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김석준 ‘의정 우등생’
  • 소종섭 김회권 기자 ()
  • 승인 2008.02.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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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의원 2백98명 입법 활동 성적표 공개

 
 발의·가결 건수·출석률 조사

 ■발의는 한나라당, 가결은 신당이 다수
 ■선수나 연령에 따라 입법 활동 우열 뚜렷
 ■본회의 출석은 신당이 우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7대 국회가 끝나간다. 여의도 분위기는 진작부터 18대를 향한 달음질을 시작했다. 17대 국회의원  대다수는 18대에 다시 출사표를 냈다. 유권자들에게 ‘나를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일까. 물갈이를 해 들어온 신인이라고 반드시 더 낫다는 보장도 없지만 한 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에 힘입어 ‘손쉽게’ 국회의원이 된 이들이 많다고 평가되어온 17대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대한 점수는 그렇게 높지 않다. 싸움과 파행으로 이어졌고 애초 기대와 달리 새로운 국회, 일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시사저널>은 국회가 공개하는 입법 정보 시스템에 기초해 총선을 앞두고 17대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평가했다. 시점은 17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 2004년 5월30일부터 2008년 1월30일 현재까지이다. 17대 국회의원 2백98명 전원(최근 의원직을 상실한 김병호 의원은 제외)을 대상으로 입법 발의 건수와 발의한 입법의 가결 정도를 조사했다. 또 본회의에 얼마나 출석했는지도 따져보았다.
물론 이런 평가에는 한계도 있다. 하나의 ‘입법 기관’인 국회의원들의 활동은 실로 다양하다. 지역구 민원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외교 활동, 정당 정치 활동…. 평가를 하는 데에도 지역 구민들의 평가, 상임위 활동이나 관련 기관들의 평가, 의정 활동 내용에 대한 평가, 공약 이행 정도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하고 심층적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아울러서 평가해야 한 명의 국회의원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시사저널>이 입법 활동을 중심으로 의원들을 평가한 것은 이런 다양한 방법 가운데 입법 활동이야말로 국회의원들의 고유 업무이자 기본적인 책무라고 보기 때문이다. 거물이라고 해서, 당직을 맡고 있다고 해서, 다선 의원이라고 해서 입법 활동을 게을리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런 이유가 입법 활동을 소홀히 한 데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사저널>의 평가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데 유익한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①안명옥·안상수·박재완·이성구·김석준·정성호·박찬숙·이계경·이성권·엄호성….
②김근태·김송자·김영대·김종인·이원복·이인제·이해찬·조순형….
①번 의원들과 ②번 의원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입법 활동 측면에서만 보면 두 그룹은 차이가 명확하다. ①번 의원들은 입법 발의 건수가 국회의원들 가운데 1위~10위에 해당하는 우수한 의원들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3선)과 엄호성 의원(재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초선 의원들이다. 정성호 의원을 빼면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②번 의원들은 정반대이다. 17대 국회 들어 단 한 건도 입법을 발의하지 않은 의원들이다. 이원복 의원만 한나라당일뿐 나머지 의원들은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당 소속이다. 김송자·김영대 의원을 제외하면 거개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다. 비례대표인 두 김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 김홍일 전 의원과 의원직을 사퇴한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뒤를 이어 각각 2006년 10월과 2007년 10월 의원직을 승계해 배지를 달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법 활동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발의만 많이 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가결되지 않고 폐기되면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내용적으로 따져보면 많이 발의하고 많이 가결시키면 입법 활동이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입법안의 가결 정도를 따져보면 발의 건수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가결 건수로 보면 김석준·박상돈·안명옥·강창일·이명규·오영식·박기춘·이계경·김종률·서갑원·제종길·조일현 의원 순이었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낸 김석준 의원이 19건으로 가장 많았고, 박상돈 의원은 12건, 안명옥·강창일 의원이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발의 건수와 가결 건수 모두 10위 안에 든 의원은 한나라당 김석준·안명옥 의원 둘뿐이었다. (50~51쪽 인터뷰 참조)

 

