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못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2.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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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일 상계백병원 척추센터 소장 / “척추측만증, 조기에 발견하면 휘는 것 예방할 수 있어”
ⓒ시사저널 박은숙

 

프로당구 선수 자넷 리는 척추측만증을 극복하고 세계 당구계를 석권해 유명세를 탔다. 사람을 앞에서 볼 때 일자인 척추가 옆으로 휘는 것이 척추측만증(scoliosis)이다. 방치하면 휘는 정도, 즉 만곡(彎曲)이 심해져 단순한 요통뿐만 아니라 심폐 기능의 장애까지 겪게 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금속으로 만든 해링턴 지지대(harrington rod)로 척추를 지탱하는 수술이 일반적인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반신 마비를 비롯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척추경 나사 고정술’이 최선의 수술로 알려져 있다. 석세일 상계백병원 척추센터소장은 나사못(pedicle screw)으로 척추를 고정하는 이 치료법을 개발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이다. 최근에는 그에게 한 수 배우려는 외국인 의사가 줄을 잇고 있어  척추측만증 치료의 세계적인 대가로도 통한다. 석소장으로부터 최신 척추측만증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척추측만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전체 환자의 90% 정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에 심해지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태아 때 척추 기형에 의해 발생하는 ‘선천성 척추측만증’과 뇌성마비나 근육병에 의한 ‘신경근육성 척추측만증’도 있다.

무거운 가방을 들거나 앉는 자세가 바르지 못할 때 발병하는가?

그렇지 않다. 자세가 구부정해도 자력으로 허리를 펼 수 있으면 척추측만증이 아니다. 오랜 기간 무거운 가방을 한쪽으로 메거나 앉는 자세가 불량하면 허리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단순히 요통이 생길 뿐이다. 실제 척추가 휘었다고 해도 휘어진 각도가 10˚ 미만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척추측만증이라고 하면 10˚ 이상 척추가 휜 경우를 말한다.

원인 규명을 해야 정확한 치료법도 나올 텐데.

그렇다. 미래의 치료법은 질환의 원인을 찾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추정되는 원인 중 하나는 유전자(gene)이다. 척추측만증은 유전되지 않지만 형제 중 한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면 다른 형제도 걸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척추측만증과 유전자 사이의 비밀을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형 물고기가 생기는 것처럼 환경오염으로 척추가 휜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원인을 찾으면 수술 없이 약물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원인이 분명치 않아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자포자기하는 환자도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척추가 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휘어진 각도가 40˚ 미만이면 보조기 착용만으로도 척추측만증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에 발견해서 약 2~3년 정도 보조기를 착용하면 척추가 심하게 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한 번 걸리면 원상대로 교정을 하거나 복구할 수는 없다.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고 방치하면 만곡이 심해진다. 척추측만증은 대개 흉추와 요추에서 발생하는데, 흉추가 80~90˚ 이상 휘면 심장과 폐를 눌러 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심폐 기능 장애로 사망하기도 한다.

요추가 심하게 휘면 걷지 못할 정도로 요통이 생기거나 퇴행성관절염과 허리 디스크가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받지 않을 정도로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애덤스 테스트(adam’s test)이다. 발끝을 모으고 무릎을 편 채 허리를 굽혀 어깨·등·허리를 보면 평평하지 않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엑스레이만으로 변형된 부위, 크기, 유연성, 성장 상태 등을 확인한다.

늦게 발견한 경우에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통증도 없고 큰 불편도 없어서 청소년기를 그냥 넘기면 척추측만증은 계속 진행된다. 휜 각도가 40˚ 이상이면 수술 외에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내가 1980년대 후반에 척추경에 나사못을 박아 척추를 고정하는 ‘척추경 나사 고정술’을 개발해서 미국 학회에 발표하려 했는데 받아주지 않았다. 1994년에 겨우 발표할 수 있었지만 이전에는 나를 모두 미친 사람 취급했다. 그러나 5년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치료법을 승인했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절개 부위도 적어졌다. 이전에는 가슴과 등을 각각 절개해서 수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척추 나사 고정술이 나오면서 가슴은 절개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8년 전 개발한 ‘후방 척추 절제술(PVCR)’로 수술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합병증도 많이 줄이게 되었다.

척추는 단순히 옆으로만 휘지 않는다. 마치 꽈배기 모양으로 뒤틀리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척추를 똑바로 세우는 2차원 치료에다 뒤틀린 척추를 풀어주는 3차원 치료가 필요하다.

나사못을 박는 위치는 어디인가?

척추에는 척추경이라는 뼈가 있다. 나사못을 박아 척추를 고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뼈이다. 척추가 많이 휘었다면 더 많은 나사못을 박아야 한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휜 경우에는 수술 후 약 3개월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

수술 부작용은 무엇인가?

가장 흔한 부작용은 출혈과 마비이다. 출혈은 수혈 등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문제는 마비이다. 그러나 요즘은 수술할 때 마비 가능성을 감지해주는 기계가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의사가 적지 않다. 하지만 환자는 마비가 아니라 사망을 각오하더라도 수술받기를 원한다. 의사는 환자의 의지에 따라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추나요법과 같은 물리치료는 도움이 되는가?

환자가 보조기를 오랜 기간 착용하면 근육이 약해지고 굳어지니까 운동 목적으로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치료 효과는 없다. 침이나 뜸으로도 치료되지 않는다. 재활요법이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환자가 많은데 결코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늑골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는데.

앞서 설명했다시피 척추가 3차원으로 뒤틀리며 휘는 경우가 있다. 심하게 뒤틀리면서 늑골까지 휘게 된다. 심폐 기능이 나빠지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늑골 일부를 제거해주어야 한다.

수술을 받으면 척추를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환자가 있다. 80~90% 정도 회복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성인들도 이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척추측만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청소년기에 생기는 것과 중년 이후에 생기는 것이다. 후자를 퇴행성측만증이라고 한다. 그러나 발생 부위가 요추에 국한되고 발생 원인이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과 같이 퇴행성 변화에 의한 것이다. 치료도 척추측만증보다 일반 퇴행성 척추질환 치료법에 가깝다.

퇴행성측만증 환자는 척추 변형, 요통, 다리 신경마비를 호소하게 된다. 나는 요통과 척추 변형은 웬만하면 그냥 넘길 것을 권한다. 사실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면 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마비 때문에 걸어다니지 못할 정도라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퇴행성측만증보다 후만증이 많다. 허리를 펴지 못하고 걸어 다니는 노인을 쉽게 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유독 퇴행성후만증 환자가 많은 것으로 봐서 인종적인 차이라기보다는 부엌일이나 농사일을 할 때 항상 쪼그려야 하는 생활 습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석세일 교수는 누구?

1958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60년과 1964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7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했다. 1997년부터 인제대 의대 교수와 상계백병원 척추센터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1979년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 1988년 대한척추외과학회 회장, 1990년 대한정형외과 회장, 2002년 국제정형외과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5년 측만증에 대한 척추경 나사못 삽입술, 2002년 심한 척추 변형에 대한 척추 후방 절제술, 2004년 척추 변형에 대한 척추회전술을 개발했다.
세계적으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SCI 논문 22편을 포함해 모두 2백28편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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