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받을 사람은 열에 하나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4.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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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초기 심한 통증 2~3주 이내 호전…물리치료·안정요법이 우선

허리에 통증을 느끼면 정형외과로 가야 할까 아니면 신경외과로 가야 할까 고민하는 환자가 많다. 예전에는 요통만 있으면 정형외과에서, 다리에 마비 증세까지 나타나면 신경외과에서 따로 치료했다. 그러나 허리디스크 질환은 요통에서 시작해서 다리 마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해 보통 신경외과가 담당한다.

다만, 척추측만증처럼 뼈가 휘어지는 질환은 정형외과에서 다루고, 중추신경이 있는 목뼈(경추)에 이상이 생기면 대개 신경외과에서 치료한다. CT나 MRI가 없던 과거에는 척추조영술로 디스크를 진단했다. 척추에 조영제를 넣어보면 신경이 눌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사를 받은 후 조영제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조영제 10cc를 빼기 위해 척수 100cc를 뽑아야 한다. 그나마 조영제를 완전히 제거하지도 못한다. 환자는 진단 단계에서부터 심한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요즘은 심각한 마비 증세가 아니라면 이 검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CT나 MRI로 척추 신경이 눌린 정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디스크 질환의 초기에는 심한 요통이 생긴다. 또, 위치에 따라 하지 방사통도 생기지만 대부분 2~3주 이내에 호전된다. 그러므로 초기의 통증 정도만으로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대신 안정요법과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인 방법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정밀 검사를 통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는 10% 정도이다.

우선 발과 다리가 마비되거나 대소변 장애가 생긴 경우라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탈출된 디스크가 이미 신경을 누르고 있어 환자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비수술 치료 3주 넘어가도 증세 안 좋아지면 수술 고려

응급 수술이 필요한 증세로는 마미증후군도 있다. 요추에 5개 관절이 있는데, 중추신경은 가장 위쪽에 있는 1번까지만 뻗어 있다. 그 밑으로는 말초신경이 여러 가닥으로 뻗어 있는데 마치 말꼬리와 같다고 해서 마미(馬尾)라고 부른다. 드물지만 1번과 2번 관절에 디스크가 생기면 마미증후군이 생긴다. 간혹 4번과 5번 요추에서도 마미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중추신경이 없는 이 부위에서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디스크 질환이 심각해질 정도로 상당히 진행된 경우이다.

응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3주 이상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인 방법을 써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만성적인 요통이 비수술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자주 재발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때 역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정밀검사를 통해 섬유륜이 파열되어 수핵이 빠져나온 상태도 물리치료가 별 효과를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는 아무런 증세가 없지만 가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요통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만성적인 디스크 질환의 일반적인 증세이다. 이때에는 환자의 증세가 얼마나 자주 재발하는지, 한 번 재발해서 얼마나 오래가는지, 환자의 직업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수술을 결정한다.

만성 디스크를 방치하면 요추 협착증이 생길 수 있다. 신경이 있는 척추강이 좁아져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부분은 요통보다는 다리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증세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자신도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서 느끼게 된다.

이때에는 정밀검사를 통해 협착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마비가 없다면 일단 운동치료나 척추강내 혈류 증가 약물로 1차적인 치료를 한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하는데, 특히 걸을 때의 통증 정도를 잘 살펴야 한다. 10분만 걸어도 통증이나 저림 증세가 심해서 쉬어야 할 정도라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일부 의사들은 최근 절개 부위가 작은 미세침습수술을 환자에게 권한다. 절개 부위가 작기 때문에 좋을 것 같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젊은 사람과 달리 디스크가 굳어져 있어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절개 부위는 작지만 실제 몸속에서의 수술 범위는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최소 절개 수술이 모든 환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시사저널 박은숙
목디스크 환자 최장구씨(39)는 병실에서 목에 압박 붕대를 한 채 기자를 만났다. 수술을 받은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회복이 빠른 경우였다. 평소 요가와 헬스 등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이라고 했다.

운동으로 건강을 다져온 그가 목디스크 질환에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잘못된 생활 습관 탓이라고 했다. 최씨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높은 베개가 목에 무리를 준 것 같다. 또,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잠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생활 습관이 목뼈의 퇴행성을 촉진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전조 증상이 있었다. 운동이나 반신욕을 한 후 팔이 저려왔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전남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3월22일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목 뒤가 뻐근히 저려왔다. 날카로운 것이 목을 쑤시며 누르는 느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느꼈다. 평소 한방을 선호하는 최씨는 직장 근처 한의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의사가 문진을 하고 통증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보더니, 디스크 가능성도 있지만 단순 근육통일 수도 있다고 했다. 침을 맞고 부항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다. 치료를 받고 약까지 먹었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 날에는 슬링요법(sling therapy) 치료도 받았다. 몸을 끈으로 공중에 매달아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약화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최씨는 “그런데 다음 날에는 걷지도 못하고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심해졌다. 척추 전문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보니 목디스크가 많이 진행되었다면서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MRI 사진을 보니 5번과 6번 뼈 사이의 디스크가 심하게 돌출되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그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았다. 버틸 때까지 버텨서 수술을 받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고 당장 수술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의견이 분분해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을 통해 연세세브란스병원의 윤도흠 교수를 알게 되었다. 결국, 3월30일 경추디스크유합술을 받았다. 목 앞쪽으로 절개하고 식도와 혈관을 제치고 목뼈에 인조 디스크를 심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압박 붕대를 착용해야 하지만 수술 결과에 만족했다. 최씨는 “일단 디스크 판정을 받으면 의사를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최선의 치료법을 찾을 것이고, 그 결과는 만족스럽게 나타날 것이다”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번 수술을 계기로 그의 생활 습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금연은 물론 낮은 베개를 이용하고 TV는 절대로 누워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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