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중 2강’이냐 ‘3강’이냐
  • 김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11.2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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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막바지 7대 관전 포인트 /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여권보다 한나라당이 더 커

 
이제 대선까지는 불과 20일 남짓. 2007년 대선은 어디로 향하는가. 막바지 대선 판세를 점검해본다. 우선 민심의 지표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BBK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과 김씨 가족의 잇단 공세 이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타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1월21일 ‘조인스 풍향계’가 전국(제주 제외)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백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95% 신뢰 수준, ±3.5%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이후보의 지지율은 35.9%를 기록했다. 김씨의 귀국(16일) 전인 지난 11월14일에 비해 8.5%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이후보에 이어 이회창 후보는 5.1%포인트 상승한 19.7%로 2위를 기록했으며,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3.3%포인트 오른 14.2%였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5.3%,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2.8%, 민주당 이인제 후보 1.3%,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0.2% 순이었다. 결과적으로 1위인 이명박 후보와 2위인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주일 만에  29.8%포인트에서 16.2%포인트로 줄어들었다.
 CBS 조사(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4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95% 신뢰 수준, ±3.1%포인트)에서도 이후보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39.3%를 나타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역시 지난주보다 소폭 하락한 18.1%를 기록했고, 신당 정동영 후보가 13.5%,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7.0%,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2.3%, 민주당 이인제 후보 1.3% 순이었다. 주목할 것은 조인스와 CBS 조사에서 부동층이 각각 20.6%와 16.6%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향후 BBK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지지율 변동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2007년 대선 판세를 가를 변수는 무엇일까? ‘17대 대선  7대 관전법’을 정리했다.

1. 대선의 시대정신 보수냐? 진보냐?  

총선이 선거 당시 집권 정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면, 대선은 철저히 구도 싸움이다. 즉, 어떻게 판이 짜여지냐가 승패를 가른다. 여기에 대선을 관통하는 이른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작동한다. 2007년 대선 구도는 일단 ‘1강(이명박) 2중(이회창·정동영) 3약(권영길·문국현·이인제) 구도’로 출발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수 쪽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진보 쪽인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간의 3자 대결로 흘러갈 것이다. 혹시 정동영 후보가 문국현 후보나 이인제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한다 해도 ‘단일화의 극적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문국현·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이 미미해서이다.
‘이명박-이회창-정동영’ 3자 구도로 보면, 보수가 분열되었으니 보수 쪽 후보들이 불리할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상황이 다르다.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부패하고 무능한 진보 정권 종식’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 쪽 지지층과 진보 쪽 지지층이 약 7 대 3, 6 대 4 비율로 갈린다. 이것이 이른바 ‘노무현의 그림자’이다.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도무지 20%선을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가 ‘호남이라는 마이너리티 지역 출신’이라는 약점도 있지만, 바로 ‘노무현 트랩’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하듯, 이회창 후보의 출마가 “정권 교체를 막는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60~70%에 육박하는 보수층 지지자들은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 사이에서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다. 이명박 후보에게 이회창 후보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보수층을 긴장으로 몰아 ‘확실하게 될 후보에게’ 표를 더욱 응집시켜 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아직 안갯속이지만 ‘정권 교체는 당위’라고 분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선거 막판 양이(兩李) 중 어느 한쪽으로 보수층이 결집해 정동영 후보와 양자 대결 구도가 된다 해도, 정후보가 ‘노무현 프레임’을 극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설과 잇달아 터지는 의혹들

 최근 이명박 캠프 쪽 인사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공직자선거법 11조. 검찰의 BBK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11월26일)을 넘길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는 대선 후보 등록 이후로 넘어가 이후보 신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안심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11조에는 “대선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던 법사위원장 출신인 현경대 한나라당 고문도 “발표 시기가 늦어질 경우 사실상 기소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수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상황이 고려되고 선거법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이후보 기소와 소환 절차는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 이후보로서는 훨씬 유리해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실상의 수사 종결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법리적 해석일 뿐이다.
 이명박 후보의 기소가 대선 등록일을 넘기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은 전무해졌다. 그러나 BBK와 관련해 주가 조작, 횡령, 돈세탁, 차명재산 보유 의혹은 끊임없이 이후보의 지지율을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검찰이 기소는 하지 못해도 혐의를 입증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보수층은 흔들릴 수 있다. BBK 외에도 이후보에게는  ‘한양대 강의 2회에 급여 3천6백만원 논란’‘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의 이명박 후보 명함 관련 폭로’ 등과 같은 잔매가 숱하게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3. 이회창 후보는 잠정구인가?

골프에서 공이 떨어진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오비(OB·아웃 오브 바운스)가 나면 결국 잠정구를 하나 더 치게 된다. 이명박 후보가 오비를 내면 한나라당이 잠정구에 불과하다고 비웃는 이회창 후보에게 보수층이 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이다. 이명박-이회창의 싸움은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11월20일부터 사흘간 지역별로 5백명 이상을 대상으로 대선 판세를 집중 점검했다(중앙일보 11월20~22일자 1면 참조). 그 결과 전국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40.3%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어 이회창 무소속 후보 19.2%,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12.7%,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5.7%,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3.1%, 민주당 이인제 후보 1.2% 순이었고 ‘없음/모름/무응답’은 17.3%였다. 50%를 구가할 때보다는 낮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이명박 후보의 강세이다.
그러나  ‘BBK 사건의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느냐’는 선거 막판의 최대 변수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보의 연루 의혹이 드러날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라는 응답이 39.8%, ‘그래도 계속 지지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57.3%였다. 이후보 지지자 10명 중 4명은 ‘지지 철회’, 6명은 ‘계속 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BBK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24.2%로 폭락한다.
 그리고 지지 철회자의 절반 정도인 53.0%는 이회창 후보를 ‘대안으로 지지하겠다’라고 답했다. 이 역시 그대로 적용하면 이명박 후보 지지자 중 약 8%가 이회창 후보에게로 옮겨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단박에 27.2%로 상승한다. 즉, ‘이명박 대 이회창’의 지지율이 ‘24.2% 대 27.2%’로 대역전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승기는 이회창 후보에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회창 후보가 잠정구로 남느냐 아니면 이명박 후보의 오비로 결국 ‘온 그린’ 하는 천운을 얻게 되느냐는 ‘이회창 후보 하기 나름’이다.

