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죽을 권리 찾기'
  • 조재민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4.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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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판결, 점차 관대해져...허용 국가도 증가 추세

 
태어난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죽을 권리’는 쟁취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지는 권리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아름답게 죽을 권리를 요구한다. 출생이 축복이듯이 죽음도 축복처럼 맞고 싶다. 죽음의 시간과 방법을 본인이 선택하고 가장 격조 높게 삶을 마감하는 이른바 안락사의 권리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프랑스 법원, 안락사 간호사에게 무죄 선고


안락사 논쟁을 처음 점화한 사람은 미국 의사 잭 케보키언이다.

 
그는 1백여 명을 안락사시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말기 암을 앓는 65세의 할머니에게 안락사를 시킨 의사와 간호사가 기소되었다. 현행 프랑스 형법에는 안락사를 도와준 사람은 최고 30년 징역형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형사법원은 독극물을 주사한 간호사에게는 무죄를, 안락사 처방을 내린 의사에게는 징역 1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프랑스 법원은 이 사건을 선고하면서 더욱 획기적인 결정을 했다. 기소 사실을 전과 기록에 등재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들이 의료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죽을 권리를 성문법 이전의 천부의 권리로 인정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에서 법은 늘 시대의 변화에 뒤져 있었으나 이번 판결로 한 발짝 다가선 셈이다. 프랑스는 2005년에 안락사 법을 고쳐 불치병 환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는 안락사를 허용했다. 환자의 동의가 없이 의사의 판단에 의한 안락사는 아직 금지되어 있다.
1980년 일단의 프랑스 인권주의자들은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ADMD)을 결성했다. 현재 회원은 4만명. 의술이 발달하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ADMD는 확산되고 이에 대한 인식도 변한다. 현행법은 죽을 권리보다는 이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행동을 어디까지 합법화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멋지게 죽을 권리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안락사를 법으로 인정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벨기에·네덜란드·스위스가 의사 또는 약사의 조력을 받아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오리건 주가 뒤를 따랐다.
안락사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가족들이 사랑하지 않는 환자를 빨리 죽도록 하기 위해 안락사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인권주의자들은 그러나 소수의 예외 때문에 죽을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심지어 안락사의 권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렇다고 자동차의 이용을 막을 수는 없다. 즉 자동차로 인한 사망 피해보다 교통수단이 제공하는 혜택이 더 크다는 논리를 안락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 철학자 한스 켈센은 법이 추구하는 정의를 ‘사회적 행복’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사회적 행복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에 안락사의 당위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프랑스와 미국의 헌법 그리고 유엔 인권헌장에는 죽을 권리에 관한 조항이 없다. 사회학자들은 조만간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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