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측 접촉 시도 있었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02.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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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대성씨 검찰 진술 단독 확인…“중계인들 통해 인터뷰 요청해왔지만 거절”

▲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웠던 박대성씨가 기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진짜 미네르바는 과연 누구일까. 온라인에서 한껏 궁금증을 유발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지난 1월8일 검찰은 전기통신기본법상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긴급 체포했다. 박씨가 체포되면서 그의 나이(31)와 학력(2년제 대학 졸업) 그리고 무직자라는 사실이 공개되어서, 세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그 나이에 경제학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그런 경제 식견과 예측을 내놓을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일었다. 또, 박씨는 구속되면서 “<신동아>에 기고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인들의 관심은 ‘그렇다면 <신동아> 12월호에 기고했던 미네르바는 도대체 누구냐’에 쏠렸다. 미네르바 진위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신동아>는 12월호에서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절필 선언 후 최초 토로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온다, 환투기 세력 ‘노란 토끼’의 공격이 시작됐다”라는 미네르바 기고문을 실었다. 이 기고문이 나가자, 검찰은 물론 사정 기관을 비롯해 경제 부처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기업들과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기고문에 실린 미네르바의 경제 분석과 예측을 다시 분석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검찰은 박씨를 구속하면서 <신동아> 12월호 기고문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진짜 미네르바’는 미스터리로 남는 듯했다.  

미네르바 실체 둘러싼 논란 계속돼

그러던 차에 지난 1월19일 발행된 <신동아> 2월호가 ‘<신동아> 기고 미네르바 7시간 심야 인터뷰’ 기사를 내보면서 진위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신동아> 기사는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이며, 박대성은 우리와 무관하다’라는 것을 골자로 한 내용이었다. 자신을 ‘미네르바 그룹’의 일원이라고 소개한 K씨는 <신동아>에서 ‘구속된 박대성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모두 금융권 사람 7명으로 구성된 동호회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5백건가량 글을 썼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멤버(7명) 중 현재 연락이 안 되는 한 사람이 우리와 의견 충돌로 떠났다. 그 사람이 박대성씨를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반신반의하기는 했어도, 박대성씨와 검찰측 주장대로 ‘박대성=미네르바’라고 여겼던 분위기가 급반전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박씨의 단독 소행으로 보는 검찰의 시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검찰은 “박씨의 통화 내역이나 e메일도 분석했지만 증권·경제 전문가와 교류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박씨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미네르바라는 것이다.

K씨는 박씨가 구속되는 상황을 보면서 ‘엉뚱한 사람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걸 다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라고도 언급했다. K씨는 구속된 박씨가 ‘가짜’라는 주장과 함께 제법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했다.

그렇게 다시 진위 논란이 한창 일고 있던 지난 1월22일, 박대성씨는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결국, 구속 기소되었다. 혐의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외화 예산 환전 업무 전면 중단’(2008년 7월30일)과 ‘정부의 달러 매수 금지 긴급 공문 전송’(12월29일) 등 2건의 허위 글을 각각 게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박씨가 ‘단독 미네르바’라고 다시 결론 내렸다. 서울 창천동 박씨의 집 컴퓨터에서 다음에 접속한 로그인 기록이나 아이디(ID)와 비밀번호 등을 분석한 결과, 박씨가 미네르바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에서 확보한 미네르바 글 2백44편을 분석한 결과, 2백38편에 남겨진 인터넷 주소(IP)와 서울 창천동에 있는 박씨 집의 IP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K씨는 <신동아> 2월호에서 ‘IP 주소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박씨가 IP 주소를 조작하지 않았을까?’라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측은 “K씨 주장대로 박씨가 IP를 조작했다면, 박대성씨가 다음에 로그인할 때 사용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K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IP는 조작할 수 있어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조작할 수 없다. 검찰이 밝힌 대로,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글들은 박대성씨의 IP와 아이디, 비밀번호로 로그인해서 다음에 올린 것들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K씨의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K씨의 ‘진짜 미네르바’ 주장에 대해 박대성씨는 강하게 반박했다. 박씨는 지난 1월23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월간지 <신동아>에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가 누군지 혹시 짐작이 가느냐’라는 질문에 “K씨를 내세워 만든 터무니없는 스토리이다. 잡지사 자신이 아닌가 싶다”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신동아> 12월호에 게재된 글이 박씨의 글과 유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슷한 것이 부분적으로 있다. 나의 글을 카피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박씨와 K씨 양측은 서로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검찰을 비롯한 상당수 언론이 현재까지는 박씨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세이다.  

