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는 군국주의 ‘밥’?
  • 명운화 (소설가) ()
  • 승인 2008.08.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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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ᆞ제주도 점령하는 게임, 자위대 미화한 영화 등 극우파 지원받은 문화 상품 수두룩

▲ 일본의 군국주의는 문화 속에 살아 있다. 왼쪽은, 오른쪽은 .

일본의 극우 단체 소속 회원들이 일장기를 앞세우고 독도에 상륙한다. 한국의 해양경비대는 독도에 상륙한 극우 단체 회원들을 체포하고 이들이 타고온 배를 나포한다. 그러자 일본 자위대는 자국민 보호와 영토 수호를 주장하며 특수부대를 급파해 독도를 기습 점령한다.

물론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2005년 일본에서 출시된 ‘현대 대전략 2005’이라는 게임의 시나리오 중 일부인 <일한공방전> 속에 나오는 이야기다. 게임의 전체 시나리오는 일본 자위대가 한국·북한·중국과 전쟁을 벌인 후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해 중앙아시아 분쟁에 개입한다는 내용이다. 이 게임에서는, 자위대가 독도는 물론 제주도를 점령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되어 있다.

<현대 대전략> 시리즈의 개발사 시스템소프트는 일본 극우파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우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게임의 극우 성향은 퍽 노골적이다. <현대 대전략> 시리즈는 총리가 신사참배 등으로 국제적인 물의를 일으키거나, 일본의 자위대 해외 파병 문제 등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일본이 세계 각국의 분쟁 지역 해결사로 나서는 내용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출시되곤 했다. 한마디로 게임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일본인의 군국주의 야욕을 게임 속에서나마 실현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세계 게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게임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극우 성향의 게임을 단순히 게임에 불과하다고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일본 우익은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일본 대중문화를 우익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런 흔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막강한 경제력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미국과의 관계를 이용해 일본의 우익은 이제 거리낌없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파급력이 큰 영화와 드라마를 보더라도 그 경향의 심각성은 더하다.

주인공의 비극 부각시켜 “일본이 피해자”

1995년에 개봉된 와타나베 다카요시 감독의 영화 <너를 잊을 수 없어>는 7명의 파일럿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가제라는 자살특공대를 미화시킨 영화다. 가미가제에 참가한 7명의 파일럿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사실상 전쟁을 일으킨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에는 사카모토 준치 감독의 <클럽진주군>이라는 영화를 개봉했다. 영화에서는 미군에게 강간당하는 일본 여성과 일본 상이군인을 등장시켜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항하라는 등 전쟁에서 패한 억울함(?)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2005년에는 국내에서도 상영되어 논란을 불러일으킨 <망국의 이지스>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이 영화에서는 자위대를 일본 제국주의의 후계자가 아닌 평화유지군의 이미지로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그 밖에 2005년에 <남자들의 야마토> <로렐라이> <전국 자위대 1549>, 2007년에는 <나는 너를 위해 죽으러 간다>, 2008년 최근에는 <내일에의 유언>이라는 극우 영화를 개봉했다. <남자들의 야마토>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전함의 최후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시종일관 일본군이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미국에 맞서 최후의 1인까지 조국을 위해 어떻게 맹렬히 산화했는가를 그려내고 있다. 당연히 영화에서는 전쟁의 피폐함이라든가,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 같은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최후의 전함, 최후의 일인에 초점을 맞추어가면서 애국주의에 호소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가 최근 실사 영화로 국내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세계 대전에 패망한 일본에서 굶주림으로 인해 죽어가는 어린 남매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정적인 작화와 비극적인 스토리로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작품의 원작 소설이 극우주의 소설이라는 것과 남매의 비극을 통해 전쟁을 일으킨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독도 문제로 반일 감정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당초 예정되었던 개봉 일정에 <반딧불의 묘>를 개봉하는 것은 국내 관객들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문화의 우익화는 드라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원폭을 투하한 미국을 패권 국가로서 바라본 <히로시마 쇼와 20년>이라는 드라마가 2005년에 방영되었다. 같은 해 가미가제를 미화한 <영의 저쪽에>, 최근에는 <도쿄 대공습>이 니혼TV 개국 55주년 기념 스폐셜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도쿄 대공습>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 군국주의는 간 데 없이, 피해자로서의 일본을 부각시키는 데 급급하고 있다.

▲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일본은 피해자로 그려진다. 왼쪽은 , 오른쪽은 .

출연자들도 극우성 발언 서슴지 않아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일본 우익은 꾸준히 일본의 전쟁을 미화시키고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영웅적으로 묘사한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아오이 유우(<내일에의 유언>), 사와지리 에리카(<영의 저쪽에>), 소리마치 타카시(<남자들의 야마토>) 같은 일본 톱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킨 것도 특징이다. 청소년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젊은 톱스타들을 대거 내세워 영화 흥행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의 전달력을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영화 출연 후에도 극우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소리마치 다카시는 <남자들의 야마토> 영화 시사회장에서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쓰려져 간 사람들의 역할을 해 감명 깊었다”라고 말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로렐라이> 시사회장에서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지킨다는 주제에 이끌렸다. 모두 이 작품에서 무언가를 느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야쿠쇼 코지는 같은 시사회장에서 “전후 60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에는 국가와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 분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라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가요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일본 인기 그룹 아라시는 국내와 일본에서 동시발매한 정규6집 앨범 <ARSHAIC>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용감무쌍한(?) 행동을 벌여 국내 음반사를 당황하게 했다. 국내 음반사는 부랴부랴 음반을 수거해 일본해를 동해로 바꾸어야만 했다.

또, 아라시는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송 폐스티벌’에 참가했고 이를 녹화 방송하던 후지TV는 지도상에 광주를 표시하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등 아라시에게 동조하는 행동을 보였다.

일본 문화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선진 국가로서 문화의 다양성은 주변 국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우익 성향의 문화는 일본이 자랑하는 다양한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일본 우익은 치밀하게 문화의 질을 변환시키고자 의도하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에서 일본 다양성 문화와는 차별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우익 문화가 대중문화의 저변에 깔린 것을 두고 일본의 석학 다케우치 요시미는 <일본과 아시아>라는 저서를 통해 군국주의로 대표되는 일본의 근대를 비판했다.

반성 없는 일본의 군국주의 문화는 전쟁에서 패망한 것이지 결코 독일처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런 일본 군국주의 문화가 정치인은 물론 대중문화에 우익의 이름으로 깊이 침잠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독도 침탈을 위한 사전 작업이 일본인의 시각에서는 결단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독도, 더 나아가 한반도가 그들의 시각에는 단지 미수복 지역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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