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 막이 올라간다 다 같이 박수를…
  • 김유미(연극평론가) ()
  • 승인 2009.01.20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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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무대에 오를 클래식·춤·연극 경제 한파 속에서도 식지 않는 꾼들의 열정 가득

지난해에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잇따라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비싼 음악회 티켓 가격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공연 수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9년 새해에는 경제 불황의 여파로 세계 메이저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내용 면에서는 실속 있는 음악회가 더 늘어났다.


▒ 클래식, 실속 있는 음악회 는다 

1월31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내한 공연은 협연자로 나선 김선욱이 리즈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무대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음악가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엿볼 수 있는 무대일 뿐 아니라 독일 관현악의 중후한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음악회이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독일 정통 관현악에 강점을 보이는 단체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제5번과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등 정통 독일 관현악곡이 마레크 야노프스키의 지휘로 연주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古)음악을 좋아하는 음악 애호가라면 톤 코프만과 암스테르담 바로크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3월6일)을 추천하고 싶다. 톤 코프만은 18세기 이전의 고음악을 당대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시대 악기 연주의 대가로 쳄발로를 연주하며 지휘하는 옛 지휘법을 사용한다. 그가 암스테르담 바로크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 영상물을 보면 밸브가 없는 트럼펫이나 나무로 된 플루트, 바로크식 바이올린 활이 등장하며, 그 음색 또한 매우 고풍스럽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헨델의 ‘수상음악’과 하이든의 교향곡이 연주될 예정이다. 18세기 관현악의 울림을 체험하고 싶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이다.

▲ 올해 내한하는 오케스트라 가운데 빈 필과 뉴욕 필 같은 정상급 단체들도 있지만 애호가들 은 슈타츠 카펠레(아래)의 내한을 더 반기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예술가곡의 깊은 맛을 느끼고 싶다면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공연(3월13~14일)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괴르네는 지난 2006년 세종체임버홀의 개관 기념 연주회에 초청되어 슈베르트의 예술가곡을 훌륭하게 소화해내 국내 음악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예술가곡의 대가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를 사사한 그는 부드러운 음성과 뛰어난 가사 전달력을 갖추고 있어 이번 공연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20세기 현대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뮌헨 체임버오케스트라의 공연(3월31일)에 가볼 만하다.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이끄는 뮌헨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지난 2007년 내한 공연에서 전율을 일으킬 정도의 앙상블과 파격적인 음악 해석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실내교향곡 1번과 바버의 현악4중주 등 20세기 음악의 걸작들이 소개된다. 

4월2일로 예정된 예프게니 키신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예매 시작 5시간 만에 매진되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2006년 내한 공연 당시 10곡의 앙코르 연주로 화제가 되었던 그날의 감동이 재현될지 기대해볼 만하다. 

올해 내한하는 오케스트라 가운데는 빈 필하모닉과 뉴욕 필하모닉 같은 정상급 단체들도 포함되어 있으나 공연 장소나 연주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볼 때 오히려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내한 공연(5월9~10일)을 최고로 꼽는 음악 애호가들이 많다. 지난 2006년 내한 공연 당시 동독 악단 특유의 일사불란한 앙상블을 선보였던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이 이번 공연에서 수석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를 맞이해 어떤 연주를 선보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약진하는 한국인 성악가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소프라노 임선혜와 베이스 연광철의 연주회(5월25일)를 추천하고 싶다. 이번 공연은 훌륭한 가창력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두 성악가의 완성도 높은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최은규 (음악칼럼니스트)

▒ 춤, 국립-유니버설발레단 경합 볼만 

기축년이 밝았다. 우직한 소의 힘이 무용계에도 필요한 시기이다. 올해 춤 공연에도 경제 한파의 파장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2009년도 춤 공연을 훑어보면 질적인 면에서 큰 위축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목할 만한, 혹은 놓치면 아쉬울 춤 공연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 발레계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위)은 올해에도 한 치의 양보를 보이지 않을 것 같다. ⓒLG아트센터 제공

