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게 본 비듬이 머리카락 훔쳐갈라
  • 박현수 (상계백병원 피부과·인제의대 교수) ()
  • 승인 2008.02.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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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분비 많은 곳에 생기는 지루성 피부염 두피에 생기면 심할 경우 진물에 악취도

 
얼굴에 기름기가 많은 편인데도 세안을 하면 얼굴 피부 여기저기에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서 고민하는사람들이 있다. 두피에서 쏟아지는 비듬 때문에 고민하거나 환절기마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가렵거나 따끔거리고 당기는 느낌 때문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지루성 피부염이 그 원인이다.

지루성 피부염은 피지선의 활동이 증가된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피지 분비가 왕성한 머릿속에 잘 생기며 이마, 코, 콧방울 주변, 눈썹, 귀 뒷부분에 주로 생긴다. 가슴이나 등의 윗부분, 겨드랑이, 배꼽, 사타구니등에도 생길 수 있다. 젊은 성인의 5% 정도에서 발생하는 흔한 피부질환인데, 생후 수개월이내의 유아와 40대 이후의 장년·노년층에서많이 발생한다. 지루성 피부염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과도한 피지 생성, 곰팡이에 의한 감염,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표피 증식의 이상, 약제들, 영양 이상, 환경, 음식물, 면역 기능의 저하,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들을 추측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없다. 하지만 지루성 피부염의 발생률이 유아기가 지난 후 감소하다가 피지선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사춘기가 되면 다시 증가하고, 피지선이 많이 분포하는 곳에 주로 발생하며 피지분비를 줄이는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피지의 과도한 생성이 요인일 것으로 여겨진다.


지루성 피부염의 대표적인 특징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노란색의 번들번들한 각질인데, 건조하거나 기름기가 있는 얇은 비늘모양의 각질이 생기고 붉은색이나 노란색을 띠는 발진이 생긴다. 약간의 가려움증이 있거나 따끔거리고 당기는 듯한 불편한 느낌이 있기도한다. 두피에 생기는 경우 쌀겨 모양으로 피부의 바깥층이 탈락하는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는데 보통 비듬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 증상이다. 두피가 붉어지면서 여기저기에 딱지가 생기고 기름기가 많이 생기기도 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두피 전체가 심하게 가렵고 진물이 생기고 악취가 나기도 해서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두피뿐만 아니라 이마, 귀, 귀 뒷부분이나 목까지 퍼지는 경우가 많다. 두피의 지루성 피부염은 탈모를 유발하거나 다른 원인에 의한 탈모를 악화시키기도 하는데, 탈모 환자들에게 지루성 피부염을치료하면서 탈모가 호전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볼 수 있다.

 

온도·습도 낮으면 악화, 온몸으로 퍼질 수도

눈 주위 피부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눈썹 피부가 붉어지면서 얇은 각질이 생기고 눈꺼풀에도 가장자리가 붉어지면서 피부염이 생기거나 결막이 충혈될 수 있다. 귀에 지루성 피부염이 생기면 귀와 그 주변부에 진물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얼굴에 발생하면 뺨이나 이마, 코 등에 오돌토돌하게 구진성 발진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지루성 피부염이 입술에 생기면 입술에계속 각질이 일어나 벗겨져 입술 표면이 거칠어지고 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겨드랑이, 가슴의 유두 주위, 가슴 아래의 접혀지는 부위, 배꼽, 사타구니, 엉덩이 사이의 주름 등도 흔하게 지루성 피부염이 발생하는 부위이며 붉은 색의 발진 위에 각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지루성 피부염은 전신으로 퍼질수도 있지만 대개는 한두 부위에 국한되어 발진이 나타나는데, 온도와 습도가 낮은 겨울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환절기마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루성 피부염이 내부 질환과 연관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파킨슨병, 신경계 질환,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들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지루성 피부염은 어린아이에게 흔하게 발생하는데, 유아에서 전신성으로 지루성 피부염이 생기는 경우에는 빈혈, 설사, 구토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은 아토피 피부염, 건선, 진균 감염에 의한 피부 질환 등과 증상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구별이 필요하며 피부 조직 검사나 진균 검사 등으로 감별이 가능하다.

지루성 피부염은 흔한 질환이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사회 생활이나 대인 관계에도 지장을 줄 수 있고 만성적인 질환이어서 환자들이 이 질환으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대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증상이 심해진 후에 병원을 찾게 되는데, 치료를 받으면 상태가 곧 좋아지지만 흔히 재발을 경험하게 된다. 지루성 피부염의 일반적인 치료 원칙은 병변의 각질과 딱지를 없애는 것, 곰팡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 붉은 발진과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것, 그리고 과도한 피지분비를 감소시키는 것 등이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루성 피부염이만성 경과를 거치는 질환이므로 완치보다 이질환의 조절에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나이와 지루성 피부염이 발생한 부위, 증상이 심한 정도에 따라 다양한 성분의 샴푸, 항균제, 다양한 강도의 국소 스테로이드제, 피지 분비를 조절하는 약 등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다른 피부 질환들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피부 외용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구순주위염이나 여드름, 혈관 확장, 피부 위축 등 다른 질환이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서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며,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지루성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상 생활에서 긴장을 줄이는 노력도 치료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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