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ᆞ진보, 미디어 고지 향해 “돌격 앞으로!”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06.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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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주도권을 둘러싸고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샅바 싸움이 뜨겁다. 미디어 판도를 바꾸려는 여권의 계획이 차츰 가시화하면서 저항도 격렬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시사저널 임영무

미디어 정책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다. 이 때문에 미디어 정책 현안들이 보수와 진보의 세력 갈등에 걸려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지난 6월18일 초선 의원 연찬회에서 미디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예상하며 내놓은 분석이다. 그렇다. 지금 전선은 미디어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언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진보 진영은 촛불 집회 와중에 시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조선·중앙·동아일보 (이하 조·중·동) 안 보기·절독 운동’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구독 신청이 절로 밀려들어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의 대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칼자루를 쥔 권력은 방송과 포털을 상대로 강도 높은 압박에 들어갔다. 촛불 집회 과정에서 시민들에 의해 수세에 몰렸던 조·중·동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KBS 정연주 사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힘겨루기, MBC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사과 공방,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 대한 경제 단체와 광고주협회의 압박 등이 혼전 양상을 보이는 미디어 전쟁의 현재를 보여주는 조각들이다. 소통의 창구를 장악하기 위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의 지적이 요즘처럼 실감날 때도 없는 것 같다. 여권은 말로는 “장악할 의도가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집권 이후 정권과 친한 인사들을 언론계에 계속 내려보냈다. 새 정부는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는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씨, 스카이라이프 사장에는 캠프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이몽룡씨, 아리랑TV 사장에는 역시 특보 출신인 정국록씨,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는 언론특보단장을 지낸 양휘부씨를 임명했다. YTN 사장에는 방송특보 출신인 구본홍씨가 내정된 상태다. KBS 역시 정연주 사장이 물러날 경우 정권과 친한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메시지’를 잡는 것은 흐름을 잡는 것이고 그것은 곧 힘으로 나타난다.

가장 상징화한 것은 KBS다. 요즘 KBS 앞은 하루가 다르게 풍경이 바뀐다. 낮에는 고엽제전우회 회원 등 보수 단체들이 몰려와 “촛불 집회는 홍위병들의 난동이다. 반미 감정 부추기는 한국방송은 각성하라”라고 주장한다. 밤에는 시민들이 모여 “공영 방송 사수하자. 정연주를 지키자”라며 촛불을 든다.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여의도로 몰려와 ‘정연주 사수 투쟁’에 나선 이후 정사장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은 극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감사원은 KBS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고, 검찰은 배임 혐의와 관련해 정사장에게 검찰에 나와달라고 통보했다. KBS 노조는 진작부터 정사장이 퇴진해야 KBS가 산다고 주장해왔다. 총알뿐 아니라 수류탄, 포탄까지 정사장에게 떨어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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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미디어 전쟁은 앞으로 닥쳐올 격랑의 전조일 뿐”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의 주장은 ‘KBS 사태’, 나아가 지금 벌어지는 미디어 전쟁을 진보 진영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김교수는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지금 우리는 정연주 사장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정사장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그 다음은 자칫 파죽지세다. MBC는 바람 앞의 촛불이 된다.

애초부터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볼 때 오늘의 정국이 꼬인 것은 언론 때문이라고 여겼고, 이는 막대한 투자가 드는 홍보 전략과 인사권을 기본 수단으로 삼는 언론 통제로 해결될 수 있다고 사고했다. 따라서 언론에 대한 권력의 지배 전략은 10% 아래로 떨어진 여론 지지율에 턱걸이를 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모든 것을 걸어야만 될 영역이 되고 있다.’

양승동 PD연합회장도 “KBS가 무너지면 다음 타깃은 MBC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KBS를 지켜낼 수 있느냐는 방송이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사장이 물러나면 ‘MBC 민영화’ 파고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때문에 현재 벌어지는 미디어 전쟁은 이후 언론계에 불어올 거센 바람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방송광고공사의 독점 체제 폐지, MBC 민영화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 대개편을 추진하는 여권에 맞서 이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단체·방송사가 연대해 몸풀기를 시작했다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의 주장은 ‘KBS 사태’, 나아가 지금 벌어지는 미디어 전쟁을 진보 진영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김교수는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지금 우리는 정연주 사장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정사장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그 다음은 자칫 파죽지세다. MBC는 바람 앞의 촛불이 된다. 애초부터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볼 때 오늘의 정국이 꼬인 것은 언론 때문이라고 여겼고, 이는 막대한 투자가 드는 홍보 전략과 인사권을 기본 수단으로 삼는 언론 통제로 해결될 수 있다고 사고했다. 따라서 언론에 대한 권력의 지배 전략은 10% 아래로 떨어진 여론 지지율에 턱걸이를 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모든 것을 걸어야만 될 영역이 되고 있다.’양승동 PD연합회장도 “KBS가 무너지면 다음 타깃은 MBC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KBS를 지켜낼 수 있느냐는 방송이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사장이 물러나면 ‘MBC 민영화’ 파고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때문에 현재 벌어지는 미디어 전쟁은 이후 언론계에 불어올 거센 바람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방송광고공사의 독점 체제 폐지, MBC 민영화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 대개편을 추진하는 여권에 맞서 이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단체·방송사가 연대해 몸풀기를 시작했다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시사저널 황문성

