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만난 맥주, 톡 쏘는 ‘하투’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07.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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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오비 ‘양강’에 수입 맥주 등 가세해 ‘여름 혈전’…이벤트 대결도 치열

 
맥주 업계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치열한 시장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신제품 개발, 다양한 프로모션, 별동대 가동, 튀는 이벤트 등을 펼치며 제품 알리기에 불을 붙였다. 여름 빅 매치를 펼치고 있는 곳은 국내 맥주 업계 1, 2위를 겨누는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 여기에 수입 주류 회사들과 자가 맥주를 만들어 파는 호텔 전문점까지 가세해 ‘애주가’ 끌기에 안간힘이다.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신제품 ‘맥스’와 ‘카스레드’를 내놓고 기선 잡기에 나섰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하이트맥주. 여름에 맞춰 내놓은 ‘맥스’는 옥수수 전분이 섞인 다른 맥주와 달리 완전 보리만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아로마호프보다 비싸지만 깊은 맛인 캐스캐이스 호프를 써 보리 맥주 특유의 맛과 향을 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맥스 고객이 늘어 판매량이 예상을 웃돌고 있다. 올해 월 60만 상자 이상 팔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이트맥주는 또 최근 프리미엄급 신제품 ‘S’도 내놓았다. 식이섬유(100㎖당 0.5g)가 들어 있어 체형 관리에 도움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알코올 도수는 4도. 맥스가 프라임 맥주의 후속작인 것처럼 S는 엑스필 맥주를 이어갈 술이다.
이에 오비맥주도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 3월 고 알코올(6.9도) 맥주 ‘카스레드’를 개발해 경쟁에 들어갔다. 카스맥주의 특성인 ‘짜릿한 맛’을 강조한 술로 국산 맥주로는 최고 도수이다. 톡 쏘는 맛으로 ‘술 발’이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맥주(알코올 4.5도)보다 독해 적은 양으로도 빨리 취해 ‘주당’들로부터 인기 있다. 순해지는 술 시장에서 도수가 높은 맥주를 내놓고 남성 술꾼들을 상대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카스레드는 지난 3월15일 선보인 뒤 석 달 만에 1백67만 상자(5백㎖×20병)가 팔렸다. 올해 목표 1백50만 상자를 넘어선 것이다.
오비는 이어 지난 6월 술 온도를 0℃로 낮춘 카프리생맥주도 개발해 7월부터 팔고 있다. 카프리생맥주 업소의 특수 냉각 기술을 이용한 맥주로 여름 특수를 겨냥한 것이다. 생맥주 업소들이 0℃에 가까운 온도를 맞추기 위해 잔을 얼리거나 테이블에 냉각 장치를 설치하는 경우는 있지만 맥주 자체 온도를 낮추는 방식은 국내 최초이다. 오비는 생맥주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대 층을 대상으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냉각 장치를 카프리 업소에 설치해주고 생맥주 기기에 얼음을 형상화한 유리 장식도 달아 손님들이 쉽게 알고 주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문 업소도 올해 중 2백 곳 이상으로 늘린다. 카프리는 지난해 2천7백31만ℓ(약 2백73만 상자, 5백㎖ 20병 기준)가 팔려 프리미엄 맥주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시동을 걸어온 맥주 업계 ‘여름 대전’은 장마가 끝나고 피서철이 시작되는 7월 하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품 개발 경쟁에서 이제는 마케팅 전쟁으로 번져가는 분위기이다. 선수를 친 곳은 역시 하이트맥주. 하이트는 ‘신선도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처음 도입한 ‘음용 권장 기한 표시제’를 발전시켜 제조일로부터 3백65일(병 맥주, 캔 맥주)이나 1백80일(페트병 맥주) 기한이 지난 맥주를 바꿔주며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영남권 고객들을 위한 대대적인 시음 행사를 갖는다. 오는 9월까지 대구·부산·울산 등 영남 지역 주요 도시의 중심 상권에서 주말과 공휴일에 세 가지 카스 브랜드를 입맛대로 골라 마실 수 있게 한다는 것. 이색 행사를 통해 20만명 이상의 소비자들에게 카스 브랜드 물량을 퍼붓는다. 오비는 또 최근 영·호남 시장 개척에 뛸 대학생 홍보 대사 1백20명을 뽑았다. 이들은 1년간 부산·대구·광주에서 카스맥주 시음 행사장을 돌며 마케팅 활동에 나선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맛과 개성이 뚜렷한 카스, 카스 아이스라이트, 카스레드 맥주 특성을 현장에서 확인시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비방·허위 광고 등 과열 경쟁으로 눈총도
수입 맥주 회사들도 하이트와 오비가 쥐고 있는 시장 틈새를 비집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수석무역. 이 회사는 최근 국내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2백50ml 캔 맥주 ‘크로넨버그 1664’를 내놓았다. GS25 편의점을 통해 독점 공급되는 이 맥주는 프랑스 및 서유럽에서 시장점유율 1~2위를 하는 신제품으로 벌꿀 향이 난다. 제조국인 프랑스 이외에서 팔리는 나라로는 우리나라가 첫 번째다. 수석무역은 용량이 큰 5백ml 제품도 들여와 팔 예정이다. 값은 2백50ml 2천4백원, 5백ml 3천4백원으로 비싼 편이다.
