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프리마돈나 안무의 달인 함께 정상에 ‘우뚝’
  • 김지혜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8.12.1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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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강수진·현대무용가 안애순, 공동 선두


무용은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어서 연륜과 신체적인 조건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30대에서 40대 사이의 비교적 젊은 층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시사저널>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의 차세대 인물’에서도 눈에 띄는 젊은 무용인들이 많았다. 다만, 이런 현상은 장르의 특성상 한국무용보다는 발레나 현대무용에서 두드러진다.

50세 미만의 차세대 인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무용인은 발레리나 강수진씨와 현대무용가 안애순씨이다. 둘 다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이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서 무용의 저변을 넓혀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최초 동양인 단원인 강수진씨는 무대에서 직접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발레리나로서, 안애순무용단의 안애순씨는 아름다움을 엮어내는 안무가로서 각자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왔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은 CF에서 ‘울퉁불퉁한 발’로 화제를 모으면서부터이다. 그동안 발레리나 강수진을 몰랐던 국민도 발레를 향한 그녀의 열정과 노력에 감명받았다. 실제 그녀는 상상을 초월한 노력과 끈기로 동양인 최초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했고, 세계적인 콩쿠르에 연달아 입상하며 무용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올랐다.

문훈숙·최태지 단장은 3, 4위에

하지만 우아하고 환상적인 발레 연기로 찬사를 받는 강수진도 40세가 넘으면서 ‘현역’ 무용가에서 은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11월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위해 내한했을 때 “나이가 나이이기에 마지막 줄리엣 연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수진은 독일에서 발레를 해왔고 한국에서는 간혹 공연만 하고 떠났다. 한국에 영향력이 있다기보다는 단지 유명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수진 때문에 대중이 발레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국 발레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은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과 국립발레단을 이끄는 최태지 단장이다. 왕년의 ‘스타 발레리나’들이 한국 발레계의 양대 산맥을 하나씩 맡아 책임지고 있다.

현대무용 안무가 중에는 댄스시어터 온의 홍승엽 단장과 도발적인 무용으로 유명한 안은미씨가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 10위 안에 선정되었다. 둘은 안무 역량이나 인지도 면에서 안애순씨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평이다. 20위권 안에는 학계의 인물들이 많았다. 국민대 문영 교수, 우석대 양순희 교수, 신라대 정신혜 교수, 한양대 손관중 교수, 안동대 정숙희 교수, 강원대 조성희 교수, 상명대 박재근 교수, 동덕여대 김순정 교수 등이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로 지목되었다.

 


ⓒ그림 최익견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로 뽑혔다. 소감은?

20년 넘게 한국의 정체성, 역사, 문화를 대변하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난해한 현대무용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이 점을 인정해준 것 같다.

외국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현대무용가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20대 중반 무렵, 스스로 작가로서의 확신을 얻고, 내 이름을 무용계에 각인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유학을 미루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유학을 가겠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린 나이에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교육받았다면 온전한 나만의 움직임이나 정체성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발레와 같이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작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는 내면에서 자유와 휴머니즘을 열망하지 않는가. 나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런 플롯을 만들어야 하며, 그 역할을 예술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안무를 만들 때 관심이 가는 주제들이 있다면.

한국의 문화적·사회적·역사적인 충돌이 우리에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관심이 많다.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오는 문화적 혼란과 갈등의 문제, 집단에 다양한 개인성이 매몰되는 문제 등이다.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 안무가상을 수상했다. 순수 무용으로 사회문제를 폭로하던 평소 안애순의 안무 경향을 고려할 때 조금 의외이다.

대중들이 많이 보는 <대장금> <바람의 나라>와 같은 창작 뮤지컬의 안무는 의무감을 가지고 담당했다. 어느 나라에서도 순수 예술은 대중과 가깝지 않다. 순수 무용은 본질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실 같은 영역이다. 그렇게 순수 무용에서 찾은 근원적인 움직임이나 안무 스타일이 고립되지 않고 대중들과 만나려면 뮤지컬과 같은 문화 상품이 필요하다.

앞으로 활동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다수의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개인의 문제를 다룬 <백색소음>이라는 작품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공연한다. 내년 6월에는 LG아트센터에서 창작 안무를 선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무용이라는 한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 공동 작업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작가들을 찾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귀와 눈과 감각이 충족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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