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육탄전’, 거침없는 추락
  • 오윤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16 13: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박근혜 검증 싸움, 지지도 동반 하락 불러…한나라당 지지율도 50%대로 ‘뚝’

 

옛말이 그르지 않다. 매에 장사가 없다고 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이 그 꼴이다. 국민을 아랑곳하지 않는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의 피투성이 싸움이 끝내 화를 불러올 조짐이다. 일부 언론과 박근혜 후보측의 ‘몰매’에 견디지 못한 이명박 후보측이 언론과 박후보 진영 인사들을 검찰에 고소해 검찰을 대선 후보 경선 안방까지 끌어들이더니 이제는 고소를 ‘취하한다’ ‘못한다’라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고소 취하 여부를 떠나 이후보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지풍(地風)’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5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지 오래이고, 일부 언론의 기획성(?) 융단 폭로와 박후보측의 가세로 ‘문제투성이 인물’로 각인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박후보가 그 덕을 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후보 지지율이 하락하는 만큼의 과실도 거두지 못했다. 두 후보가 피투성이가 되는 사이에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사저널>이 7월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지지율 합계는 56.6%이다(이명박 34.3%, 박근혜 22.3%). 두 후보 지지율이 70%를 넘었던 때를 돌이켜보면 앞날이 ‘불길’하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50%를 넘나들지만 이는 범여권이 분열되고 해체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범여권이 대통합에 성공할 경우에도 한나라당이 높은 지지율을 누릴지는 미지수다. 결국 두 후보 간 혈전은 본인은 물론 한나라당을 곤경에 빠뜨리고 나아가 대선 판도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이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검찰에 고소한 대상은 경향신문과 박근혜측 유승민·이혜훈 의원, 서청원 상임고문이다. 이후보의 부동산 은닉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3건이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했다. 특수부는 계좌 추적을 통한 부정·비리 수사가 전문이다. 고소 사건을 수사한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이 터져나올지 모른다. 이후보 진영은 사색이 되었다. 박후보측은 환호했다. 이후보측이 “제 손으로 제 눈을 찔렀다”라는 것이다.
오를 기미 없는 박근혜 후보 지지율
고소를 취하하자니 “뒤가 구린 게 아니냐”라는 여론이 무섭고, 취하하지 않자니 특수부가 버티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강재섭 대표가 ‘고소 취하’ 해법을 제시했다. 원로들도 가세했다. 못 이기는 척, ‘취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캠프 내에서 취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최대한 부풀려 언론에 전달하는 기술도 발휘했다. 마지못해 한다는 투이다.
이후보의 처남 김재정씨는 “취하하지 못하겠다”라고 거부했다. “의혹이 제기된 재산은 1999년 대검 중수부 조사를 통해 모두 내 재산으로 밝혀졌으며, 단 1%도 이후보와 관련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라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이후보가 고소를 취하한다 해도 이후보를 겨냥한 폭로나 의혹 제기는 계속될 것이다. 김씨가 고소한 뒤에도 이후보 친형들의 이천 땅 투기 의혹, 처남의 동부이촌동 호화 아파트 전매 의혹이 꼬리를 물고 나왔다.
워낙 은밀한 자료들이 터져나와 이후보측은 ‘어딘가 자료를 제공하는 공장이 있다’라고 의심하는 눈치이다. 처남이 고소를 취하한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이 이후보를 고소한 것도 있고, 소설가 김진명씨까지 이후보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뒤지고 싶은 것은 뭐든지 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후보측에서 고소 취하 가능성이 전해지자 김성호 법무부장관은 “고소를 취하하면 수사를 중단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후보측이 검찰을 휘젓고 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보측에 한 가지 위안될 만한 것이 있다면 검찰이 언론과 열린우리당에 의해 공개된 이후보 관련 각종 자료와 정보에 대한 출처 수사다. 이후보의 위장 전입 의혹 제기의 증거 자료가 되었던 이명박 일가의 주민등록초본이 수상한 경로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측에 넘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신원 불명의 인물과 일간지 현직 기자가 등장한다. 김의원이 기자로부터 초본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국세청과 행자부 전산 자료에 접촉한 주체를 파악하는 일이 진전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만약 전산 자료가 집권 세력이나 언론에 의해 빠져나간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이후보측은 탄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 ‘정치 공작’으로 몰고 간다는 전략이다.
이후보측이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한 정부 기관 보고서를 박후보 진영에서 먼저 입수한 사실과 관련해 대대적인 공세를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보고서를 입수한 방석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유승민 의원에게 전화로 보고서 존재만 알렸다는 박후보측 주장은 신빙성이 약하다. 방교수는 오래 전부터 박후보 측근이었고, 박후보 진영은 보고서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고서 존재만을 알려주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후보측이 ‘공작’으로 몰고 가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하튼 이후보측은 청와대-박근혜 커넥션을 물고 늘어지면서 ‘신종 정치 공작’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후보가 의혹에 매몰되고 갈짓자 걸음을 계속하자 박근혜 캠프는 살판이 났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7월 중 지지율이 역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안에는 ‘벌써 박후보 지지율이 30%를 넘었다’ ‘ARS 전화 조사에서는 역전되었다’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후보측이 고소를 취하하기로 한 날 박후보 진영에서 나온 공식 반응은 ‘켕기는 것이 있느냐’라는 비아냥이었다.
박후보측 김재원 대변인은 “지금 대의원과 당원 등 선거인단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비당원들로 구성된 산악회니 포럼이니 극도의 혼탁상을 보이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 금품 선거가 우려된다”라고 주장했다. 박후보측의 또 다른 인사는 “이후보측이 전국적으로 돈을 쓰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금품 살포’로 몰아가는 시나리오다.
과연 이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만큼 박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박후보측의 주장대로 곧 지지율이 뒤집어질 것인가. 아직은 그런 흔적이 없다. 한때 박후보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이내 내려갔다. 또 미디어다음과 리얼미터 등의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5.7%포인트, 7.8%포인트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기는 했다. 6월 중순이다. YTN 조사에서는 4%대로 좁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6월30일 조선일보와 SBS, 동아일보, MBC 등이 의뢰한 조사에서는 격차가 최소 11%포인트, 최대 15%포인트로 나타났다.
이후보 지지율은 40%대에서 30%대로 내려섰다. 현재는 그 이상 올라가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형세이다. 박후보측의 기대대로라면 추락한 이후보 지지율 중 어느 정도는 박후보에게 옮겨왔어야 했다. 그러나 박후보 지지율 중 가장 높게 잡힌 것이 27.6%(조선일보 6월30일)이다. <시사저널> 7월10일 조사 결과는 박후보에게 더 절망적이다. 이후보 34.3%, 박후보 22.3%다. 이후보가 검찰 고소를 취하할지 말지 안절부절못할 때 실시한 조사 결과다. 특히 서울에서 이명박 44.3%, 박근혜 17%이고 경기에서는 이명박 36.5%, 박근혜 21.9%를 기록했다. 박후보로서는 수도권을 공략하지 못하고는 어떤 의혹을 제기해도 이후보를 추월하기 어렵다는 계량적 증거이다. 범여권이 각종 의혹 제기로 이후보 낙마를 꾀하는 이유가 수도권 지지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기도 하다.
박후보가 이후보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는지 모른다. 쩔쩔매는 이후보로부터 등을 돌리는 유권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이명박으로는 대선 필패’라는 메시지가 먹히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박후보측의 계산대로라면 한나라당 대의원들도 요동쳐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잡히지 않는다. 중앙일보 7월9일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대의원의 47.9%가 이명박 지지, 42.3%가 박근혜 지지로 나타났다.