한국의 미를 국내외에 알리는 일등공신 국립무용단은 고 송범 선생의 <도미부인>을 리바이벌한다. 2007년 작고한 송범 선생은 국립무용단 단장을 20년이나 역임하면서 한국 창작춤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의 역작 <도미부인>은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복원 사업의 하나로 5월20~23일 공연된다. 서양 클래식발레에 대응하는 드라마틱한 한국 무용극을 정립시킨 고인의 발자취를 향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리나라 발레계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도 한 치 물러설 수 없는 경합의 장을 펼친다. 국립발레단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를 3월20~24일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다.
기존의 동화를 비틀어보는 마이요의 기발한 상상력과 세련된 연출은 <신데렐라>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작품 전반에 걸쳐 돋보이는 ‘구상과 비구상의 어우러짐’은 아름다운 동화적 풍취와 어딘가 뒤틀린 현대적 추상성을 상존시킨다.

국제현대무용제(MoDaFe, 5월26일~6월6일)의 폐막은 수잔 링케가 책임진다. <Schri-tte Verfolgen>라는 제목은 ‘당신 걸음의 자취를 밟다’라는 뜻이다. 수잔 링케는 네 명의 무용수를 통해 끝없는 젊음과 몸의 활기라는 주제를 심도있게 고찰해간다. 무엇보다도 마리 뷔그만에서부터 수잔 링케를 거쳐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는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계보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주목할 이유이다.

극장 기획 공연도 볼만하다. LG아트센터가 기획한 국내 안무가 안애순의 <Buddha’s Chamber Project>(가제)가 6월25~26일 초연된다. 안애순은 부다바(Buddha Bar) 스타일 음악으로 유명한 DJ 솔스케이프와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동양 종교의 상징체인 부다는 서양에서 이국적인 문화 아이콘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애순은 이러한 현상을 역수입해 현대 사회에 난립하는 수많은 아이콘에 대해 성찰한다.

아르코예술극장의 기획 공연 중에서는 7월16~18일 안성수의 <장미&볼레로>가 눈에 띈다. 안성수의 창작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치밀한 이성과 예민한 감성을 통해 음악을 춤으로 형상화해가는 것이다.

그는 무용수들 각각의 춤적 개성을 분출시키기보다는 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체적인 구성미를 중요시한다. 장장 1년6개월 간의 안무 과정을 거쳐 탄생할 ‘장미’와 ‘볼레로’를 기대해본다.

성남아트센터는 3월29일~4월12일 에미오 그레코의 <Male Project>를 선사한다. 에미오 그레코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형쇼핑센터나 자동차전시장에서 춤추었던 댄서에서 전세계 무용계를 강타하는 별로 떠오른 경우이다. 정형화된 기교를 거부하는 그의 기묘한 움직임 충동은 보는 이에게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최근 2~3년간 좋은 무용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성남아트센터의 선택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색다른 춤을 원한다면 퓨전 플라멩코를 주목하라.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뜻의 <푸에고>는 스페인의 국보급 무용가 카르멘 모타가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이벤트이다. 10년 이상의 철저한 훈련을 거친 플라멩코 댄서들의 화려한 몸짓은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더욱 화려해진 <푸에고> 업그레이드판은 6월9~14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
심정민 (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 연극, 기획 작품들 눈에 띄네

지난해 연극계에서는 <리어왕>(극단 미추)과 <맥베드>(극단 죽죽) 등의 작품이 무대를 빛냈다. 2009년에 어떤 좋은 공연들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직 2009년의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에 바탕을 두지만 그것이 실행될지 아닐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점을 밝혀둔다.

