭제한 후 악플을 달 수 없게 되자 2005년 6월 자살을 선택했다.
이제는 인터넷 사이트 어디를 가도 악플러들과 마주친다. 악플러의 세계에는 인신 공격과 ‘묻지마 폭력’만이 존재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악플러에 대해 ‘과시욕에 의한 관음증적 증상’이라고 정신병적 진단을 내렸다.
태릉성심정신과 문요한 원장은 “악플러들은 정신적인 피해 의식이나 열등 의식을 악의적으로 표출하는 수단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악플을 달면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쏟아낸다”라고 말했다. 형한테 계속 얻어맞는 동생이 아무 상관없는 강아지를 걷어차고 괴롭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때문에 악플러들은 아무 근거도 없는 내용을 장난 삼아 유포시킨다. 내용의 사실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타인의 글에 대해 분노하면서 상대편을 집중 공격하는 일에만 치중한다. 이런 현상을 정신학적으로 ‘오프라인 증후군’ ‘오프라인 콤플렉스’라고도 부른다. 오프라인에서 대인기피증이 있거나 내성적인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강한 활동성을 보이는 증상이다. 쉽게 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성격이 다른 이중 인격자를 말한다.


죽은 자 또 죽이는 ‘악플 폐인’의 비참한 삶


이러한 사이버 폭력은 악플러의 개인적 성향이 좌우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들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제외한 대상에게는 배타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같은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터넷상에서는 한 사람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여러 사람의 폭력적 행동에 노출되는 ‘인따(인터넷상에서의 집단 따돌림)’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의 폭력적인 행동은 심리적 배제, 명예훼손 등으로 표출된다. 인따가 단순 폭력과 다른 점은 특정인에 대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악플러들 때문에 지금 인터넷 바다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악플 대부분은 악플러의 ‘묻지마식’ 감정 배설이 주류를 이룬다. 악플러에게는 ‘도덕과 윤리’도 없고 ‘인권’도 없다. 그저 감정의 배설만 존재할 뿐이다. 악플러는 결국 ‘악플 폐인’으로 변해 비참한 일상을 살아야 한다.
자신을 악플러의 원조라고 소개한 30대 직장인 최 아무개씨는 “악플의 출발점은 댓글이다. 댓글은 네티즌의 의사 표시 방편이었다. 표현이 지나치다 보면 감정이 실리게 되고 결국 악플이 된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이 ‘악플 폐인’이라고 할 정도로 병적인 증상을 보였다고 말한다. 지금도 악플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최씨의 말이다.
지금까지 악플러의 공격 대상은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많았다. 공인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기업이나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 노사 관계로 인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악플이 쏟아지기도 한다.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상대 제품을 비방하는 전문 악플러도 있다.
악플러는 또 살아 있는 자나 죽은 자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숨진 개그우먼 고 김형은씨에 대해서도 민망할 정도의 악플이 달려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쌤통이다. 잘 뒤졌다’ ‘얼씨구 좋다, 좋아. 풍악을 울려라’ ‘지옥이나 가라 얼굴도 못생긴 게’ 같은 욕설이 난무했다.


임수경 공격한 악플러 대부분 지식인


악플의 대표 피해 사례는 지난해 떠들썩했던 임수경씨 아들 사망 기사다. 악플러들의 인신 공격적 언어와 폭력적 댓글이 임수경씨 아들 사망 기사에 집중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악플러들은 극단적인 욕설을 내뱉었다. ‘잘 됐다’ ‘너도 니 아들 따라 이 세상 하직해라’ 따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언어 폭력이 쏟아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악플을 단 사람들이 대다수 지식인층이었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 결과 악플러들의 신원이 대학 교수, 금융기관 및 대기업 간부, 자영업자, 주부 등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악플러는 또 탤런트 김태희의 ‘임신설’, 노현정의 ‘이혼설’ 같은 괴소문을 퍼뜨렸고, 트랜스젠더 가수 하리수, 개그우먼 이경실, 가수 비 등에게 상처를 주었다. 최근에는 스타들의 악플 대처법까지 소개되고 있다. 연예인들에 대한 악플러들의 공격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악플로 인한 피해자는 치명적 상처가 남는다. 증오감과 공포감에 시달리는 등의 정신병적 후유증도 앓는다. 4억 소녀로 알려진 김예진씨(23)는 스스로 “대인기피증에 걸렸다”라고 진단할 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악플 피해를 입었다는 회사원 이 아무개씨(27·여)는 “대중 앞에서 모욕을 당하면 심리적인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길 가다 모르는 사람한테 갑자기 욕을 먹거나 구정물을 뒤집어쓴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토로했다. 한때 주먹 세계에 ‘낭만파’가 있었듯이 악플러 세계에도 ‘낭만’은 존재했다. 인터넷 낭만파가 ‘주먹’을 무기로 사용했다면, 지금의 악플러는 ‘회칼’을 사용한다. 낭만파의 댓글은 의도적인 폭력이 아니라, 사회 문제에 대한 네티즌의 과도한 반응에서 나온 우발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살인적인 악플’은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무차별적이고 가학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 악플러들은 익명 뒤에 숨어서 서식하는 형태라 처벌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는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되어 악플 추적이 가능하다. 하루 방문자가 10만명을 넘는 포털 사이트가 그 대상으로 국내 4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다음·야후·네이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문제는 인터넷 실명제를 피한 악플러들의 대거 이동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악플러의 이동에 따른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법무법인 시민 한경수 변호사는 “악플은 분명한 범죄다. 남을 비방하거나 허위 댓글 등을 달 경우 형법 제307조에 의해 7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락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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