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 사나이들, 1%가 부족했다
  • JES 제공 ()
  • 승인 2007.05.2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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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이영표·설기현·이동국의 2006~2007 시즌 성적표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4인의 행보는 널뛰기였다. 때로는 부상 때문에, 때로는 컨디션 저하로, 때로는 경쟁자에게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아들은 녹색 그라운드에 나서기만 하면 놀라운 기량을 발휘하며 팀내 입지를 굳혀갔다.
2년차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30·토트넘 홋스퍼)는 한층 성숙된 기량으로 팀내 중심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갔고, 올 시즌 데뷔한 설기현(28·레딩)은 무난히 프리미어리그에 녹아들었다. 시즌 중반 프리미어리그에 합류한 이동국(28·미들즈브러)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앞으로 활약을 미지수로 남겨놓았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차지였다. 박지성은 일본·네덜란드·잉글랜드 등 몸담은 3개 리그에서 모두 챔피언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았다. 더불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받는 주인공이 되었다.
사실 시작과 끝은 좋지 않았다. 박지성은 부상 악재에 시달려 시즌 초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고, 막판에는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박지성이 출전한 경기는 단 14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화려한 경기력으로 팀이 어려울 때 빛이 되었다. 박지성은 올시즌 5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내 입지를 굳혔다. 지난 시즌 33경기 출전, 1골 6도움에 비해 향상된 득점력으로 팬들의 이목을 받았다.
출전 1백66분당 한 골인 출전 경기 시간 대비 골은 프리미어리그 최상급. 또 18개 슈팅 중 유효 슈팅은 9개이고, 5개가 골 망을 흔들 정도로 골 성공률 역시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박지성의 활약은 단순한 수치 이상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경기 도중 박지성에게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는 라이언 긱스·크리스티아누 호날두·루이 사아·웨인 루니·폴 스콜스 등 동료들의 믿음이 더욱 커졌다는 점은 ‘맨유 맨’ 박지성의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이영표는 시즌 초 AS 로마(이탈리아) 이적설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 더불어 심봉다(프랑스) 베누아 아수 에코토(카메룬) 등 팀내 경쟁자에게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첫해 붙박이 왼쪽 풀백이던 이영표에게는 시련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영표에게는 난관을 이겨낼 실력이 있었다. 이영표는 올 1월 자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뒤 붙박이 주전으로 다시 일어섰다.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그 5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며 시즌 초 밀려났던 아쉬움을 털어냈다. 리그 21경기, 유럽축구연맹(UEFA)컵 4경기, 칼링컵 1경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5경기 등 총 31경기에 나서며 당당히 일어섰다.
올 시즌 이영표는 지난 시즌과 달리 수비 지향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적극적인 오버 래핑과 크로스 등이 감소했다. 그 결과 이영표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팀 주전 수비수로 안정된 수비력을 선보여 믿음을 이끌어냈고, 영리한 움직임은 다른 팀들이 탐내는 선수로 만들었다.


이동국, 2007~2008 시즌 기대할 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을 보낸 설기현의 수치상 성적은 27경기 출전 4골 4도움이다. 하지만 설기현은 시즌 데뷔전 맹활약으로 3-2 승리에 힘을 보태며 레딩 돌풍의 주역이 되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며 초반 연속 어시스트로 지난해 9월까지 2골 2도움으로 입지를 다지는 듯했다. 하지만 글렌 리틀이 복귀해 자리를 위협받았다. 지난 1~2월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를 잡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시즌 마지막 4경기에서 1골 2도움으로 마지막까지 레딩 돌풍을 이끌었다. 특히 시즌 최종전인 블랙번전에서 헤딩 동점골을 꽂아넣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설기현의 가치는 레딩이 올여름 이적 시장에 설기현을 내놓겠다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이적 시장에서도 통할 만큼 충분한 기량과 가치를 가진 선수라는 뜻이다.

 
다음 시즌 설기현은 새로운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이적된다면 새 팀에 적응하며 새로운 팀 동료들과 융합해야 할 것이고, 레딩에 잔류한다면 올 시즌 중 받은 오해를 풀고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해외 무대에 나서는 이동국은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성급한 마음보다 적응을 우선시하며 차근차근 프리미어리그에 융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전폭적 지지는 이동국의 든든한 힘. 사실 이동국의 프리미어리그 적응은 한층 수월할 수도 있었다. 지난 2월24일 레딩전에 후반 교체 출전해 때린 왼발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지 않고 골 망을 흔들었다면 자신감이 그에게 힘을 보탰을 것이다.
9경기에 나서 무득점이라는 것은 골잡이로서 낙제점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짧은 시간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프리미어리그 잔디에도 적응력을 키웠다. 특히 시즌 최종전인 풀럼전에서 활기차고 파워 넘치는 4개의 슈팅을 날린 것은 적응도가 높아졌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집을 키우며 수비수로부터 공을 지켜내기 위한 파워를 키워가는 점도 한층 성숙된 모습이다. 마지막 2경기에서 주전 경쟁자 야쿠부를 대신해 연속 선발 출전했다는 점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셀틱의 순스케 ‘눈에 띄네’
스코틀랜드 리그 우승 견인하며 올해의 선수상 받아

아시아 선수들은 대개 유럽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기량 부족은 둘째치고 아시아보다 경기 수가 현격히 많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운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 체력 문제와 부상으로 한 시즌을 온전히 치러내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4인이 팀 내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유럽 리그에는 한국인 4인 외에도 노력하는 아시아 선수들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활약하는 나카무라 순스케(일본). 나카무라는 셀틱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리그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 등 각종 시상에서 5관왕에 올랐다. 올 시즌 36경기에서 9골 12도움으로 어시스트왕에 오르며 최고 시즌을 보냈다.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최근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이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찰턴의 정쯔(중국)도 올 시즌 12경기에 나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박지성과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동팡저우(중국)는 주전이 다 빠진 첼시전에 나서 데뷔전을 치렀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맨체스터시티에서 뛰는 쑨지하이(중국)는 13경기에 나섰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잊혀갔다. 아인트호벤에서 네덜란드 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본 순시앙(중국)도 있다. 하지만 순시앙은 리그 종료 뒤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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