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해야 한다”
  • 정리·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07.12.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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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신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새 정부의 과제와 전망’

제17대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승리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기도 전에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5백만 표를 넘는 역대 최대의 표 차이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면서 동시에 이당선자에게 거는 국민의 높은 기대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서울외신기자클럽(회장 임연숙)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12월2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서울외신기자클럽 라운지에서 전문가들을 초청해 외교·통일(이정민 교수), 정치(함성득 교수), 경제 산업(윤창현 교수) 분야에서 새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과제와 정국 전망을 가늠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진단한 새 정부(실용정부)의 분야별 당면 과제와 전망이다.

 

이정민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보수 세력이 집권했다고 해서 대북 정책의 기조가 대폭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새 정부가 대외 관계에서 당면하게 될 가장 큰 과제는 북한 핵문제의 처리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계속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은 세계 12, 13위의 경제 대국임에도 여전히 글로벌 랭킹에서의 브랜드 순위는 낮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럽에서 프랑스가 갖는 영향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제대로 유지하거나 브랜드 파워를 확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과 함께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한국 경제의 위상을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이명박 당선자는 불도저 스타일로 일하기 때문에 그의 팀에 합류한 사람들이 힘들겠지만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일들을 처리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이른바 보수 세력이 집권했다고 해서 대북 정책의 기조가 대폭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명박 당선자는 초기에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과거 10년 동안 추진해왔던 대북 정책을 면밀하게 종합 검토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세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당선자는 포용 정책은 큰 틀로 받아들이되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받을 것인가를 철저하게 따질 것이다. 또 지원 물자에 대한 분배 과정을 확인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경제 협력과 관련해 이당선자는 후보 시절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서해로 유입되는 한강 하구 퇴적지 일대에 인공 섬을 만들고 그곳에 남북경제협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나들섬 프로젝트를 언급한 적이 있다. 북한의 노동력에 한국 자본은 물론 원할 경우 중국·러시아의 자본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개성공단과 다르다. 민간 부문은 수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절대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가 대북 경제 협력 사업의 핵심이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대통령학 전공)

“여야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나가느냐 여부에
그의 정치적 성패가 걸려 있다.”

과거에는 역대 대통령이 정치 자금, 공천권,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 권력 등으로 제왕적 지위를 누릴 수 있었으나 노무현 대통령부터는 돈이나 공천권, 지역기반의 권력 등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게 되었다. 이는 노대통령의 개인적 통치 스타일이나 실책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외환위기와 극단적 이념 갈등을 겪으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과정의 투명성과 정치적 자율성 및 의사 표현 욕구가 커져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명령하고 통제하는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는 끝나고 설득하고 때로는 타협할 줄 아는 유연한 조정자형 대통령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아무리 추진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과거 대통령에 비해 발휘할 수 있는 정치 권력은 제한적이다. 어떻게 여야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나가느냐 여부에 그의 정치적 성패가 걸려 있다. 아무리 국정 비전이나 정책 과제가 적절하고 구체적이라도 반대파인 현 여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 10년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현 시점에서는 국회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당과의 관계를 잘 설정해 이끌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게다가 그는 지역적 권력 기반도 없고 당내 입지도 튼튼한 편이 아니다. 이회창씨의 신당 창당으로 보수 진영이 분열할 가능성에 대비해 총선 전까지 당 내에서도 그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정치 보복의 고리를 끊는 차원에서 노대통령이 이명박 특검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를 바랐는데 노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당선자에 대한 특검이 진행될 경우 여당이 대선에서는 졌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사활을 걸고 매달리게 되면 안개 정국이 예상된다. 그런 데다 국무총리 임명 동의 문제로 여야가 국회에서 격돌해 조각이 지체되면 국정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이당선자의 최우선 대북 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지난 10년의 경험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한층 강화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여유 자금을 산업 생산에 대한 투자로 이끌어내는 것이
새 정부의 경제 분야 선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중반까지 초고속의 큰 폭 경제 성장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지난 5년간은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큰 폭의 표 차이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는 경제적 성과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갈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양극화를 빚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은 한마디로 투자 부진이다. 누군가 ‘자본의 파업’이라고 일컬었을 정도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으로, 증시로, 펀드로 방황하는 3백조원으로 추정되는 여유 자금을 산업 생산에 대한 투자로 이끌어내는 것이 새 정부의 경제 분야 선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새 정부는 이 여유 자금을 국내 투자로 돌리도록 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추진되어왔던 각종 규제에 대한 완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시행되어왔던 수도권 토지 이용 규제 정책이 풀리고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도 공급 확대 쪽으로 전환되고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정책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재벌, 정부, 금융, 노동 개혁 등 경제 분야에서 4대 개혁 정책을 기조로 삼았는데 정부에 대한 개혁 정책은 실패한 반면 재벌 개혁은 시민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었다. 대표적인 재벌 규제 정책으로 꼽히는 금산 분리 정책의 경우 외국에서는 금산 분리 원칙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은행과 산업의 분리 정도에 그치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보험·증권·카드까지를 모두 금융에 포함시키고 이를 제조업 관련 회사와 분리시키는 강한 금산 분리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산업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아온 금산분리정책도 재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금산 분리 정책으로 말미암아 금융산업으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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