범여권 주자만 ‘반사 이익’

 

이명박·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36.6% 대 29.4%로 격차가 7.3%포인트로 좁혀졌다며, ‘이명박의 위기’로 진단한 내일신문 7월 8, 9일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층의 지지율은 이명박 49.0%, 박근혜 38.7%로 나타났다. 박후보측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박후보의 지지율이 현재처럼 30% 선을 훌쩍 뛰어넘지 못한다면, 결국 이후보 지지율이 30% 이하까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니 ‘이후보에 대한 무차별 공격만이 유일한 전략’(강용식 전 의원)이 되는 것이다.
내일신문 조사에서 손학규 전 지사 지지율은 9.8%로 ‘마의 10% 벽’ 돌파를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14.9%)와 40대(11.8%), 부산·경남(11.2%)과 호남(13.4%), 화이트칼라(17.6%)에서 지지율이 높다. 이후보로부터 빠져나간 지지율이 손 전 지사 쪽으로 일정 부분 옮아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두 사람 간의 검증전이 범여권만 즐겁게 해주는 일이 되고 말았다.
국민들은 이해찬 전 총리가 ‘이명박·박근혜는 플라이급이나 라이트급밖에 안 된다’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최소한 미들급은 된다. 한 방이면 그냥 간다’라고 주장할 때만 해도 허풍으로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간 검증 공방이 가열되고, 이후보 관련 의혹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이 정도 상황은 2002년 대선 때보다 훨씬 쉽다’라고 말한 이 전 총리 발언이 사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이다. “한나라당 두 후보에 대한 중요한 자료들을 우리가 갖고 있다”라는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의 주장은 ‘뭔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라는 의구심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한나라당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후보 눈앞에 청와대가 어른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문화일보 6월 정례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 가운데 누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크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명박 47.3%, 박근혜 17.2%라는 응답이 나왔다. 이후보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선두 주자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한 꼴이다.
그렇다고 2위 주자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박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도 예고되어 있다. 정수장학회 원소유주 후손과 영남대에 강제 합병된 대구대 설립자 후손이 박후보를 상대로 낸 고소에 따른 것이다. 이후보의 경우처럼 고소 취하 여부를 박후보 쪽에서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 역시 특수부에 배당했다. 이후보에 대응하는 유력 후보가 어떤 타격을 입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이젠 국민들이 한나라당 경선에 짜증내기 시작했다. 싸우는 꼬락서니를 보니 대선 승리가 틀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개탄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당 지지율이 높으니까 내부의 적만 처리하면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두 후보 진영을 비난했다. 아직 진짜 적은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고 있는 꼴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