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20) “목소리가 쉬면 위험합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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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연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후두암은 전이되는 경우 드물어”

질병에 대해 궁금하십니까

<시사저널>은 제966호(2008년 4월21일자)부터 연중 기획 ‘명의에게 듣는다’ 시리즈 기사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암과 성인병 등 각 질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명의들로부터 최신 치료법과 예방법을 들어 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의문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십시오. 해당 분야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른쪽은 그동안 도움말을 준 각 분야 전문의들입니다.

1. 폐암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장
2. 위암  노영훈 연세세브란스병원 암센터장
3. 대장암  박재갑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4. 자궁암  이효표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5. 유방암  양정현 삼성서울병원 유방ㆍ내분비외과 교수
6. 간암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외과 교수
7. 전립선암  이강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
8. 갑상선암  홍석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9. 소아암  구홍회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장
10. 임파선암  허대석 서울대병원 암센터소장
11. 심근경색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12. 당뇨병  손호영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13. 백내장  이진학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14. 고혈압  한대석 연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15. 뇌졸중  오창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16. 오십견  이강우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17. 고관절  윤택림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18. 치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19. 류마티스  김호연 강남성모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20. 후두암  최은창 연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시사저널 박은숙


말  하는 것과 먹는 것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후두암(laryngeal cancer) 환자가 겪는 고충이다. 후두(larynx)를 제거하지 않고 암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면 환자로서는 말하는 능력을 잃을 각오를 할 수밖에 없다. 파이프와 비슷하게 생긴 후두는 식도(食道)와 기도(氣道)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발성 기관이다. 후두는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기도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면 감기도 아닌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게 되는 것은 이물질이 후두 점막을 자극해서 나오는 반사적인 현상이다.

이 기관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이 후두암이다. 뇌와 눈을 제외한 머리와 목 부위에 생기는 두경부(頭頸部)암 중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후두암과 구강암 등 두경부암의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최은창 연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최교수는 “두경부암이 남성 암 발생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빈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후두암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암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목소리까지 잃게 되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어려워진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최교수로부터 후두암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후두암(laryngeal cancer) 환자가 겪는 고충이다. 후두(larynx)를 제거하지 않고 암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면 환자로서는 말하는 능력을 잃을 각오를 할 수밖에 없다. 파이프와 비슷하게 생긴 후두는 식도(食道)와 기도(氣道)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발성 기관이다. 후두는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기도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면 감기도 아닌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게 되는 것은 이물질이 후두 점막을 자극해서 나오는 반사적인 현상이다. 이 기관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이 후두암이다. 뇌와 눈을 제외한 머리와 목 부위에 생기는 두경부(頭頸部)암 중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후두암과 구강암 등 두경부암의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최은창 연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최교수는 “두경부암이 남성 암 발생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빈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후두암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암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목소리까지 잃게 되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어려워진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최교수로부터 후두암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후두암 치료에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수술과 방사선을 혼합한 치료법이다. 후두암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흔한 후두암은 성대(聲帶)에 생기는 성문(聲門)암이다. 이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레이저와 방사선 치료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고 예후도 좋다.

그러나 진행된 경우라면 수술이 포함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항암+방사선 치료’와 ‘수술+방사선 치료’를 비교해보면 수술을 포함한 방사선 치료의 예후가 10~15% 정도 더 좋다.

후두암 수술을 받으면 말을 못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기에 발견하면 목소리를 잃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말기에 발견하면 환자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한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도나 식도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말하는 것과 입으로 음식을 먹는 것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말하는 것을 선택하면 성대를 남겨두지만 수술 후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다. 콧속으로 넣은 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데, 어떤 환자는 얼마나 입으로 음식을 먹고 싶었는지 입으로 음식을 씹기만 하고 다시 뱉어낸다. 그래서 대부분은 목소리를 포기한다. 성대를 포함한 후두를 모두 떼어내는 후두 전절제술(total laryngectomy)을 한다. 수술을 받은 후 식도를 이용한 발성법을 연습해야 말을 할 수 있다.

기도까지 절제하는 경우 코로 숨을 쉬지 못하므로 목 아래 부위에 기관절개공을 만들어 호흡한다. 이 구멍에 전기 후두기를 대고 목소리가 나오게 하기도 한다.

목소리를 보존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무엇이 있나?

후두암 치료 방법을 결정할 때는 암 크기와 위치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치관도 고려한다.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사, 아나운서, 목사 등 목소리를 잃을 경우 사회 복귀가 어려운 환자라면 후두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를 한다. 한 달 반 정도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정상 조직에도 방사선이 조사되어 침이 마르는 등의 부작용도 생긴다. 침이 마르면 마찰로 인해 구강 조직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목소리 보존을 위한 치료법을 다 써보고도 별도리가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후두를 제거한다.

