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양주 먹고 누구는 소주 먹고”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8.02.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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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연예계 몸값 / 종목 간 양극화 심해 축구·야구·농구 선수 연봉 ‘천정부지’로 올라

프로 스포츠가 국내에 도입된 지 25년이 흘렀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로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가 잇달아 선보이면서 거대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형성되었다. 시장이 날로 커지면서 프로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런 가운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링을 떠난 고 최요삼 선수의 경우 대전료가 3백만원에 불과했다. 세계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이다. 이렇게 싼 몸값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 스포츠인 씨름 선수들도 K-1 등의 격투기 선수로 전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 많은 팬이 몰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종목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프로 선수들의 몸값은 너무 올라 이제 스포츠 산업 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 프로농구 선수들의 경우 지난해 평균 1억1천9백29만4천원의 연봉을 받았다.
협회에 등록된 선수가 총 1백26명임을 감안할 때 36.5%인 46명이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이 중 서장훈(삼성)과 김주성(동부)은 각각 4억5천만원을 받아 ‘연봉 킹’에 올랐다.

FA 제도 도입으로 ‘거품’ 현상 나타나

그나마 프로농구의 경우 샐러리캡(팀 총 연봉 상한제), 인센티브 상한제 등을 통해 선수들의 몸값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에는 이같은 기준이 거의 없다. 오히려 FA(자유계약선수)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몸값 거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8천4백72만원이다. 특히 심정수(삼성), 양준혁(삼성), 구대성(한화) 등은 각각 7억5천만원과 7억원, 6억원의 높은 연봉을 받았다. 각종 인센티브까지 포함하면 10억원을 훨씬 넘는 금액이다.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인 지난 1982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1천2백15만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7배 가까이 상승한 액수이다. 고액 연봉 선수의 경우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1982년 당시 최고 대우를 받았던 박철순의 연봉이 2천4백만원이었는데, 요즘 유명 선수들의 연봉은 이보다 31배 이상 많다.
프로축구의 경우는 상황이 더하다. 연봉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로 내려오고 있다. 모든 선수는 프로축구연맹에 자신이 받는 기본급을 등록한다. 그러나 수당은 구단마다 달라 집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일부 스타플레이어는 수당만 기본 연봉의 두 배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봉 킹’은 김두현(성남 일화)이다. 지난해 성남 일화의 우승을 이끈 김두현은 매년 9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최근 친정팀인 부산 아이파크로 자리를 옮긴 안정환은 수당을 제외한 기본급만 6억원을 받는다. 여기에 각종 수당을 합하면 연봉이 최소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프로 선수들의 몸값에 대해 거품 논란이 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스포츠 시장은 매년 적자…“치솟는 연봉에 제동 걸어야”

물론 스포츠 업계에서는 해외 시장과 비교해 국내 선수들의 몸값이 아직 저평가되어 있다고 말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의 평균 연봉은 26억5천만원이다. 국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메이저리그의 3.2%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도 3천6백54만 엔(3억2천만원)이다. 국내 선수들은 이들의 26.5% 수준을 받고 있다.
이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의 연봉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국내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LA다저스)는 지난해 부진했지만 최근 10년여 간 받은 연봉만 8천만 달러에 달한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 연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이다.
미쉘위도 나이키, 소니 등의 후원액과 대회 개런티, 각종 광고수입까지 합하면 최소 4백억원 이상을 챙겼다.
이밖에 최경주, 박세리, 김병현,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등 해외파 선수들이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100억원의 연봉이나 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우수한 선수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것이 연봉 상승을 부추기는 근본 요인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워낙 선수층이 엷다 보니 특출한 실력이 아니어도 몸값을 높게 매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 관계자들은 FA 제도에 편승해 어정쩡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도 턱없이 높은 연봉을 받게 되지만 그 선수들을 대체할 저연봉·고효율 선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국내파와 해외파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해외 프로 스포츠의 경우 경기 입장료와 다양한 마케팅으로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모기업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몸값만 올리는 것은 시장 논리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매각이 무산된 현대유니콘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출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수입은 전혀 늘지 않고 있다. 비용을 줄이려고 해도 선수들 높은 연봉 때문에 마땅히 손을 쓰지 못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봉 상승 추세를 제도적으로 막지 못하면 어떤 대책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프로농구의 샐러리캡이나 미국 프로야구의 사치세 같은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치솟는 연봉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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