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바이크’의 유혹
  • 최홍준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 ()
  • 승인 2008.09.0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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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가 늘면서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 급성장…올해는 고가ᆞ대배기량에서 두드러져
▲ 서울 강남의 한 오토바이 숍에서 고객이 직접 오토바이에 올라타보며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한창우씨(30)는 최근 BMW의 X모토(6백50cc, 1천4백50만원)라는 모토사이클을 사서 바이크 세계에 입문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바이크를 타고 싶어서라는 것이 이유의 전부다. 가구 다자이너인 김종철씨(36)도 지난해 할리데이비슨의 스포스터(1천2백cc, 1천6백만원)를 사서 바이크에 입문했다. 김씨는 “꼭 한 번 타보고 싶었다”라고 그 동기를 밝혔다. 두 자녀를 둔 30대 후반의 회사원 이성로씨는 ‘엄부(嚴婦)의 윤허’를 받지 못해서 아직 바이크의 세계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나가다가도 할리데이비슨의 독특한 배기음을 들으면 넋을 놓고 쳐다본다. 가슴은 이미 ‘두근두근 쾅쾅’, 그때마다 꼭 타고 말리라고 결심한다. 30대만 이런 것이 아니다. 할리데이비슨의 국내 주요 소비자층은 40~50대다. 재벌 그룹 회장 중에 LS그룹의 구자열 부회장(56)은 소문난 모터사이클 애호가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바이크 기종만 3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S전선그룹은 올해 초 자회사인 KJ모터라드를 통해 초대형 BMW 모터사이클 매장인 모터라드 강남의 문을 열기도 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1백80만대의 모터사이클이 등록되어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50cc 미만의 소형 모터사이클(스쿠터 포함)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50cc 미만 모터사이클의 수까지 합산한다면 3백만대 이상의 모터사이클이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자동차 등록 대수가 1천6백67만 여 대(2008년 5월 기준)를 넘어선 것과 비교해보아도 적지 않은 비중임을 알 수 있다.

‘과부 제조기’ 오명 벗고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아

현재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에서는 1백25cc 미만 소형 모터사이클의 판매가 두드러지고 있다. 혼다 줌머(50cc)와 야마하 비노(50cc), SYM 울프(125cc) 등이 대학생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제 스포츠 바이크로 대표되는 중형 모터사이클은 판매가 조금 주춤한 상황이지만, 고가·대배기량 모터사이클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매년 20%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스포스터 모델(883~1200cc)은 30대 직장인들의 입문용 모터사이클로 호응을 얻고 있으며,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는 로드킹(1584cc), 울트라클래식(1584cc) 등의 대형 크루저가 사랑을 받고 있다. 할리데이비슨과 BMW 등의 고가 모터사이클은 전문직 종사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여가 수단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티백’으로 대변되는 배달용 모터사이클이 주류를 이루었다. 레저로 대형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층은 극소수였다. 그러나 해외 유수의 모터사이클 업체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하고 취미로 모터사이클을 선택하는 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저렴한 운송 수단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체는 대림자동차와 S&T모터스(구 효성기계공업) 두 곳이다. 대림자동차는 50cc, 1백25cc의 소형 모터사이클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생산 규모는 2004년에 7만8천대에서 2008년(7월 기준)에 4만6백80대로 줄어들었다. 이는 주력 기종이던 상용 모델들이 타이완제, 중국제에 밀리면서 생산량이 감소했고, 2백50cc 이상의 모델 한 가지를 생산하는 데서 나타난 현상이다.

반면 S&T모터스는, 잦은 인수·합병을 거치면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에는 2만35대, 2007년에는 2만6천1백84대를 생산해 76%의 성장률을 보였다. 생산 대수는 여전히 대림에 비해 적지만 주력 기종이 2백50cc와 6백50cc의 중대형 모델이라 현재의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림과 S&T의 엇갈린 실적은 국내 시장이 저가의 상용과 소형 위주의 모델에서 중형~대형 배기량의 레저용·승용 모델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동호회 2천여 개 추산…“법규 준수하고 안전 운전해야”

소형 모터사이클을 통해 바이크의 세계에 입문한 사람들은 점차 조금 더 여유 있는 출력과 성능을 원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ABS브레이크가 장비된, 그래서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BMW 같은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거나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할리데이비슨 같은 브랜드를 찾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많은 해외 유수의 모터사이클 업체들이 현지 법인이나 정식 딜러를 통해 자사의 모델을 판매 중이다. 일본의 4대 메이커인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를 비롯해 BMW, 두카티, MV아구스타, 아프릴리아, 모토구찌 등 수많은 메이커가 딜러십을 체결해 국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제품은 레저 활동으로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마니아층을 겨냥하고 있다.

배기량이 5백cc 이상인 모터사이클은 100% 레저형으로 볼 수 있다. 시속 2백km 정도는 간단히 넘나들고 값 또한 1천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생계형 모터사이클은 대부분 1백25cc를 밑도는데, 1백25cc 이상의 바이크를 타려면 ‘2종 소형’ 대형 모터사이클 면허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배기량은 곧 성능을 의미하고 용도를 나타낸다.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마니아층의 증가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01년의 국토해양부 등록 자료를 보면 50cc 이상이 1백11만3천8백29대, 2백60cc 초과는 2만9천9백3대로 총 1백70만대가 등록되어 있었다. 2008년에는 2백60cc 이하의 모터사이클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대형 모터사이클들이 증가해 총 대수는 1백80만대 이상이 등록되어 있다.

국내 제조사인 대림자동차와 S&T모터스, 수입사인 할리데이비슨, 혼다, 야마하, BMW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모터사이클산업협회(KMIA)의 통계를 보면, 회원사들의 5백cc 이상 대형 모터사이클이 2003년에는 8백79대였던 것이 2007년에는 2천5백95대로 크게 늘었다.

동호회를 비롯해 동인 활동도 이런 고가의 모델 소비자 계층에서 활발하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의 모임인 H.O.G(할리데이비슨 오너스 그룹)와 BMW 유저인 MCK(모토라드 클럽 코리아), 1990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국내 최대 규모의 모닝캄 등 크고 작은 동호회 모임이 2천여 개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과거 생계수단으로 사용되던 모터사이클은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하나의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더 이상 ‘과부 제조기’가 아닌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송 수단과 취미 도구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라이더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이영건씨는 “신호만 준수하면 사고는 절대 없다. 무엇보다 법규를 준수하고 교통의 흐름에 상반되지 않는 안전 운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스쿠터, 중국제 ‘모조품’ 주의

통계 자료에서 보면 1백25cc 미만의 소형 모터사이클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모터사이클 판매처가 밀집해 있는 퇴계로 5가에서는 소형 스쿠터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저가에 밀려들어온 중국산 때문이다.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50cc 미만의 스쿠터들은 ‘선통관 후인증 제도’를 악용해 저가의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2006년부터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불어 닥친 클래식 스쿠터의 열풍은 저급한 중국제 모조품의 수입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잦은 고장과 A/S의 부재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100만원 초반대라는 가격 때문에 여전히 시장에서 원활히 유통되고 있다. 저가의 중국제 스쿠터들은 일단 형식승인만 통과하고 나면 차후 판매에 관해서는 어떤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에 형식 승인을 받는 모델이 따로 있고, 실제 판매하는 모델이 틀린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부실제작으로 이어져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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