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오면 속눈썹 잘 씻어라
  • 이문신(안과 전문의, 관악연세안과 원장) ()
  • 승인 2007.03.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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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세안하고 콘택트렌즈 빼야 안전...결막염 생기면 즉시 치료해야

 
봄은 우리에게 희망과 생명 탄생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이 좋은 계절에 불청객이 찾아와 우리를 괴롭힌다. 황사가 바로 그 불청객이다. 더구나 올해는 몽골 지방이 건조한 탓에 더 자주, 더 심한 황사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걱정된다.
필자는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황사가 있을 즈음이면 가을 운동회에서 맡던 모래먼지 냄새를 먼저 느낀다. 지난 2월14일에도 모래먼지 냄새가 나서 이상하다 했는데 퇴근길 라디오 뉴스를 들어보니 올해 첫 황사가 온 날이었다. 어쩐지 자극성 결막염과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가 유달리 많았다. 언뜻 밸런타인데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저주인가 하는 잡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는 인공 눈물 더 많이 써야


황사는 기본적으로 사막과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토양 기원의 먼지가 주된 성분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의 산업화에 따른 대기 오염으로 인해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같은 자극성 성분과 규소·카드뮴·납·알루미늄 등 중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황사는 먼지 입자가 주는 물리적 자극과 자극성 성분으로 인한 화학적 자극을 동반한다. 특정 물질에 과민한 반응을 보여 발생하는 알레르기와 달리, 황사는 그 자체가 가지는 자극성으로 인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특히 안구건조증이나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더 불편을 겪는다.
황사가 올 때마다 “외출을 삼가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손과 눈을 깨끗이 씻으라”는 말을 방송에서 자주 듣는다. 이것이 황사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황사 부는 날 눈에 자극감을 느끼는 경우라면 세안을 하고 속눈썹 주위를 더 청결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속눈썹은 먼지나 작은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므로 황사 먼지가 잔뜩 걸러져 있는 곳이다. 속눈썹에 묻어 있던 먼지가 나중에 눈에 자극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꺼풀 주변을 닦아주는 약재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자극감을 느낀다면 인공누액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눈에 남아 있을 황사를 희석해준다. 인공누액의 성분에 따라서는 자극성 각막 상처를 해소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있다. 다른 증상 없이 자극감이나 이물감을 느끼는 정도라면 대부분 인공 눈물 정도로 충분히 해소된다. 그러나 혈관수축제나 스테로이드 성분의 미용 안약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안구건조증 때문에 인공 눈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용 횟수를 평소보다 20~30% 더 많이 해주면 좋다. 외부의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상태가 안구건조증이므로 결막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인공누액으로 눈에 자극을 주는 황사를 희석시켜 씻어주는 것만으로도 결막염 발생을 크게 예방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있는 사람들은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예방 효과가 있는 약재를 증상 발생 전에 미리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황사 성분 중 중금속의 경우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황사에 괴롭고 꽃가루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사를 비롯한 먼지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는 대표적인 사람이 콘택트렌즈 사용자이다. 소프트렌즈나 RGP 렌즈나 마찬가지이다. 꼭 콘택트렌즈를 끼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황사 기간에는 잠시 빼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꼭 사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렌즈 착용 때 사용 가능한 인공누액을 갖추고, 또 언제든지 뺄 수 있게 렌즈 용품을 챙겨 다니는 것이 좋다.
황사로 인한 자극성 결막염은 적절하게 치료만 해주면 수일 내에 쉽게 낫는다. 문제는 황사로 인한 자극으로 각막이나 결막에 손상을 입은 경우 2차 감염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 며칠이면 완치가 될 상태였을 것이 괜찮겠지 하고 방심한 때문에 세균성각막염으로 진행돼 치료도 몇 주일 이상 걸리고 시력 저하 등 후유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황사가 끝나고도 충혈과 자극 증상이 지속되거나 눈곱이 많이 낀다면 단순한 자극성 결막염이 아닐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는 하지만, 피하기도 즐기기도 어려운 황사 속에서 관리를 잘해야 초롱초롱한 눈을 간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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