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폭탄에 휘청이는 ‘소문의 섬'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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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5조원 보상금 후유증으로 만신창이…무연고 묘 파헤치는 ‘사냥꾼’ 바글바글

 
기회의 땅 영종도가 5조원의 보상금 폭탄이 터지면서 만신창이로 변했다. 주민들은 보상금을 놓고 토지공사, 인천시 도시개발공사와 마찰을 빚은 지 오래이다. 외지인과 주민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보상금을 노린 각종 브로커들까지 활개를 치면서 영종도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보상금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극소수 주민들은 수백억대를 챙겨 벼락부자가 되었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넉넉지 못한 보상금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1차 보상금 전쟁이라고 불린 ‘토지 보상’도 겉으로는 마무리되었으나 불씨는 여전하다. 전체 5백78만평 중 60여 만평이 보상을 완료하지 못했다. 보상 액수에 불만을 품은 5백20여 명의 지주들이 보상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시지가의 5백% 이상 보상과 이주·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인천지방법원에 3백80여 건의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영종도 토지 보상 대상 땅 주인은 5천8백50명. 이 가운데 영종도 주민은 28%인 1천6백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지인들이다. 보상 순위 상위 30명(총면적 1백14만4천4백28평)이 가져간 돈은 7천8백90억여 원. 보상금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대한항공으로 2천37억원(평당 1백69만원)을 받았다. 매각 차액만 1천1백37억여 원을 남겼다. 한진중공업은 중산동 일대 5만3천4백2평을 구입해 보상금으로 9백10억원을 받았다.

보상 합의 않은 지주들, 행정소송으로 버티기

개인으로는 6백4억여 원을 받은 ㅈ씨(인천 북구)로 나타났다. ㅈ씨는 인천 중구 중산동 잡종지 2만5천6백91평이 수용되었다. 염전 등 6만6천9백9평을 소유한 ㄱ씨(서울 마포구)와 7만2천3백14평을 소유한 ㅎ씨(서울 서대문구) 부자도 각각 5백31억원과 7백15억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고액 토지 보상자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받은 사람(법인 포함)은 24명으로 밝혀졌고, 10억원 이상 수령자도 7백11명에 달했다. 보상자 상위 30위 가운데 법인을 뺀 외지인은 14명이다. 서울 지역의 한 구청장도 100억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받았다.
영종도 신도시 사업지구 내 지장물에 대한 보상은 지난 7월부터 시작해 50% 정도를 마친 상태이다. 지장물에는 사업지구 내의 건물, 공작물, 시설, 나무, 농작물 등이 포함된다. 앞서 실시한 토지 보상은 보상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지장물은 얼마든지 에누리를 만들 수 있다. 즉 지장물을 급조해 보상 신청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영종도의 지장물 실사는 지난 9월께 마무리 되었다. 지금은 지장물 소유자와 보상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런데 지장물과 관련한 잡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몫을 노리는 보상금 브로커들이 영종도에 몰려들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중 가장 극성을 부린 것이 장묘 브로커들이다. 일부 언론에는 주민들이 보상금을 노리고 무연고 묘를 파헤친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전문 ‘보상금 사냥꾼’들이 관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장묘 브로커들이 영종도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 3~4월께. 이들은 사업지구 내를 돌면서 연고가 없는 묘지들을 찾아냈다. 오래된 묘지나 관리자가 없는 묘가 있으면 자신들의 조상 묘인 것처럼 허위 신고한 뒤 분묘 이장 보상금을 타냈다.

 

장묘 브로커 유 아무개씨(56)는 운북동 인근의 연고가 없는 묘지들을 찾아낸 후 유골을 화장시켜 분묘 이장 보상금으로 1억8천여 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챙겼다. 브로커 정 아무개씨(53) 등 브로커 19명은 무연고 묘의 유골을 꺼내 화장했다. 이들은 유골을 화장한 뒤 12억원의 보상금을 챙겼다. 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는 해당 장묘 업자들에게 보상금 전액을 환수하기 위해 가압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만약 재산 실사에서 재산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환수 자체가 불가능하다.
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제시하고 있는 지장물 보상 기준은 2006년 12월6일 이전에 설치한 시설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영종도가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2003년 8월. 보상금을 노린 가건물이나 조림수를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는 기간이다.
<시사저널>이 영종도 신도시 사업지구를 둘러보니 정체불명의 가건물과 조림수들이 상당수 심어져 있었다. ‘보상금을 노린 조림수’로 의심되는 나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조림수의 경우 수령·수량 등에 따라 감정 평가를 해서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항공 촬영 사진을 근거로 해서 보상 기일 내의 것만 지장물로 인정해서 보상한다”라고 말했다.
지장물과 관련한 마찰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자영업자들의 영업권에 대해 3개월만 보장하겠다고 통보한 상태이다. 자영업자들은 ‘3개월 영업권’가지고는 생계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진원 운남사업자연합회 회장은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순수익 기준으로 영업권 3천만원, 지장물과 이주비를 합쳐 약 8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돈으로는 카센터를 차릴 수가 없다. 최소한 20개월분 2억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 다른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허가 받지 않은 증·개축 지장물에 대해서도 보상을 원하고 있지만, 토지공사와 인천 도시개발공사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지장물 외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운남동에 사는 한 아무개씨는 “1989년 이전에는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증·개축이 금지되었다. 낡아서 다 쓰러져 가는 집을 부득이하게 고쳤는데, 불법 건축물이라고 보상을 안 해준다고 한다. 집에 물이 새는데 가만 있어야 하느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의 이주 대책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주민들은 영종도 주변 부동산 값이 너무 비싸 오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시행자측에 가이주 단지를 조성해주거나, 차선책으로 전세 자금 지원 등의 이주 지원책을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최인성 영종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이주 택지 공급 후 실제 입주까지 4~5년 동안 원주민들의 주거 대안이 충분하지 않다. 단순 가옥 소유자와 세입자 등에 대한 보호 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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