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달라도 너무 달라
  • 김홍렬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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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패턴으로 분석한 중산층/저소득층 비해 가치관·라이프 스타일 차이 뚜렷

 
중산층도 중산층 나름이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 서베이 리서치 센터가 지난 5월 공동 실시한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에도 등급이 있다. 소비 시장의 관점에서는 ‘4인 4색’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다.
이번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중산층은 예비 부유층, 전형적 중산층, 비판적 중산층, 생계형 중산층 등 크게 네 부류로 나뉜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에서 최연구원은 “중산층을 가구 월평균 소득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해서 나눴으며, 돈과 일에 대한 생각은 사회, 즉 외부에 대한 가치관을, 가족과 건강에 대한 생각은 개인과 자신 내부의 가치관을 의미한다”라고 전제했다.
여기서 중산층의 정의는 평균 총 가구 소득이 2백만원 이상부터 4백99만원 이하인 사람이라고 전제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규정한 중산층 분류 기준에 따르면 이 비중은 전체 국민의 약 49%에 해당한다. 2004년 조사(52%) 때보다 3% 정도 줄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절반은 중산층인 셈이다.

 
예비 부유층 - 사회적 성취 열망 최고


예비 부유층은 매월 4백20만원부터 4백99만원 사이의 수입이 있는 가구이다. 이들의 61%는 대도시나 대도시 근교에 거주한다. 서울과 경기 지역 거주자 비중이 가장 높다. 예비 부유층은 돈과 일을 중류층 4개 그룹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가족과 건강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예비 부유층이 사회적·성취 지향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예비 부유층 가운데는 맞벌이 부부가 85%를 차지한다. 또 싱글족의 32%, 20대의  11%가 예비 부유층에 속했다. 예비 부유층 그룹은 중산층 전체 수입 중 상위 30%의 소득을 점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중의 하’ 또는 ‘하의 상’이라고 평가한다. 예비 부유층은 조금만 더 스스로를 조이면 상류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부에 대한 열망이 다른 그룹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현재의 경제 수준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상대적 열등감도 존재했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이들의 열망은 사회적 성취감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또 예비 부유층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경제 지원이 다른 그룹보다 많았다. 반면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지원이나 정서적인 지원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성인 자녀가 결혼 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제 지원을 하는 경우가 45%에 달했고 자식들은 부모가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의견에 82%가 동의했다.
소비 시장 측면에서 예비 부유층은 부유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종한다. 그래서 소비 패턴은 특정 관심 분야에 지출을 집중하면서도 일반 제품은 철저히 가격과 품질을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자기 자신을 위해 즐길 것은 즐기고, 써야 할 것은 쓰는 세대라 할 수 있다. 그런 연유에서 예비 부유층에는 대중 시장을 선도하는 얼리 어댑터가 많았다.
또 예비 부유층 중에서 결혼을 거부하는 20~30대의 싱글족은 해외 선진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를 적극 수용하고 전파하는 트렌드 세터가 많다. 소비 시장에서는 특히 예비 부유층에 속하면서 신중년층으로 불리는 베이비 부머 세대에게 기대가 높은데, 그 이유는 이들이 조만간에 실버 소비 문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예비 부유층은 사회 교류를 중시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영향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50명 이상을 접촉하는 대외 활동가가 예비 부유층의 15%를 차지했다. 이들은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견해를 적극 피력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예비 부유층 그룹은 명예와 권위를 중시하는데 이는 상류 사회를 지향하는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비 부유층이 꿈꾸는 경제적 성공 속에는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자 하는 복합적인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형적 중산층 - 가족 건강과 자녀 교육에 관심 집중


전형적 중산층은 한 달에 3백50만원부터 4백19만원 사이의 소득을 얻는 그룹이다. 30~40대 부모와 취학 자녀로 구성된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전형적 중산층에 해당한다. 이들의 65%가 대도시나 대도시 근교에 거주한다. 이 자료는 공교롭게도 ‘도시 근로자 가구 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 3백76만4천원’이라는 통계청의 올해 1/4분기 자료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전형적 중산층은 일과 삶에 대해 균형 있는 가치관을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전형적 중산층에 해당하는 가정은 가장의 사회적 발전과 가족 건강, 자녀 교육 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인생 가치 기준으로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전형적 중산층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을 중시하는 예비 부유층과 달리 건강 다음으로 가족을 꼽았으며 마지막에서야 일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전형적 중산층은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평균’이라고 평가한다. 절반 정도가 자신의 소득이 평균 수준이라고 여긴다. 계층 귀속에서도 중간층이라고 인식하는 심리적 중산층이 81%에 달했다. 이들은 자본주의가 물질적 풍요뿐 아니라 빈부 격차를 상징한다는 객관적 사고를 갖고 있다. 전형적 중산층이 자본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인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그룹에서 엿볼 수 있는 가장 특이한 점은 부모와 성인 자녀 세대 간의 경제적 지원의 불균형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절반 이상의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적극적으로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현상은 예비 부유층과 비슷하다. 하지만 성인 자녀가 부모의 개인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은 다른 그룹과 달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전형적 중산층이 가족 동반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가족 친화적인 가치를 중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형적 중산층 그룹은 가족이 함께하는 여가 활동 비율이 높고 온 가족 저녁 식사의 빈도가 가장 높은 집단으로 가족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이 제일 뚜렷한 층이기도 하다.
또 전형적 중산층은 부부의 결혼 만족도가 4개 그룹 중 가장 높다. 남녀 관계나 결혼 등에 대해서도 가장 개방적인 사고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상 부인이나 혼전 동거 등에 대한 수용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그룹에 해당한다. 다양한 사회 생활과 문화적 경험, 성장기 자녀 양육 등을 통해 세태에 대한 정보 수준 및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소비 시장의 관점에서 이들은 대한민국 평균 소비자에 해당한다. 현재 생활 수준에 대해서는 비교적 만족하면서 일과 가족의 균형을 추구하는 소비층이다. 내구재와 일반 소비재, 서비스 등 다양한 범위의 가족형 상품에 지출이 많았다. 자녀 교육과 가족 건강이 최대 관심사인 만큼 이와 관련된 상품 판매가 큰 비중을 이룬다. 세대 간 교류에서도 가장 활발한 만큼 이들 계층의 중심에는 자녀가 위치하고 있다. 교육, 문화, 첨단 정보통신 등 자녀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높은 집단이기도 하다. 일반 내구재나 가족 단위 제품 등 구매 의사 결정에 자녀가 미치는 영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역시 새로운 대중 트렌드에 대한 관심과 수용도도 높았다. 한마디로 전형적 중산층은 변화하는 한국 가정의 가치관이나 소비 문화를 대표하는 개방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비판적 중산층 - 성공 욕구 낮고 사회·경제에 불만 높아


