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곳의 교회를 향해 울리는 외침들
  • 김철영 (뉴스파워 기자) ()
  • 승인 2008.02.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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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신교 목사 ‘호화 생활’ 파문 종교인 세금 납부 문제도 도마에 올라

지난해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샘물교회 봉사단의 피랍 사태로 심한 비난을 받았던 한국 교회가 새해 들어서 또 한 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월26일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뉴스 후>는 ‘세금 안 내도 되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성직자들의 면세 문제를 다루었다. 불교계 승려들의 사찰 매매 실태를 다룬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화려한(?) 생활상을 폭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연봉이 11억3천만원이나 되고, 마당에 간이 골프 연습장이 있는 강남의 고급 주택 두 채를 전부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는 최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면서 수십억원대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MBC의 비판 보도에 단골로 등장하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이번에도 도마에 올랐다. 김목사는 1998년(외환위기 시절)에도 생활비 5백만원, 판공비 5백만원, 구제비 9백만원, 품위유지비 1천만원 등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김목사가 지금까지 한 번도 소득세를 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가 거주 중인 경기도 남양주의 땅값만 24억원짜리인 전원주택을 소개했다.
<뉴스 후>는 “지구상에 성직자들이 세금을 안 내는 경우는 필리핀과 우리나라 두 곳뿐이다”라고 지적하며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종교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소득세법의 비과세 항목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종교인들에 대한 언급 항목을 찾을 수 없다”라며 성직자들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잘못된 일은 인정하고 개혁하는 결단 있어야 한다”

또 종교인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국세청이나 제정경제부가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관련 부처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했다. 아울러 개신교나 불교와 달리 “천주교는 주교회의를 통해 소득세를 납부하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자진해서 세금을 내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목회자들의 생활상을 폭로하는 것과 함께 형제 목사로 대형 교회를 일군 금란교회와 광림교회의 주차장 건설을 위한 건물 매입과 동네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실태도 보도했다. 교회 내의 주차장은 종교 시설로 인정되어 재산세나 보유세가 면제된다는 것이다. <뉴스 후>는 “종교인들의 경우 소득이나 재산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로 대형 교회에 나가는 신도들 가운데 담임목사가 월급을 얼마나 받고 판공비로 얼마를 쓰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라고 비판했다. 개신교계에는 이들 성직자와 교회들에 대비되는 모범적인 교회로 숭의교회(담임목사 김동호)와 성터교회(담임목사 방인성)가 널리 알려져 있다.
방송이 나가자 MBC <뉴스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1천여 개의 댓글이 올라오면서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대부분 이들 성직자들과 교회를 비난하는 댓글이었다. 이를 보도한 기독교 대안 언론인 뉴스파워와 뉴스앤조이에도 비판 댓글이 넘쳤다.

 

