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맞는 시련 있어도…
  • 민훈기(민기자닷컴) ()
  • 승인 2007.12.03 16: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이저리그 코리안 빅리거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지난 1996년 박찬호가 LA다저스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한 이래 올해처럼 한국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고전했던 적은 없었다.
박찬호의 뒤를 이어 김병현, 조진호, 이상훈,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 최희섭, 추신수, 백차승, 류제국 등 많은 코리안 빅리거들이 세계 최고의 야구 무대에서 뛰며 국내 팬들에게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때로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희비를 전해주곤 했다. 그런데 유독 2007 시즌에는 대부분 선수들이 부상이나 부진 등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선수 수급 시장인 겨울의 스토브리그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아직 거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는 등 썰렁한 분위기이다. 일본 선수들의 활발한 진출과 활약에 맞물려 상대적 빈곤감의 강도는 더한 것 같다.
과연 그렇다면 아직 빅리그 문을 두드리고 있는 우리 선수들의 올 겨울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실제로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우리 선수들의 겨울 시장을 점검해본다.

 

■ 박찬호, LA다저스로 복귀할까

LA다저스와의 계약설을 자신이 미리 흘렸던 박찬호는 일단 올림픽 예선 출전 문제가 얽히면서 다저스와의 계약은 미루어진 상태이다. 박찬호는 지난해 겨울에 팀을 찾을 때도 그랬고 늘 자신에게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는 기회를 주었던 친정팀 다저스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마치 박찬호가 올림픽 예선 출전 때문에 다저스를 포기하는 모험을 했다거나, 혹은 다저스가 박찬호와의 계약을 포기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은 다소 과장된 면이 적지 않다.
일단 박찬호는 현재 다저스 소속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다저스에서 올림픽 예선 출전 여부를 놓고 간섭할 권리는 없다. 물론 박찬호가 혹시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든지 불상사가 생긴다면 다저스에서 계약을 포기할 수는 있다. 그래서 박찬호의 결정이 칭송받는 것이지만 만약 예선전에서 박찬호가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면 오히려 다저스나 혹은 다른 팀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박찬호 자신의 재기 의지이다.
올 시즌 박찬호는 딱 한 번 메츠에서 등판한 것을 빼고는 모두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다. 메츠 산하 트리플A 뉴올리언스 제퍼스에서 9게임에 나서 4승4패 평균 자책점(ERA) 5.57을 기록한 후 휴스턴 산하 라운드록 익스프레스로 옮겨서는 15게임에서 2승10패 평균 자책점 6.21을 기록했다.

올해 대부분 부진 겪어…본인의 의지가 중요

트리플A에서 6승14패 평균 자책점 5.97의 성적은 전혀 인상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박찬호는 어떤 팀과든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자리 보장이 없는 ‘논 로스터 인바이티(초청선수)’로 스프링 캠프에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시범 경기를 거치면서 능력을 다시 입증해야만 4월 초에 시작되는 MLB 정규 시즌의 25명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다.
넘어야 할 벽이 낮지는 않지만 의지만 뚜렷하고, 기술적으로는 투구 밸런스를 잡아 공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다면 아직 2~3년은 더 빅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이다. 관록도 있고 타자들을 상대할 줄 알기 때문에 그야말로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임해 자신의 희망대로 다저스에서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하기를 기대해 본다.

■ 김병현, 플로리다 말린스를 원하지만…

 
유일하게 프리에이전트(FA) 등록을 한 김병현은 12월 초 윈터 미팅이 열리면 적지 않은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 시즌 김병현은 팀을 세 번이나 옮기는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시작해 플로리다 말린스로 갔다가 잠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더니 곧 다시 말린스로 돌아갔다. 한 해에 이사와 이직을 세 번씩 하는 것 이상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통산 개인 최다인 10승(8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6.09의 평균 자책점이 걸리지만 애리조나에서 두 번 등판해 23.63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악몽을 제외하면 올해 선발 투수로 나선 평균 자책점은 5.48이 된다.
올 겨울 FA가 된 선발 투수 35명 중에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김병현을 포함해 5명뿐이다. 김병현은 여전히 9이닝당 8.40개의 탈삼진을 빼앗는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겨울부터 계속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투구 동작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 때때로 제구력 난조를 보이면서 고전하는 경기들이 꽤 있었다.
김병현은 플로리다 말린스로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 말린스 역시 김병현을 원하기는 마찬가지. 그런데 관건은 연봉이다. 10승급 투수라면 요즘 시장에서 연봉 5백만 달러 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 말린스가 그런 액수를 내놓을지는 미지수이다. 김병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도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 적은 연봉을 감수하겠다면 김병현이 말린스에 복귀할 확률은 높지만 어떤 팀에서든 김병현은 선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서재응, “고국행” “일본행” 설 분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시즌을 시작한 서재응은 3승4패 8.13의 부진 끝에 트리플A 더램 불스로 내려갔다. 그리고 호투를 거듭하며 9승4패 3.69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끝내 빅리그 재진입에는 실패했다.
투수 코치와 충돌이 있었고, 구단에서는 일찍 서재응을 포기했다. 그리고 올해 1백2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서재응을 다시 데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100만 달러 이상을 보장해주어야 하는데 탬파는 그럴 뜻이 없다.
서재응에 관해서는 기아 타이거스로 귀향한다는 소문에서 일본 야구로 간다는 소문까지 온갖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서재응은 아직 빅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투수이며, 비교적 적은 연봉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인 투수이다. FA가 되려면 아직 3년가량이 남았고, 마이너리그에서 되찾은 제구력과 구위라면 웬만한 타선 지원이면 10승이 가능한 능력을 지녔다. 내년 시즌에는 다시 빅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김선우, 추신수, 백차승, 류제국

국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트리플A 프레스노에서 올해를 보낸 김선우도 마이너리그 FA로 어떤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팀으로 가든 다시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한다. 올해는 잔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시즌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구속 1백50km를 넘길 정도로 회복되었다. 아마도 자이언츠에서 다시 스프링 캠프에 참가해 빅리그 진입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와 백차승은 부상 때문에 울었던 한 해였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추신수는 결국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현재 클리블랜드에서 길고 힘겨운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2월이면 공을 다시 던질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리라고 기대된다.
대부분 시즌을 트리플A에서 보낸 류제국은 내년에도 똑같은 코스로 도전을 시작한다. 스프링 캠프에서 최선을 다해 빅리그 25명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될 것이다.
시애틀 마리너스의 백차승도 시즌 초반 빅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부상으로 재활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 다시 복귀해 인디언스를 상대로 호투하며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역시 내년 스프링 캠프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게 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