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뒷돈’ , 설마 후환은 없겠지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08.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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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이상 후원금, 한나라당 의원들이 싹쓸이… 자산가 김무성 의원, 1억5천만원 받아 눈길
▲ 정치 후원금 모금에서 2위를 차지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맨 왼쪽)과 공동 4위에 오른 남경필(가운데)·박진(왼쪽) 의원. 한나라당은 후원금으로 1억원 이상 거둔 의원이 12명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뉴시스 ⓒ연합뉴스

정치풍토가 바뀌어 돈 안 드는 선거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조직과 돈’은 한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좌우한다. 그런 면에서 국회의원들이 월급으로 받는 세비(歲費) 이외에 합법적으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후원금 제도다. 따라서 후원금 내역이 공개될 때마다 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후원금 규모가 의원의 정치적 파워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3백만원 이상 후원금을 낸 기부자 명단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이들 ‘큰손’ 기부자들의 후원금으로 1억원 이상을 챙긴 의원은 12명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모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다. 이는 권력으로의 후원금 쏠림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지표이기도 하다. 고액 후원금을 쾌척한 이들 가운데는 진정한 팬으로서 후원금을 낸 ‘순수한 후원인’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이해타산으로 돈을 낸 ‘불순한 로비스트’도 숨어 있을 것이다.

1억원 이상 후원금을 받은 박근혜 전 대표(1위)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3위), 정두언 의원(7위)을 뺀 나머지 9명의 의원들에게 기부한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았다.

후원금 규모는 의원의 정치적 파워 잣대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으로 부산 남구 을에서 4선에 성공한 김무성 의원은 상당한 재력가다. 최근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현황에 따르면, 김의원은 모두 1백50억8천3백67만원의 재산을 보유해 전체 5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고액 후원금을 받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김의원의 측근은 “우리가 후원금을 요청해서 모금한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지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의원은 1억5천만원을 기부받았다. 고액 후원금 기부자 명단을 보면, 김의원에게 기부한 30명의 직업란에는 ‘자영업’이나 ‘회사원’이라고만 적혀 있다. 다른 의원의 후원자들도 가급적 자신의 직업 등을 노출시키지 않으려 하지만, 김의원의 경우처럼 ‘자영업’ ‘회사원’으로만 기록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에 대해 김의원측은 “경남중이나 중동고 등의 학교 동문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고만 밝힐 뿐 더 이상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실제로 중동고 동창들의 후원이 눈에 띄었다.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은 중동고 동기이며, 극동정보대학 학장을 역임한 이상진 서울문화사학회 회장은 7년 선배다. 또한 부산 출신들의 기부도 적지 않았다. 차남규 한화테크엠 대표와 이중효 서울시 양천구 의원, 안재용 대선조선 상무이사 등이 바로 김의원과 동향이다. 이밖에 로타리클럽 회장을 지낸 서병식 동남갈포공업 회장과 김성원 효성 지원본부 본부장, 박병준 파캔오피씨 사장 등도 김의원의뒤를 받쳐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 총선 당시 공천 헌금 논란을 일으킨 양정례 의원의 모친인 김순애씨가 지난 2월28일 5백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 후원금 모금에서 6위를 차지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왼쪽)과 8위에 오른 안상수 의원(오른쪽). 나의원의 후원자 중에는 법조계 인사들이 많았다. ⓒ시사저널 자료

4선인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 팔달)은 박진 의원과 동일하게 1억2천8백만원을 기부받아 4위에 올랐다. 남의원은 1990년대 초반 경인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경인일보 감사였던 이경덕 경원여객 회장과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회장은 경원여객의 민 아무개씨와 함께 1천만원을 기부했다. 또한 남영L&F(전 비비안) 남상수 회장도 남석엽 이사와 함께 1천만원을 후원했다. 또한 수원 일대에서 사업하는 기업인들도 든든한 후원 세력이다. 이출선 서원산업 대표이사를 비롯해 백승천 수원시건축사협회장, 이윤희 한독건설 대표, 박광국 국제산업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인 ‘남경필 맨’들이다. 이밖에 고영성 풍성주택 사장과 홍용남 (주)이비 대표이사뿐 아니라 금융인과 법무사·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남의원의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정문 전 경기도 용인시장도 지난 2월4일 5백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경원 의원은 대변인 프리미엄 톡톡히 누려