4.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은?

 
일부 언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후보 등록 기간(11월25~26일) 이후인 27일부터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원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 측근이 그랬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박근혜계가 발끈했다. 홍사덕 전 박근혜 후보 선대위위원장은 “측근이라는 인물이 누군지 찾아봤지만 그런 말을 한 자가 없다. 박 전 대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경대 전 고문도 “검찰 발표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이해득실을 계산해서가 아니라, 검찰 발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에 나서면 밀려드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기가 곤란해서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검찰 발표 이후에나 행동이 자유로울 것이라는 뜻이다. ‘특정 후보 지지’보다는 ‘정권 교체’를 더 간절히 원하는 박 전 대표가 이를 위해 검찰의 발표와 여론의 추이를 탐색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의 행보는 ‘이명박-이회창 대결’에 중대변수가 될 것이다.

5. 네티즌들의 힘  

 2007년 대선은 선거 연령이 19세로 낮춰졌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하는 19세 유권자는 61만9천6백19명으로 전체 유권자 중 1.6%를 차지한다. 20대 19.4%, 30대 22.9%까지 합치면 총 43.9%에 이른다. 물론 이들이 전부 네티즌들은 아니다. 그러나 열성 네티즌들이 20, 30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언론을 접하는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나섰다. 이명박 후보가 감추는 데 급급하다면,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행적’을 들추는 데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들은 ‘박철-옥소리의 이혼소송’과 관련된 소소한 것까지도 모두 찾아내 두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든 실력꾼들이다. 이들은 이번에도 인터넷에서 이후보 관련 자료를 잇따라 발굴해내고 있다. 이후보가 이뱅크코리아(eBank-KOREA) 회장으로 소개된 과거 언론 기사를 찾아내는가 하면 국내 사이트에서 사라진 이후보 관련 자료도 구글을 통해 다시 찾아냈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후보 흔적 찾기’는 결국 한나라당의 입장을 번복하게까지 만들었다.
네티즌들은 이후보가 ‘이뱅크코리아 회장’으로 활동한 전력도 홈페이지나 신문 기사에서 줄줄이 찾아내고 있다. 이뱅크코리아는 LKe뱅크, BBK와 eBK를 묶어서 부를 때 사용하는 일종의 그룹명이다. 2000년 10월16일자 동아일보의 ‘이명박-사이버 금융에 승부 걸겠다’ 기사에서 이후보가 “증권중개회사 e-뱅크를 설립했다”라는 내용, 이후보가 ‘e뱅크-코리아컴 대표이사’로 소개된 매일경제 2000년 10월19일자, 그리고 매일경제 2000년 9월19일자, 10월17일자에서 “이명박 e-뱅크 코리아 대표”로 소개된 내용 등도 모두 네티즌들이 찾아낸 것이다. 이들은 검찰의 조사가 흐지부지하게 종결될 경우에도, 검찰의 대안 역할을 충실히 하려 할 것이다.

6. 보수 대 진보 언론의 대결 

17대 대선을 앞두고 보수 언론인 조선·중앙·동아일보와 진보적 성격이 강한 MBC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는 같은 보수 후보인 이회창 캠프 쪽도 흥분했을 정도이다. 박근혜 전 대표 캠프를 도왔고, 해서 이명박 후보의 낙마를 기대했던 한나라당의 언론인 출신인 한 정치인은 “동아일보는 신문도 아니다”라고 극언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MBC는 지난 11월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와 인터뷰를 했다. 김변호사는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께서 금요일 진본 계약서를 갖고 한국에 도착할 것이다. BBK의 실소유자는 이명박 후보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범죄 피의자인 에리카 김을 직접 출연시켜 허위사실을 여과 없이 유포하게 했다”라며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또 BBK 공방을 주제로 한 TV 토론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날 밤의 <MBC 100분 토론>에도 불참했다. 한나라당은 11월23일에 MBC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한나라당 방침에 대해 MBC측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MBC는 이날 오후 이명박 후보의 정강정책 연설 방송 도중 한나라당이 아닌 대통합민주신당 로고를 계속해서 내보내는 실수로 한나라당측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래도 거대 언론은 언론이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인다. 인터넷상에서 보수와 진보를 표방한 각종 인터넷 매체들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검증되지 않은 폭로성,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권 탄생에 큰 역할을 한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의 권좌를 이번에는 어느 매체가 차지할까. 

7. 막판 이명박-이회창 단일화 가능성  

 
이회창 캠프의 이흥주 특보는 “끝까지 간다”라고 단언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이명박 후보를 역전했을 때이다. 보수층은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막판에 한쪽으로 몰리는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층 70%는 4대 3, 5대 2, 6 대 1 비율로 갈릴 수 있다. 이 경우 지지율이 낮은 쪽 후보는, 보수층으로부터 ‘사퇴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 특히 무소속인 이회창 후보는 역전에 성공하지 못하면, 강한 사퇴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완주 의사를 밝히면서도 막판 연대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것은 보수층 여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로 민주당이 승리를 굳혔다면, 이번 2007년 대선의 ‘단일화 신화’는 역으로 한나라당에서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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