그러자 한국교회언론회(대표회장 박봉상 목사)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들 교회를 대변하고 나섰다. ‘기독교 비난을 타깃으로 한, MBC의 <뉴스 후>라는 성명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뉴스 후>의 보도 의도를 ‘기독교 비난’으로 규정하고 MBC를 강하게 성토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MBC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뉴스 후>를 통해 기독교 비난에 앞장섰다”라고 비난했다. 이는 이 프로그램이 이번에 소개된 대형교회들의 담임목사직 세습 문제와 불투명한 재산문제 등을 지난해 3월에 방송한 것을 말한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어 “지상파 방송들은 지난 2000년 이후 10여 년에 걸쳐, 한국의 대형 교회를 여러 번 비판해왔다”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한편 방송의 편파성도 지적했다. “종교인의 소득세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면서도, 사실은 개신교계의 지도자 몇 명에 대한 비난으로 채웠다. 다른 종교에 대한 것도 언급했으나 형식적인 짜맞추기에 급급했다”라는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방송의 주제와도 상관없는 대상을, 모든 사생활까지 들춰내어 비난하는 저의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공영 방송인 MBC는 한국기독교의 대형 교회를 등장시켜 한국 교회 전체를 부정적 시각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국 교회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검소한 삶과 해명을 요청했다. “이번 방송이 한국 교회를 흠집 내려는 것임을 분명히 알고, 검소와 절제로 우리 사회의 좋은 본을 보여주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특히 방송에 소개된 대형 교회 목회자들에게는 “교계 지도자들은 본인들을 위해서도, 한국 교회를 위하여도 분명한 해명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 오해의 소지가 되는 사항들은 분명히 밝혀서, 한국 교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다시는 한국 교회가 비난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시에 “오늘날 (한국 교회의) 과거의 공은 잊혀지고 비난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대를 맞이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교회답지 않다고 본다. 이제 비난받고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해명하고, 잘못된 일들은 인정하여 개혁하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이 그때라고 보고 있다”라며 한국 교회의 자성과 개혁을 촉구했다.
MBC <뉴스 후>에 대한 비판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낸 이용규 목사도 가세했다. 이 목사는 “교회의 사회 봉사활동 등 잘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사실도 아닌 것을 왜곡해서 보도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언론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정론을 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독교정당을 표방하는 ‘사랑실천당’ 창당을 주도하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전광훈 목사도 MBC를 비난하고 나섰다. 전목사는 MBC 보도에 대해 “한국 교회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시청 거부 및 MBC 광고사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보수 개신교계와는 달리 진보 개신교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논평을 내지 않았다. KNCC의 한 관계자는 “MBC <뉴스 후>는 개별 교회의 문제와 세금 문제를 다룬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에 소개된 여의도순복음교회 김규원 홍보실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0년 전부터 조용기 담임목사를 비롯한 6백여 명의 목회자들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조목사의 연봉 11억3천만원에는 인세와 강의료 등이 포함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금액 중 십일조뿐만 아니라 많은 재정을 교회에 다시 헌금한다”라고 말했다.
김실장은 “여의도 고수부지에 주차장을 건립해 서울시에 기부 체납했고, 청소년을 위한 엘림복지타운도 만들어 서울시에 헌납했다. 그동안 4천명의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심장병 수술 혜택을 베풀었으며, 올 5월 은퇴하는 조용기 목사의 퇴직금과 교회 재정으로 평양에 어린이심장병원을 건축하고 있다”라며 대형 교회로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뒤늦은 해명에도 그 방송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남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일반인들의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교회와 성직자의 행태는 아무리 해명해도 잘 납득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샘물교회 봉사단의 피랍 사태로 심한 비난을 받은 한국 교회가 이번에는 <뉴스 후> 보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위기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갱신해야 한다. <뉴스 후>의 방송 목적을 “한국 교회를 흠집내려는 저의가 있다”라고 규정한 한국교회언론회도 “지금이 한국 교회가 개혁하기 위한 결단의 때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분당우리교회, 전임 사역자들 모두 자진 납세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무엇을 개혁해야 할까.
우선 목회자들의 세금 문제부터 이야기해보자.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지난해 열린 한 토론회에서 목회자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의 불합리성을 주장했다. 이목사는 그 이유로 “종교인을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 노동자는 자기 임금 목적을 위하여 직장을 갖지만 기독교의 목사는 사명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목사는 또 “교회 재정은 영리 목적의 수입이 아니다. 교회는 같은 신앙 노선에 따라 모인 사람들이 선교와 사회적 봉사를 위한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낸 헌금에 의하여 운영된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업장도 아니고 영리 목적도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목사는 이외에도 실효성의 문제점을 주장했다. “종교인의 과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교인들로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의 세금을 거두어들일 것으로 호도(糊塗)하지만, 한국 교회의 상황을 보면, 70~80% 교회들에서 사역하는 목사들이 정부가 정한 면세점 이하의 생활비를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목사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성직자들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에 점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교회 목회자들 중에서도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2년 5월 창립해 6년 만에 출석교인 1만명의 대형 교회로 성장한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담임목사)는 전임 사역자들 전체가 자진해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목회자는 세금 면제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세무서를 찾아가 세금을 납부하기로 결정한 동기는 무엇일까.
이천수 담임목사는 “내가 마태복음을 공부하고 있는데, 마태복음 17장을 보면 예수님이 성전세를 내시는 문제에 대해서 말씀을 하신다. 성전 세금을 내라고 할 때 예수님이, 안 내도 되고 그런 의무도 없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을 실족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갖다 바치라고 말씀하신다. <뉴스 후>에서 나온 것과 똑같은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세상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분당우리교회 외에도 이미 자진해서 세금 납부를 하고 있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교회는 세무서에 직접 찾아가서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나선 경우이다. 법 규정으로 볼 때 종교인은 면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6년에는 한 시민단체가 종교인 과세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논의 자체를 보류시켰다.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6년에는 성직자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때문에 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많은 종교인들이 여기에 동참할 것이다.

 

교회의 소통 문제도 또 다른 과제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만일 종교인 과세를 한다면, 적어도 10만명으로 추산되는 한국 교회 성직자들 중 100명 미만의 영세 교회를 사역하고 있는 70~80%는 오히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기독교 기관에서 낮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성직자들 중에는 자녀가 유치원에 입학할 때 동사무소의 확인을 거쳐 급여 명세를 제출하고 수업료 면제의 혜택을 받기도 한다. 그들이 받는 급여 수준이 영세민 수준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20~30%의 성직자들이 과세 대상에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전체 한국 교회 중 메가 처치(대형 교회)라고 불릴 만한 5천명 이상의 교회는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종교인의 세금 납부는 성직자가 결혼을 하지 않는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사는 개신교 목회자들에게는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 밖의 사람들이 일부 대형 교회의 행태를 보고 과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라면 한국 교회가 나서서 과세 문제를 푸는 것이 투명한 교회 재정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성직자들의 삶의 수준을 진솔하게 드러내줌으로써 일부 대형 교회들로 인한 성직자들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교정해줄 수 있다. 지금이 그 기회이다.
사실 성직자들의 세금 문제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한국 교회의 과제는 소통의 문제이다. 일부 대형 교회가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지 않는 문제 역시 소통의 문제이다. 30~40년 전만 해도 교회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호의적이었다. 성경책을 손에 들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와는 뭔가 다른 착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초라한 외형을 한 교회당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경외감을 가질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개신교,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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