법률안 발의, 1인 평균 18.45건

17대 국회의원들이 1월30일 현재 발의한 법률안은 총 5천4백98건이다. 1인 평균 18.45건을 발의했다. 가결한 법률안은 5백50건이다. 국회의원 1인 평균 1.85건에 해당하는 법률안이다. 의원들의 발의와 가결 건수를 조사해보면 선수별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초선일수록 활동이 활발하고 다선일수록 떨어진다.
초선 의원들은 평균 21.9건을 발의해 2.31건을 가결했다. 의사인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과 인수위원회에서 정부 혁신·규제 개혁 TF팀장을 맡고 있는 박재완 의원 그리고 서울시의장을 지낸 이성구 의원이 입법을 많이 발의한 상위 3인에 이름을 올렸다. 셋 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자신이 낸 입법안이 가장 많이 가결된 초선 의원은 김석준 의원이었다. 초선 의원 1백91명 가운데 단 한 건도 가결시키지 못한 의원도 49명이나 되었다.
재선 의원들은 평균 14.8건을 발의해 1.43건을 가결했다. 한나라당 엄호성(54건)·심재철(50건) 의원과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의원(41건) 순이었다. 한 건의 법률안도 가결시키지 못한 의원도 21명이었다. 3선 의원들은 평균 12.5건을 발의했고, 0.74건을 가결시켰다. 38명 가운데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으로는 김근태 의원이 유일했다. 3선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48건을 발의한 정형근 의원이었고, 가장 많이 가결시킨 의원은 4건을 가결시킨 이윤성 의원이었다. 가결율 0인 의원은 22명이었다.

 

재선 의원 중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김근태 의원

4선 이상으로 가면 정도가 더 심해졌다. 평균 발의 건수가 3.23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가결도 평균 0.29건에 그쳤다. 민주당 김종인·이인제 의원과 무소속 이해찬·조순형 의원은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다. 4선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으로 15건을 발의했다. 한 건의 법률안도 가결시키지 못한 의원이 17명 가운데 14명이나 되었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입법 활동 측면에서만 따져보면 국회의원들의 정점은 3선인 것으로 평가된다. 4선부터는 활동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입법 발의와 가결 정도를 정당별로 따져보면 어떨까. 발의는 한나라당이, 가결은 대통합민주신당(신당)이 앞섰다. 한나라당 의원 1백30명은 2천6백60건을 발의했다. 평균 20.46건이었다. 반면 신당 의원들은 2천2백21건을 발의해 평균 16.45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당 의원들은 3백24건을 가결시켜 평균 2.4건을 가결시킨 셈이 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1백85건에 그쳐 평균 1.42건에 그쳤다. 역시 여당이 가결시키는 데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된다. 민주노동당은 9명의 의원이 3백4건을 발의했다. 평균적으로 따져보면 다른 어떤 당 의원들보다도 많다. 의원 평균 33.78건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결은 16건에 그쳤다. 평균 1.78건이다. 민주당은 53건을 발의해 평균 8.83건으로 정당 가운데 가장 적었다. 4건을 가결시켜 평균 0.67건으로 가결 역시 정당 가운데 최하위였다. 전반적으로 보면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발의에 의욕을 갖고 일했고 신당은 그에 비하면 법안을 가결시키는 데 노력을 쏟았다고 평가된다.
나이로 따져보아도 연령이 높아갈수록 발의와 가결 건수가 줄어들었다. 30대 의원들이 평균 37.5건을 발의해 평균 3건을 가결시킨 반면 60대 이상 의원들은 평균 14.09건을 발의해 평균 0.99건을 가결시킨 것으로 조사되었다.
 17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발의 건수인 18.45건을 넘긴 의원들은 1백10명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가결률을 따져보니 신당 김종률·서갑원 의원이 37%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19건을 발의해 7건이 가결되었다. 신당 강창일 의원이 28%로 3위, 역시 신당 김영주 의원이 27%로 4위,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이 26%로 5위를 기록했다. 가결률에서는 당과 마찬가지로 개별 의원들도 신당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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