3선인 박진 의원(서울 종로)의 후원자 가운데는 학교 동문과 지역 주민이 많은 편이다. 박의원의 지역구인 종로구 재동에 회사가 있는 삼양인터네셔날의 허광수 회장은 경기고 9년 선배이며, 올해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다. 영어교육 전문기업인 YBM시사의 창업주인 민영빈 회장도 박의원을 후원했는데, 민회장보다는 외아들인 민선식 사장과의 인연이 두텁다. 민사장은 박의원의 미국 하버드 대학 후배이면서, 박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영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마사이족 워킹 슈즈를 수입하는 홍인기 사장은 서울 은석초등학교 후배인데, 박의원은 홍사장이 무슨 사업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올해 초 박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 활동을 할 때 마사이족 신발을 사서 신었다고 한다. 매스컴을 통해 이를 보게 된 홍사장이 박의원에게 자신이 수입하는 신발이라고 알려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이마산업 이경재 부회장도 박의원을 챙기는 든든한 후원자다.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나경원 의원은 1억2천5백만원을 기부받아 6위를 차지했다. 17대 비례대표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나의원이 모금 순위에서 선두 그룹에 들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의 후원자들은 단연 법조계 인사들이 많다. 지난 2006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퇴임한 후 법무법인 한승의 대표변호사로 자리를 옮긴 이우근 변호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의원 역시 2004년부터 한승 소속이다. 이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법원의 ‘대선배’로 나의원에게는 버팀목과도 같다. 또한 나의원과 같은 한승 소속인 고영석 변호사도 대학과 법원 선배로 상당히 가깝게 지낸다. YBM시사의 창업주인 민영빈 회장은 박진 의원뿐 아니라 나의원에게도 후원금을 냈다. 그리고 나의원과 같은 문중인 나승렬 전 거평그룹 외아들 나영돈씨도 고액을 기부했다. 나의원측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들의 후원이 많은 편이며, 의원님 부모님께서 아시는 분들이 후원해주시기도 한다. CEO 강연 등을 통해 알게 된 기업가들의 후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상수 의원(경기 의왕·과천)의 후원자는 기업인부터 학교 동문, 지역 주민, 예술인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안의원은 1억1천2백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8위를 차지했다. 부산 출신인 이봉훈 두일전자통신 회장을 비롯해 김복덕 은성목장 대표, 송기환 과천그레이스호텔 사장 등이 고액 기부자 명단에 올랐다. 또한 검찰 선배인 이준승 한성법률사무소 변호사와 서울대 법대 선배인 박풍 한국도시가스협회 부회장, 서울대 선배인 이승웅 구기물산 대표 등도 후견인들이다. 마산고와 서울대 선배인 이수홍 청권사(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종친회) 이사장도 물심양면으로 안의원을 돕는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이밖에 이문용 경남신문 서울지사 국장과 평택대 부총장을 역임한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이사장도 ‘안상수 맨’들이다.

정치인들의 후원받은 허태열 의원 눈에 띄어

4선인 김영선 의원(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은 지역구민들의 후원에 힘입어 1억1천만원을 모금해 9위에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사업하는 윤성우 그린나래 대표이사와 윤혜정 지맨산업개발 이사, 강성희 우리환경 대표, 김이업 문화환경 대표이사 등이 고액 기부자 명단에 올랐다. 김의원측은 “지역 주민들의 힘이 크며, 학연과 종친회, 향우회 등에서 후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부대 총장을 지낸 이호일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 이사와 전광규 동우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이병섭 한라공조 전무이사 등이 김의원의 후원자들이다.
3선인 이주영 의원(경남 마산시 갑)은 1억9백만원을 모금해 10위에 올랐다. 이의원의 후원자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경기도 광주 이씨 종친회원들의 도움을 많다는 점이다. 이용일 (주)화성 대표이사와 이환성(주)세라젬 회장 등이 종친회원들이다. 이의원측은 “광주 이씨 종친회는 단합이 잘 되는 편인데, 회원 가운데 정치인이 많지 않아 오래전부터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기부도 무시할 수 없다. 이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신용운 대아레미콘 대표는 지난해 마산고 총동창회 회장이기도 했다. 마산과 인접한 창원에 회사가 있는 대한공조시스템 손종복 대표도 후원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마산에 있는 태봉병원 손도수 이사장과 동마산 라이온스 강신철 부총재도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그리고 진주 강씨 대종회 강창근 회장과는 오랫동안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고 동문인 이상운 효성(주) 비서실 운영총괄 사장과 세무사인 김형상씨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다.

▲ 후원금 모금에서 9위를 차지한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맨 위 사진 왼쪽)과 10위를 차지한 이주영 의원(맨 위 사진 오른쪽). 허태열 의원(위 왼쪽)은 11위를 차지했고 김학송 의원(위 오른쪽)이 12위로 그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

1억3백만원을 받아 11위에 오른 허태열 의원(부산 북·강서구 을)에게는 기업인들의 후원이 적지 않았다. 부산 출신인 안강태 대선조선(주) 회장이 총선 하루 전날인 지난 4월8일 5백만원을 후원한 것을 비롯해 이정우 (주)동아지질 회장, 김종백 동일전기(주) 대표이사, 허재철 대원강업(주) 회장, 조효식 고려화공 회장, 김형육 한양이엔지 회장, 안병근 (주)안세 대표이사, 허길영 삼보상회 대표이사 등이 그의 재정적 후원자들이었다. 또한 박영석 전 김해상공회의소 소장도 총선 전날 후원금을 냈다. 특히 정치인들의 후원도 눈에 띄었다. 친박근혜 계열인 김재원 전 의원이 허의원에게 5백만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신보영 경기도의원과 조용원 부산시의원 등이 기부자 리스트에 올랐다. 허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각각 5백만원씩을 기부하기도 했다.

1억원의 후원금을 받은 3선의 김학송 의원(경남 진해)에게는 미디어 계통 종사자들의 도움이 비교적 컸다. 유재홍 MBC애드컴 사장과 유형수 본부장을 비롯해 마산고 선배들인 이재규 태영 사장과 김외곤 부사장이 고액 기부자 명단에 포함되었다. 또한 지역구인 진해 일대 사업가들의 뒷받침도 적지 않았다. 김희수 진해상공회의소장과 최팔관 산양공업 대표, 황장춘 성주건설 대표, 정진호 등용문학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백승원 경남도의원과 김형봉 진해시 의원 등도 고액 기부자 명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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