뇌와 가까운 부위인 만큼 방사선 치료를 피하는 환자도 있다던데.

최근 초음파가 많은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기는 하지만 후두암 치료에는 적절하지 않다. 방사선 치료법이 상당히 발전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은 방사선 치료기에 CT를 결합한 토모테라피(tomotherapy)도 사용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후두를 이식하거나 인공 후두를 사용할 수는 없나?

‘면역 거부’가 문제이다. 미국에서 후두암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후두를 이식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말을 하거나 숨을 쉬는 본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또, 기도의 덮개 역할을 하는 후두개(喉頭蓋)를 움직여 후두로 음식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기능도 해야 하는데, 그런 인공 후두는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자연 치유된 경우는 있나?

흔치 않다. 국제 학회지 등에 보고된 바는 있지만 나는 그런 경우를 직접 접해보지 못했다.

미래의 치료 방향은?

후두암 치료는 재활이나 재건법의 발달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생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부위이므로 미래의 치료 방향은 수술 전과 같은 후두의 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목 아래 부위에 숨구멍을 뚫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것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후두암 치료 수준은?

외국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 다만, 외국에서는 이비인후과에 두경부를 합쳐 이비인후 두경부 외과까지 생겼다. 그만큼 후두암을 비롯한 두경부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우리도 진료 수준을 높게 유지하려면 의사와 환자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후두암의 원인은 무엇인가?

암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지만 후두암은 흡연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후두암 환자의 98%가 흡연자이고 남성이 월등히 많다. 그런데 남성 흡연자는 줄고 여성 흡연자가 늘고 있어 20~30년 후에는 여성 후두암 환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타르 등 담배의 발암물질이 공기와 함께 흡입되어 후두 표면을 자극한다. 점막에 변화가 생기면서 서서히 암세포로 발전한다. 음주도 한 원인이다. 알코올은 후두 점막을 손상시켜 암을 유도한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러스성 후두암은 치료 후 예후가 좋은 편이다. 

금연이 후두암 예방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금연운동을 해야 한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금연운동과 함께 조기 암 발견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젊은 사람이나 비흡연자는 후두암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최근 20~30대 후두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흡연이나 음주와 무관한 젊은 사람도 후두암에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뚜렷한 이유는 밝혀진 바 없지만 화학물질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흡연을 해온 후두암 환자가 금연하면 암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가?

일단 종양이 생겼다면 금연은 종양 성장 속도와 무관하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의사가 환자에게 금연을 권하는 이유는 정상 조직에서 또 다른 암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5년 생존율은 얼마나 되나?

1~2기라면 90% 이상이고 3~4기라면 75% 정도이다. 조기에 치료하면 예후가 좋은 암에 속한다. 그런데 보통 3~4기에 발견하는 것은 조기에 증세가 보여도 별것 아니리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증명되지 않은 민간 요법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 그래서 치료가 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돈은 돈대로 쓰고 정작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 할 때는 돈이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 

대표적인 초기 증세는 무엇인가?

후두암은 조기 진단이 쉽다. 증세가 일찍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증세가 쉰 목소리(애성)이다. 애성이 2주 이상 계속되면 내시경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40세 이상이거나 흡연을 하는 사람이 목소리가 변해 2주 이상 계속되면 반드시 진단받을 것을 권한다.

말기에는 숨이 차거나 숨소리도 거칠어진다. 또, 염증이 생기니까 침을 삼키면 목이 아프거나 이물감을 느낄 수 있다. 심하면 목에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위내시경처럼 금식할 필요가 없다. 코나 입으로 내시경을 삽입해 바로 확인해볼 수 있다.

주변 조직이 많은 부위라서 전이가 잘될 것 같은데.

다행스럽게도 주변 조직으로 전이되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흔한 성문암은 성대에 생기는데 성대에는 임파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성문 상부에 임파 조직이 많기 때문에 여기에 생긴 암은 뼈, 폐, 간 등으로 전이가 잘된다. 다행히 흔한 암은 아니다.


최은창 교수는 누구?
연세대 의대에서 1984년 석사학위, 1990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일본 구마모토 대학 이비인후과에서, 1990년에는 MD앤더슨 암센터 두경부 수술에 대한 연수 과정을 거쳤다. 이후 현재까지 연세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차기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이다. 최근 유전자를 이용한 후두암과 구강암 등 두경부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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