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와 경작자 모두가 받게 하라
  • 이정환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 승인 2008.10.28 14: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작자만 받으면 농지 수익성 향상돼 임차료 상승 시장 개방 앞두고 충격 흡수 위해서라도 계속 유지해야

▲ 농민단체회원들이 직불금을 받아 논란이 됐던 이봉화 전 차관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우태윤

소득 직불금 파동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둘러싸고 오해도 있고 착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모두가 흥분하고 있지만 이 제도의 성격과 파동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쌀 직불금이란 쌀값이 정부가 설정한 기준 가격보다 낮아지는 경우 그 차액의 85%를 농가에 직접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정부가 쌀을 수매해 쌀 가격을 지지하고 이를 통해 농가 소득을 안정시켜주었으나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의 10% 남짓만이 농가 소득으로 귀속될 만큼 비효율성이 컸다. 따라서 쌀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쌀값이 떨어지면 그 일부를 직접 보전해 줌으로써 좀더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 제도가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런 목적에 비추어 당연히 직불금은 경작 농가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그런데 경작자가 아닌 일부 지주가 직불금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지주가 직불금 받은 것은 오래전 일

그런데 사실 쌀 직불금의 일부를 지주가 받아간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 언론에도 보도될 만큼 널리 알려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이제 와서 전국을 강타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부당 수령자가 최고위 공직자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즉, 이번 파동은 고위 공직자가 농민의 몫을 가로챌 만큼 도덕적으로 이완되었다는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단 문제가 되자 고위 공직자가 아닌 일반 지주들의 부당 수령 문제로 논란이 비화되어 전국적인 전면 조사, 전면 회수라는 강경 대응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고위 공직자이든 일반인이든 지주가 수령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이고 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좀더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사람들은 직불금을 경작자가 수령하면 그 이익이 모두 경작자에게 귀속되고 지주가 수령하면 지주에게 귀속된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이런 제도를 시행해온 미국과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직불금이 경작자에게 지급되면 그만큼 농지의 수익성이 향상되므로 임차료가 상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체로 직불금이 100원 지급되면 임차료가 30원 정도 오른다. 즉 비록 직불금 자체는 경작자에게 지급되더라도 임차료 상승을 통해 결국, 그중 30%는 지주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직불금이 임대료의 일부가 되어 지주와 경작자 사이에 직불금의 분배가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노동력 부족으로 지주의 입장이 취약한 현실에서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하면서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그대로 받아가는 것은 일시적으로 가능할지라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컨대 직불금은 경작자의 소득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그 일부가 지주에게 귀속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직불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농가 소득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규제하거나 수매를 통해 어떤 농산물의 시장 가격을 높게 유지하면 그만큼 임차료가 상승해 그 이득의 일부가 지주에게 귀속된다. 더 나아가 품종 개량이나 기술 개발에 의해 수익성이 향상되면 임차료가 상승해 역시 그 이득의 일부는 지주에게 돌아간다. 즉 정부의 모든 농업 보호 혹은 지원 행위는 임차료 상승을 통해 그 이득의 일부가 지주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결과는 이렇게 되지만 직불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급 대상자를 법으로 특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작자만을 수령자로 하고 있지만 미국은 경작자와 지주가 공동으로 직불금을 신청하고 30%는 지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이것은 직불금을 누가 수령하든지 시장 논리에 따라 결국, 그 이득은 지주와 경작자가 나누어 갖게 되므로 아예 지급 단계에서 양자 모두에게 수령권을 분배한다는 것이리라.

요컨대 법으로 직불금의 수령자를 지정하더라도 실제로는 지주와 경작자가 나누어 갖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 부당 수령 문제에 대해 좀더 냉철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직불제 시행 이후의 모든 수령자에 대한 전면 조사를 통해 부당 수령자를 색출하고 전면 회수하려면 막대한 행정 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당 수령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농촌 사회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재촌 지주가 임대지를 회수하는 역기능을 나타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고위 공직자 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람들의 부당 수령은 엄밀히 조사해 단호하게 조치해야 하지만 일반 지주들의 부당 수령 문제는 실익과 부작용을 고려해 과거에 대한 조사보다 앞으로의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앞으로 이러한 부당 수령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하려면 부당 수령의 유혹을 차단하고 부당 신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해 지주가 스스로 신청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지주가 경작자로 위장해 직불금을 수령하는 목적은 직불금을 취득하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경우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작자에게는 양도소득세가 일부 면제되고 세율도 현저히 낮기 때문에 직불금을 수령해 자경으로 위장하려는 유혹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세무 당국이 쌀 직불금 수령이 자경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이를 널리 홍보해 지주들이 부당 수령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제까지는 직불금의 신청과 수령을 경작지 소재지가 아닌 경작자의 거주지 시·군청에서 하도록 되어 있어 부재 지주가 아무런 심리적 저항감 없이 일방적으로 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었고, 시·군청은 타 지역에 있는 농지의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여건이 부재 지주가 쉽게 부당 신청의 유혹에 빠져들고 이를 실행할 수 있게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정부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직불금 신청을 경작지 소재지에서 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러한 제도 변경이 신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가 정책 대상으로 인정하는 농가가 확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직불금의 대상자라고 주장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농가등록제를 하루빨리 정비해 정책의 대상이 되는 농가를 확정해야 한다. 가격 정책의 효과는 시장에서 분배가 이루어지지만 직불금은 시장을 통하지 않고 정부가 배분하므로 부당 수령자가 끼어들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농가등록제는 필수적이다.

농가등록제 정비해 농가 확정해야

셋째, 이번 파동이 자칫 직불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이러한 정책의 도입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과거 쌀 수매 제도와 같은 지원 정책에 비하면 비록 부당 수령의 문제가 있었지만 직접 지불 제도가 농가 소득 안정에 매우 효율적으로 역할을 해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효율성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미국과 유럽 각국은 1980년대 이후 농가지원 정책을 이 방법으로 거의 일원화해왔던 것이다. 앞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시장 개방 조치가 확대될수록 과도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이러한 제도는 더욱 확대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제도는 시장 개방에 대한 농가의 불안감을 제거해 개방에 대한 저항을 최소함으로서 원활하게 시장 개방을 확대시켜나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개방의 충격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줄여 농가가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결국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직불제가 단순한 소득 보전적 복지 정책이 아니라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산업 정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직불제의 관리 방법을 개선해 우리나라에서도 직불제가 농업 지원 정책의 주류로 정착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