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잠식된 신문사, 부채 '상상 초월'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4.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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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32개 일간지·잡지사·출판사·서점 '2006년도 실적' 긴급 입수·공개

지난해 인쇄 미디어 시장에서 신문·잡지·출판사들의 영업 실적은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린 반면 서점들은 어느 정도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시사저널>이 4월18일 입수한 국내 인쇄 미디어 업체들의 <2006년도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서점과 일부 잡지사를 제외한 대다수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실 기업들에 대해 구조 조정과 퇴출을 촉구해온 신문사 중 상당수가 자본 잠식 상태에 상상을 초월하는 부채를 안고 있음이 밝혀졌다.


조선은 파안대소, 중앙은 미소, 동아는 울상


 
<시사저널>이 입수한 11개 일간지(3월 결산 법인인 경향신문은 제외)의 지난해 영업 실적을 보면 조선·중앙·동아 빅3는 최근 수년간의 매출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매출에서 조선일보는 3천8백88억원, 중앙일보는 3천3백36억원, 동아일보는 2천8백41억원을 기록했는데 중앙일보가 2006년 대비 0.35% 늘었을 뿐 조선과 동아는 각각 0.06%·2.52%씩 감소했다.
순이익에서는 조선이 지난해보다 2백20%나 급증한 2백20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데 비해 중앙은 32억원, 동아는 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6%·35.9%가 각각 줄었다.
조선일보는 제조 원가를 1백82억원이나 줄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매출 정체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으며, 중앙일보 역시 판촉비 절감 효과로 인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판촉비 등 비용이 오히려 늘어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국민일보·세계일보·한국일보는 자본 완전 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백5% 늘어난 2천7백90억원으로 종합 일간지 매출 순위 4위로 껑충 뛰었다. 순익도 전년 대비 11배가 급증한 5백62억원을 올려 일간지 중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문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용산 시티파크 분양이 호조를 보인 덕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9백52억원 매출에 4백18억원의 순익을 올렸는데 영업이익에서는 엄청난 손실을 본 대신 서울 중학동 본사를 매각한 차익이 반영된 덕에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한국일보는 부채가 2천8백억원, 세계일보는 1천4백19억원에 이르러 납입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고도 1천7백97억원, 3백37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이다. 
일부 신문사들의 경영 실적이 이처럼 나쁜데도 막대한 부채를 불려가면서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들 신문사가 특단의 회생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에는 금융기관을 비롯한 채권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경·한겨레·문화일보·메트로 ‘알찬 경영’


한편 대다수 신문사가 고전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일경제는 1천7백18억원의 매출에 58억원의 순익을, 한겨레는 7백67억원 매출에 32억원의 순익을, 문화일보는 7백억원 매출에 30억원의 순익을 각각 올려 알찬 경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하철 무료 신문인 메트로도 3백39억원 매출에 34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네 회사 모두 일간지 시장의 틈새를 찾아 차별화된 신문을 제작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메트로의 경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8.9%로 부동산 매출 비중이 컸던 세계일보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서울신문사는 7백62억원 매출에 1백4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2006년 말 현재 자본 총계가 14억원에 불과해 납입자본금 4백15억원을 거의 잠식한 상태이다. 부채 비율도 1만1천%에 달하고 있다.
신문 <벼룩시장>으로 출발해 인터넷 벼룩시장·경인방송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미디어윌은 매출 1천55억원, 순익 80억원을 올려 매출·순익 모두 업계 선두에 올라섰다.

 


서울문화사·시공사, ‘잡지 지존’ 쟁탈전


 
그동안 잡지 업계에서 선두 다툼을 벌여온 시공사와 서울문화사는 각각 5백95억원, 5백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문화사는 <우먼센스>와 <에꼴> 등을, 시공사는 만화 잡지와 단행본 등을 발간하고 있다. 시공사는 원가 하락 덕을 보았지만 판매관리비가 늘어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들의 뒤를 중앙일보 계열 잡지사인 중앙M&B 4백85억원, <맘&앙팡>을 내는 디자인하우스 4백19억원, <엘르>의 아쉐뜨아인즈 2백15억원, <주부생활>의 학원사 1백39억원 등이 따르고 있다. 중앙M&B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판매관리비가 크게 증가한 데 영향받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디자인하우스는 웅진의 잡지 부문 인수에 힘입어 매출이 1백72억원이나 급증했다.
2004년 출범한 더북컴퍼니도 95억원의 매출과 13억원의 순익을 올려 호조를 보였다. 8개 잡지사들은 적자를 본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단행본 출판사들의 지난해 영업 성적은 업체별로 크게 엇갈렸다. 업계 정상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 전문 도서를 출간해온 삼성출판사는 5백6억원의 매출과 39억원의 이익을 올려 선전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계열사인 랜덤하우스중앙은 전년 대비 9.9% 줄어든 3백12억원의 매출에 29억원 적자로 반전했다. 매출은 줄어들고 제작 원가와 판매 관리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영 관련 서적으로 사업을 키워온 김영사는 2백87억원 매출에 28억원 순익을, 동화책 전문 출판사인 비룡소는 2백10억원 매출에 32억원 순익을, 어학 전문 출판사인 넥서스는 2백5억원 매출에 25억원 순익을 각각 기록했다.
김영사와 삼성출판사는 매출액 정체와 매출원가 상승, 판매관리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투자 주식 처분 이익이 발생해 당기순이익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룡소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반면 미디어코프는 전년도와 비슷한 2백4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원가 상승, 판매관리비 증가 등에 영향받아 당기 순손실이 1백78억원에 달했다.
서점들은 지난해 매출과 순익이 모두 증가해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교보문고의 경우 매출이 전년 대비 18.8% 늘어나 3천3백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순이익은 무려 13배나 급증한 54억원을 올렸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이십사 (YES24)는 1천7백68억원의 매출에 2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영풍문고는 1천2백44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순익은 9천5백만원에 그쳤다. 인터넷 서점 리브로는 자본 잠식 상태에서도 7백48억원의 매출에 1억여 원의 순익을 남겨 그런대로 의욕을 과시한 편이다.
동국출판유통에서 이름을 바꾼 북플러스는 도서 유통, 물류 대행 및 보관, 아웃소싱 전문으로 사업을 확대한 가운데 전년보다 30% 증가한 6백6억원의 매출과 2억여 원의 순익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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