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올인’ 블루칩 잡을까
  • 도쿄ᆞ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08.08.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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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세대 에너지 개발에 전력투구 실리도 얻고 국제 위상 높여 ‘두 토끼’ 잡기
▲ 일본의 후쿠다 총리가 도요타가 생산한 친환경 개인 이동 수단인 아이-리얼을 시승하고 있다(아래 왼쪽).                                          ⓒEPA

일본이 외교와 더불어 정책적으로 ‘올인’하는 분야가 있다. 환경 및 차세대 에너지가 그것이다. 지난 7월7일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렸던 G8서미트에서 후쿠다 총리는 환경에 관한 테마를 주요 의제로 부각시켰다. 후쿠다 수상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50% 삭감한다는 장기 목표에 대해 G8가 인식을 같이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6월7일과 8일 아오모리 시에서는 친환경 및 차세대 에너지라는 테마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환경 에너지 장관 회의를 열었다. 지난 3월에는 치바 시에서 지구 온난화에 관한 주요 20개국 각료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처럼 환경과 에너지를 주제로 각종 국제 회의를 개최하고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는 중·장기적인 전략이 깔려 있다. 전세계 이산화탄소(CO2)의 배출량은 2005년 2백70억t으로 추계된다. 이를 2050년까지 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고도의 환경 기술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1973년 1차 석유 위기 이후 친환경 및 고효율 그리고 차세대 에너지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에너지 효율은 우리보다 3배, 미국보다 2배, 중국보다 9배가 높다. 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은 크게 네 가지다. CO2를 분리·회수해서 땅속이나 해양에 저류, 격리하는 이산화탄소 회수·저류(貯留)(CCS)기술, 연료전지·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기술, 석탄 가스화 복합발전(IGCC), 석탄가스화 연료전지 복합발전(IGFC) 등의 산업 배기가스를 삭감하는 기술, 초고효율 열펌프 등 가정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기술이다.

1973년 석유 위기 이후부터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 접근

후쿠다 총리는 지난 6월9일 포괄적 온난화 대책으로서 ‘후쿠다 비전’을 발표했다. 그는 여기에서 포스트 교토의정서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하는 단계라는 것과 섹터별 접근에 의한 목표 설정은 정치적인 메시지가 아니고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일본의 안에 반대했다. 일본은 지지를 얻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12월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친환경 에너지에 관한 공동성명이 나온 이후 양국 간 기술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신일본제철을 필두로 한 일본철강연맹의 조사단이 지난해 12월 중순 산동성의 지난 철강 등 제철소 3곳을 방문해 중국측이 안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기술에 대해 현장 진단을 해주었다. 설비뿐만이 아니고 공정관리에 대해 세세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지도해주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고도의 친환경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배경하에 중국은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섹터별 접근 방식의 CO2 삭감 대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역사적으로 구원이 깊은 두 나라의 관계가 환경문제라는 현실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교류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에서진행되고 있다. 업종도 철강 분야 외에 전력, 시멘트 등의 분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고도의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기술을 바탕으로 실리를 취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을 높여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이 환경 및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는 정부와 기업 간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동반 의식을 빼놓을 수 없다. 산·관 협력으로 친환경 및 고효율 차세대 에너지를 집중 발전시키기 위해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일례로 일본 간사이 지역은 친환경 솔라하우스를 중점으로 간사이발 신산업을 주도해 가고 있다. 간사이에는 에코 기술, 태양전지 판넬을 만드는 업체들이 모여 있다. 일본은 2004년 태양전지의 세계 점유율 세계 상위 5위 중 3개사가 일본 회사다. 시장 점유율은 50%다. 지난해에는 국가의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받은 유럽세의 약진으로 일본의 점유율이 25% 정도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보조금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 부응해 기업도 환경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수익 부진 속에서도 고효율 에너지 기술 개발업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 왼쪽은 가네야마에 있는 샤프의 LCD 패널 공장 앞 연못에 떠 있는 태양전지 발전 시스템. ⓒEPA

기업들도 환경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매진

도요타 자동차의 차는 무게를 40%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 탄소섬유를 사용한 자동차 개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도시바는 원자력 발전에, 마쓰시다 전기산업은 고효율 에너지 및 이산화탄소 삭감 기술 효과가 큰 가정용 연료전지 개발에, 산요 전기는 태양전지 개발에, 샤프는 태양광 에너지 개발에 투자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 6월에 열린 환경포럼에서 “2030년에는 석유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하며 가솔린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동력원으로서 차세대 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차세대 친환경 기술 개발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바로 환경이라는 의식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마쓰시다 전기는 이제까지 업체들이 품질, 코스트, 납기 문제를 중요시여겼지만 앞으로는 환경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 성능에 우수한 ‘슈퍼 크린 제품’을 선정해 표창함으로써 전 조직에 환경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요 은행들도 환경 보호와 관련된 상품 개발과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주택에 태양광 발전을 도입하는 가계를 대상으로 금리를 우대하고 환경 관련 기업의 주식을 운영하는 투자신탁을 판매하는 등 고객들의 환경의식을 높이고 있다. 환경 비지니스는 단시일 내에 수익 확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 온난화 방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도쿄 미쓰비시 은행의 경우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리폼 론(reform loan) 금리를 연 0.5% 우대해주고 있다. 신축으로 태양광 발전 장치를 설치하는 경우는 주택론 전체를 우대해 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즈호 은행은 환경기술을 가진 기업에 은행의 고객을 소개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정부와 기업 모두가 지속 성장을 위해 집요할 정도로 환경이라는 주제에 매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그동안 성장에 한계를 보여왔던 히타치 제작소는 환경 비즈니스로 중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1조 엔을 돌파했다.

환경에 대한 투자는 이제 더 이상 비용이 아니며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의무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고도화된 산업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도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고도화가 절실하다. 환경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실행해 가는 최근의 일본의 움직임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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