<신동아>측은 “박씨와 접촉한 적 없다” 부인

▲ 에 실린 미네르바 관련 기사. ⓒ시사저널 유장훈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미스터리가 제기되었다. <신동아>측이 지난해 10월께 박대성씨와 두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검찰의 정통한 소식통은 “구속된 박씨는 검찰에서 지난해 10월께 ‘중개인들’을 통해 인터뷰 요청을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진술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한 ‘중개인들’은 한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로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어서 불가피하게 ‘중개인들’로 서술했다.  

검찰 소식통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신동아>측은 중개인 두 명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박씨에게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했다. <신동아>측과 박씨가 직접 통화한 것은 아니며, 중개인들을 통해서만 박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이다. 처음은 10월 중순이었고, 두 번째는 10월 말이었다. 이에 박씨는 중개인들을 통해 처음 인터뷰를 제의받았을 때는 가볍게 거절했으며, 두 번째 요청이 들어왔을 때는 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것에 대해 박씨는 검찰에서 ‘내 얼굴이 밝혀지는 것이 싫었다. 또,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싫었다’라고 진술했다.”

이 검찰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신동아>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 ‘중개인들’로 하여금 박씨와 전화 통화를 하게 해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박씨가 이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신동아>의 한 관계자는 “<신동아>는 <시사저널>이 언급한 ‘중개인들’을 통해 지난해 10월 미네르바에게 접촉한 적이 없다”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2월호에 대한 후속 취재를 하고 있으며, 지면을 통해 향후 입장을 밝힐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동아>가 ‘미네르바 박씨’와 접촉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미네르바 K씨’와 접촉해서 기고문을 받고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박씨가 검찰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 부분도 향후 밝혀져야 할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는 박씨가 구속 기소된 지난 1월22일, 1천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조사를 한 바 있다. 조사 결과, 구속된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일 것이다’라는 의견은 25.6%에 불과했다. 반면, ‘진짜 미네르바가 따로 있을 것으로 본다’라는 견해가 40.6%로 더 많았다. 구속된 박씨 자신뿐만 아니라 검찰도 ‘박대성=미네르바’이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가 있다면서 <신동아>의 K씨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대성이 과연 미네르바일까’라는 의구심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미네르바를 둘러싼 진실 게임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시사저널 임영무
검찰이 ‘미네르바’라고 지목한 박대성씨의 변론을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를 지난 1월28일 서울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 만났다. 박변호사는 “<신동아>에서 주장하는 ‘미네르바 K씨’는 가짜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된 박대성씨만이 ‘유일한’ ‘진짜’ 미네르바라는 것이다.

 

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씨의 기고문과 인터뷰 기사가 실린 <신동아> 12월호와 2월호를 읽어본 소감은?

<신동아> 12월호에 글을 썼다는 K씨의 글 쓰는 방식과 미네르바 박씨의 글 쓰는 스타일이 자세히 보면 다르다.

<신동아> 2월호에 ‘미네르바는 금융계 7명의 그룹이며 박대성씨는 무관하다’라는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것은 박대성씨에 대한 인격 모독 행위이다. 미네르바는 박대성씨뿐이다.

<신동아> 인터뷰 기사에 대해 별도로 대응할 계획인가?

미네르바 변호인단이 당장 <신동아> 기사에 대응을 하게 되면 이번 사건의 본질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신동아>는 공론 기관이기 때문에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바꾸어야 한다. 지면을 통해서 공개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인터뷰 이후인 1월30일, 박씨의 변호인단은 <신동아>에 대한 언론중재위 제소와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한 K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K씨 자체가 가짜이기 때문에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그의 견해를 따져보지도 않았고, 귀담아 들을 필요도 없다.

검찰이 미네르바로 지목하고 있는 박대성씨는 <신동아> 기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

박씨는 자기가 인터넷에 쓴 글을 ‘가짜’라고 하니까,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황당해하고 있다. 

구속된 이후 박대성씨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나?

처음 구속될 때만 해도 혼란스러워했고,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런데 지난 설 연휴 전에 접견을 했더니, 심적으로 많이 안정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죄를 지은 게 없습니다. 순수한 동기에서 글을 쓴 것입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박대성씨가 변호인단에 특별히 요청한 주문이 있나?

없다. 다만, 이번 <신동아> 기사에 대한 대응은 변호인단에 위임하겠다고만 했다.

향후 재판에서 증인으로 누구를 채택할 것인가?

첫 공판은 2월10일을 전후해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증인은 검찰에서 누구를 증인으로 내세우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인데, 변호인단에서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이나 국장급 실무진, 외환 딜러 등을 증인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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