이런 이유 때문에 MBC도 격랑을 비껴갈 수 없다. 게다가 MBC는 광우병 논란을 촉발시킨 당사자다. 시민단체, 한나라당, 정부, 보수 언론이 총출동해 압박에 나섰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6월20일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었다. 광우병 논란을 촉발시킨 <PD수첩>을 비판하며 MBC의 민영화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임석진 총무팀장은 “MBC가 편파적으로 보도해왔다고 보기 때문에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항의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MBC 앞에서는 보수와 진보 단체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거짓 촛불 반대 애국 국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보수 단체들은 6월21~22일에는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방송사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압박도 가시화했다. 한나라당은 6월17일과 19일 연달아 논평을 내며 MBC를 압박했다. ‘MBC는 인간 광우병 과장 보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MBC <PD수첩>의 왜곡·허위 보도는 반드시 시정·개선되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조윤선 대변인은 “제도적인 조치 역시 수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영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PD수첩>측은 ‘오역과 오보와 괴담이라는 일부 언론에 대한 <PD수첩>의 입장’이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PD수첩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 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는 지금 방송·통신을 장악해 여론을 호도하고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음모를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6월20일 국회의원 다섯 명이 국세청을 항의 방문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등 미디어 전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방송에 대한 정권측의 공세가 거칠게 이어지는 가운데 포털에 대한 압박은 좀더 고차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촛불에 덴 정부는 ‘통제’ ‘관리’에 무게 중심을 두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 같다. 경찰청은 사이버 대응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중순부터 사전 경보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이 이른바 ‘인터넷 사이드카’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에도 인터넷 담당 비서관이 생긴다. 경제5단체와 광고주협회는 6월18일 네티즌들이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관리’를 요구하는 공문을 포털들에 보냈다. ‘조선일보’가 이런 내용의 공문을 다음 등에 보낸 뒤였다.

ⓒ연합뉴스


김철균 인터넷비서관 내정되자 ‘신 권언유착설’ 돌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환영사에서 “인터넷은 독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부정적인 면에 주목한 발언이다. 한나라당 또한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을 고쳐 포털 뉴스 서비스에도 사회적인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제6정책조정위원장은 ‘사회적 책임 부여’의 의미에 대해 “글자 그대로만 봐 달라. 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위아래에서 압박을 받고 있어 곤혹스럽다. 앞으로 개방성을 더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김철균 오픈IPTV 사장(인터뷰 참조)이 청와대 인터넷비서관으로 임명되자 ‘신 권언유착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권력이 촛불 집회 과정에서 여론의 분출구 역할을 했던, 다음 출신을 끌어들여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다음의 석종훈 사장이 지난달 국가경쟁력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선임된 것과 맞물려 의혹을 키웠다. 김비서관은 이에 대해 “다음에 근무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기본적으로 소통이 중요하다고 보지, 통제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언론을 장악하지 못해 고초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권 핵심부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방송과 포털을 향한 압박의 수위는 날로 높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방송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국민으로부터 더 큰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판도 자체를 바꾸려는 여권의 계획이 점차 가시화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흐름 또한 결집하고 있어 앞으로 미디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환영사에서 “인터넷은 독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부정적인 면에 주목한 발언이다. 한나라당 또한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을 고쳐 포털 뉴스 서비스에도 사회적인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제6정책조정위원장은 ‘사회적 책임 부여’의 의미에 대해 “글자 그대로만 봐 달라. 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위아래에서 압박을 받고 있어 곤혹스럽다. 앞으로 개방성을 더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김철균 오픈IPTV 사장(인터뷰 참조)이 청와대 인터넷비서관으로 임명되자 ‘신 권언유착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권력이 촛불 집회 과정에서 여론의 분출구 역할을 했던, 다음 출신을 끌어들여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다음의 석종훈 사장이 지난달 국가경쟁력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선임된 것과 맞물려 의혹을 키웠다. 김비서관은 이에 대해 “다음에 근무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기본적으로 소통이 중요하다고 보지, 통제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언론을 장악하지 못해 고초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권 핵심부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방송과 포털을 향한 압박의 수위는 날로 높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방송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국민으로부터 더 큰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판도 자체를 바꾸려는 여권의 계획이 점차 가시화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흐름 또한 결집하고 있어 앞으로 미디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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