월 소득 2백70만~3백49만원 사이의 중산층을 비판적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평균 소득 3백만원에 해당하는 이들은 40대 이상 중년층 가구가 가장 많았다. 전형적 중산층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성취보다는 건강과 가족을 중시하는 개인·가족 지형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다른 그룹에 비해 돈에 대한 관심도는 최저였다. 비판적 중산층은 말 그대로 스스로의 경제적 수준에 대해 낮게 평가하는 층으로 스스로를 ‘하의 상’ 계층에 소속되어 있다고 인식했다.
특히 자신의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불만 잠재 그룹’이라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 보유자의 비중이 높으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 큰 벽이 존재한다고 인식한다.
이들 그룹이 사회·경제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빈부 격차와 부정부패를 낳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판적 중산층은 고소득층이나 특권층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은 그룹이기도 하다. 예비 부유층이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높은 데 반해 이들 그룹은 사회적·물질적 성공에 대한 욕구가 낮은 체념형 중산층에 해당했다. 개인의 현재 수준이나 외부에 대한 불만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발전을 위한 적극적 활동은 적었다. 또 비판적 중산층에는 비사회적이며 비사교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최근 현대 도시에서 새롭게 주목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나 ‘우울한 소비자’층이 단적인 예다.
이들은 상품에 대한 관심과 욕구는 잠재하지만 심리적 여유가 부족해 소비에서도 불만이 혼재한다. 전반적으로는 사회, 자본주의, 대기업 등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잠재된 불만을 쉽게 표출하지 않는 냉소적인 소비층이기도 하다.


생계형 중산층 - 돈과 건강 중시하는 심리적 저소득층


생계형 중산층은 월 소득 2백~2백69만원 사이의 저소득 경계층에 해당하는 그룹이다. 보고서에서는 편의상 저소득층을 월 소득 2백만원 미만이라고 분류했다. 생계형 중산층은 50~60대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이다. 생계형 중산층의 42%는 소도시나 시골에 거주한다. 중산층이 자기자본을 갖고 일정 수입을 얻는다는 개념에서 놓고 볼 때 자영 농민도 생계형 중산층으로 분류될 수 있다. 생계형 중산층은 일상 생활에서 돈과 건강을 중시하는 ‘생존 지향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사회적 발전 의욕이 가장 낮은 집단으로 일에 대한 중요도도 최저이다. 일반 저소득 가구와 노인층 가구의 현실적 욕구가 그대로 반영된 계층인 셈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인식하는 심리적 저소득층이기도 하다. 이 그룹은 4개로 분류한 중산층 그룹 중에서 자신의 경제 수준 평가에 대해 가장 낮게 평가했다. 생계형 중산층 가운데 60%는 자신들이 평균보다 낮다고 인식한다. 이들은 여전히 저소득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80%에 가까운 가구가 저소득자의 세금이 많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생계형 중산층은 성 역할, 가족관 등에서는 보수적 입장을 보인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와 성 역할, 이혼에 대해 가부장적인 가치관과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생계형 중산층은 가격에 민감한 보수적인 소비 집단이다.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제품보다는 일반적이거나 전통적인 제품을 선호한다. 가격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은 소비층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실버 소비층으로 경제적으로 큰 걱정은 없지만 풍요로운 생활은 불가능한 50~60대 연령층도 생계형 중산층에 포함된다. 이 계층은 시골 거주 비율이 높아 소비 접근성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 대도시 소비자에 비해 유통, 제품 선택 범위가 협소하고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제품 및 소비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 수준도 낮은 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류한 것처럼 우리나라 중산층 시장은 덩지가 크고 다양하다. 동질성이 높은 고소득층이지만, 저소득층에 비해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점은 4가지로 분류한 그룹별로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최순화 연구원은 “국내 중산층에 대해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책을 내세우면서 중산층이 소외를 받아왔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중산층에 눈을 돌리고 국가 성장을 위한 티핑 포인트로 삼아 중산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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