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ᆞ중ᆞ동은 수그러들고 한ᆞ경ᆞ오가 오는가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6.0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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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로 보수 언론들 위기 몰리고 진보 언론 ‘펄펄’

▲ 촛불 집회 현장에 걸려 있는 조ᆞ중ᆞ동 평생 구독 거부 현수막. ⓒ시사저널 황문성
커서도 동아일보 안 볼 거야!” 광화문 네거리에는 동아일보사가 있다. 지난 6월3일 저녁 9시20분쯤, 기자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뒤 귀가하던 초등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닌 게 아니라 촛불 집회의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는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 대한 비판’이다. 사회자가 “왜곡 보도를 일삼는 조·중·동을 보지 맙시다”라고 외치면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촛불을 흔들며 환호하는 장면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자유 발언에서도 조·중·동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집회 현장에 ‘조·중·동, 광우병만큼 해로워요’라고 적힌 부채가 뿌려진 적도 있다. 이처럼 촛불 집회에서 볼 수 있는, 과거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언론에 대한 비판이다.

조·중·동에 대한 비판이 집회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거리 행진을 하면서도 구호를 외치고 이들 회사의 건물이 나오면 “폐간하라!”라고 외친다. 이날 집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조선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 앞에서는 “폐간하라!”라고, 경향신문 앞에서는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지금까지 ‘안티 조선’ 등 특정 집단이 언론을 비판하는 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제도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언론들에 대해 이처럼 강한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장 ‘아고라’에서도 5월 말부터 ‘조·중·동 불매 및 조·중·동에 광고를 하는 기업들 불매를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이 여러 차례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도 ‘조·중·동 평생 구독 거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사 앞에서는 “파이팅!”

이처럼 ‘촛불’은 언론 판도를 밑바닥부터 바꾸는 파괴력을 갖고 언론계를 강타했다. 아니,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지난 6월1일 광화문 네거리에서 있었던 일이 상징적이다. 기자들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취재를 하니 시민들이 “조·중·동은 내려와라”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한 시민이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 기자들에게 기자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현장에 있던 조선일보 기자는 결국 버스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한 언론 전문지 기자는 “현장에서 수첩에 적고만 있어도 시민들이 쳐다본다. 질문을 던지면 ‘어디서 왔느냐’라고 묻는다. 동료 여기자는 ‘여경 아니냐, 프락치 아니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라고 증언했다. <인터넷저널> 임동현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올린 ‘조·중·동 프락치로 몰리다’라는 글에서 “기자증을 목에 걸고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만 시민들은 계속 내게 소속을 묻는다”라고 썼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조·중·동은 정파적으로 보도했다. 진실과 관계없이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면 좌파로 몰았다. 시민들이 이제 그 실체를 알기 시작한 것이다. 조·중·동은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 올바른 소리를 내는 신문을 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국민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라고 분석했다.

시민들의 이런 움직임에 조·중·동은 실제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조선일보 광고국의 한 관계자는 “강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를 입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 등 내수 소비재 광고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일 조·중·동에 광고를 한 업체들의 이름이 오르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6월5일에는 신발업체 ‘르까프’가 화제였다. 이 업체가 ‘회사 영업에 다소 지장이 초래되더라도 국민 정서를 고려하여 지적하신 언론 매체 광고는 자제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후 광고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공지 글을 회사 홈페이지에 올렸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르까프 운동화 사자”라며 호응했다.

조선일보 “내수 소비재 광고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

조·중·동이 거센 반대에 직면한 반면 촛불 집회 현장에서 박수를 받는 기자들도 있다. 진보적인 논조를 갖고 있는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기자들이 대표적이다. 주목되는 것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말뿐이 아니라 실제 적극적인 구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26일 시작된 오마이TV의 자발적 시청료 내기 운동은 6월3일 현재 1억2천만원을 넘겼다.

경향신문의 경우 촛불 집회 국면에서 두드러지게 약진했다. 5월 한 달 동안 본사 접수 분만 정기 독자가 7천명이 늘었다. 경향신문 강성보 판매국장은 “올해 초부터 구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촛불 집회가 본격화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본사에 접수한 구독자만 1만여 명이다.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지국까지 포함하면 최소 1만5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회사 직원들이 신이 난 상태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측은 독자서비스센터 인원을 12명에서 17명으로 늘리고 홈페이지에 정기구독 팝업창을 띄워놓았다. 강국장은 “이들 자진 구독자들에게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회사 발전과 연동할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촛불 집회 국면을 계기로 펼쳐지는 조·중·동에 대한 비판과 한·경·오(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에 대한 지지가 영속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민들은 어떤 권력이든 부당하다고 느끼면 언제든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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