예전에는 좋은 공연을 자주 만드는 극단 위주로 작품을 보면 되었는데 요즘은 극장의 기획도 생각하면서 작품을 선택해야 좋은 공연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극장으로는 국립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등을 들 수 있다. 명동예술극장, 이해랑예술극장(구 동국대예술극장), 유치진극장(구 드라마센터), 아르코시티(대학로 복합문화공간) 등의 중극장이 2009년 개관을 앞두고 있으니 앞으로는 이 극장들에도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극장 운영이 시즌제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공연을 미리 점찍어 놓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LG아트센터는 1년 공연 계획이 나와 있어 고정 관객을 확보할 수 있고, 아르코예술극장은 기획 위주로 운영 방침이 바뀌면서 1년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극장들도 설 이후에는 좀더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작품들을 골라보면 예술의전당이 기획하는 <템페스트>(5월)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극단 미추가 함께해 한국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연출은 손진책, 번역 및 각색은 배삼식이 맡아 미추의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려는 듯하다. <템페스트>는 원한과 복수를 화해와 용서로 풀어내기 때문에 동양적 정서에 잘 맞아 우리 식의 재해석이 시도되기 좋은 작품이다. 이윤택도 이 작품을 한국적으로 해석해서 공연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연출가들의 해석과 변별되는 한국적인 <템페스트>가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기대된다. 2009년 예술의전당 대관공연들을 보면 거의 뮤지컬이어서 연극계의 상황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극장의 기획이 극단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 올해 주목할 만한 해외 공연으로는 LG아트센터에서 하는 리투아니아의 연출가 네크로슈스의 (아래)와 러시아 사찌르극장, 안제이 부빈의 이 있다. ⓒ LG아트센터 제공

LG아트센터와 극단 여행자가 공동 제작하는 작품으로는 입센의 <페르귄트>(5월)를 이야기할 수 있다. 연출은 양정웅이 맡았다. 이 작품은 18세기 노르웨이 민속 설화를 바탕으로 시인이자 허풍쟁이 같았던 페르귄트라는 인물의 험난한 모험담을 그린 작품인데, 방대한 스케일과 잦은 공간 이동으로 난해하다고 알려진 작품을 양정웅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정웅이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 작품에 일가견이 있기에 그의 서양 고전에 대한 해석에 신뢰감을 갖지만 <페르귄트>가 워낙 난이도가 있는 작품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템페스트>나 <페르귄트>를 보면 올해도 역시 외국 고전을 우리 연출가와 극단 단원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무대화할지가 관건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르코예술극장의 기획도 생각해볼 만하다. 2008년 ‘창작예찬’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이 다소 연극인들의 잔치처럼 되기는 했지만 그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극장이 구체적으로 개입해 작가와 연출가의 어색한 작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원전유서> 같은 문제작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 작품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극장의 기획보다는 연희단거리패의 힘 때문이겠지만 극장의 기획이 극단의 에너지를 고양시켰다고 할 수 있다. ‘창작예찬’ 2009년 작품들이 선정은 되었지만 다른 조건들이 정해지지 않아서 작품명만 이야기하자면 <수인의 몸 이야기> <택배왔습니다> <홍어>이다. 

또 하나 ‘아르코 초이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대본 공연 기획서를 받아 신작 위주로 작품 공연의 기회를 주는 것인데, 지난해의 <억울한 여자>처럼 2009년 공연에서도 기대를 해볼 수 있다. 극단 독립극장의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는가>, 극단 창파의 <세 자매, 그 이후>, 극단 백수광부의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아시아 연극 연출가 워크숍>, 극단 컬티즌의 <바다 나그네>, 극단 풍경의 <마라, 사드> 등이 2009년 아르코 초이스의 작품들이다. 아르코예술극장은 그 외에도 우수작 재공연과 젊은 연출가들의 챌린지 공연 등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2008년 화제작 극단 미추의 <리어왕>을 3월에 볼 수 있다.
  
 2008년 한·일 합동 프로젝트로 스즈키 타다시의 <엘렉트라> 공연이 있었는데, 올해는 사카테 요지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 연출가를 초청해 우리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그의 작품을 김광보 등 우리 연출가가 맡아서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스즈키 타다시 공연은 새로움의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그 부분이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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