류호준 수석무역 마케팅본부장은 “이들 맥주는 젊은 층을 겨냥한 전략 상품이다. 작은 크기의 캔 제품은 과음이나 배부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계 맥주 회사인 하이네켄코리아는 7월1일부터 3주일간 하이네켄을 파는 전국 3천여 바와 대형 할인마트에서 암스테르담 관광 기회를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응모권 추첨으로 10명에게 네덜란드 ‘하이네켄 체험관’ 등을 돌아보게 하면서 맥주를 홍보한다. 
조선호텔이 직영하는 국내 최초의 하우스 맥주 전문점인 오킴스 브로이하우스도 지난 6월 하순 개점 5주년을 맞아 새로 내놓은 맥주 ‘골든 에일’ 알아맞히기 행사를 가졌다. 고객들이 눈을 가린 채 ‘골든 에일’ 맛을 보고 새 제품을 찾는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골든 에일’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황금빛을 띤 맥주다.
맥주 회사들의 시장 싸움은 가끔 도가 지나쳐 말썽을 빚곤 한다. 하이트맥주가 지난 5월30일 오비맥주에 대해 비방·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9~10월 충청 지역과 고속도로 요금소 등지에서 오비맥주를 겨냥해 “외국 자본의 먹튀” “외국 열강들의 배만 불려주고 이익금만 빼간다” “유상 감자로 차익 챙기고 세금은 회피”라는 표현을 쓴 전단을 돌리고 현수막을 내건 혐의다. 하이트맥주는 또 객관적 근거 없이 “오직 하이트만이 우리나라 우리 맥주” “100% 국내 자본 기업”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기준 하이트맥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33.2%다.
외국 맥주 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이네켄 등 유럽 맥주 회사들도 올봄 가격 담합으로 EU(유럽연합)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 좋은 사례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에서 하이트맥주는 61.3%(매출액 1조9천8백31억원), 오비맥주는 38.7%(1조2천5백36억)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주거니 받거니 ‘따라 하기’ 광고

맥주 업계의 ‘따라 하기식’ 광고전이 한창이다. ‘상대방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이른바 ‘미 투’(Me Too) 광고이다.
하이트맥주는 ‘내가 살아 있는 소리’라는 슬로건으로 7년째 신인 모델을 기용하고 있는 카스맥주의 광고 컨셉트를 접목시키고 있다. 광고 슬로건은 ‘오픈 업’(open up). 마음을 닫은 젊은이들에게 맥주 뚜껑을 열 듯 마음을 열라는 메시지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새내기 모델을 썼다. ‘프리미어 리거’ 박지성 선수 등과 같은 스포츠 스타를 기용했던 것과는 다르다. 광고 포털 사이트 등에는 카스와 하이트 광고가 비슷하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신제품 맥주 광고도 비슷하다. 하이트맥주가 장동건을 맥스 모델로 내세우자 카스 아이스라이트는 영화배우 조인성을 등장시켰다. 톱 모델에는 같은 급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이런 흐름에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미투 광고가 업계 트렌드를 끌고 갈 수 있는 반면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와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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