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바보, 이렇게 가야 했나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5.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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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 “원망하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 유서 남기고 자신이 모든 짐 떠안아
-  정치문화 바꿔보려 했던 꿈, 다시 우리 사회에 화두로 남겨

원망스럽다. 정작 자신은 ‘원망하지 마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지만, 그래도 한없이 원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5월23일 오전 6시 45분경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뒤의 봉화산에서 투신해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전국은 온통 충격 속에 빠졌고, 곳곳에서 오열과 탄식이 뒤섞이고 있다. 우리 헌정 사상 가장 불행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다시 이렇게 남겨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곧바로 고향에 내려가면서 전직 대통령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소위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 휘말리면서 검찰 수사의 중심선상에 섰다. 4월7일 노 전 대통령은 “집사람이 부탁해서 박연차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인정했다.
주요 일간지에는 연일 검찰발로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노 전 대통령 측의 박회장 뇌물 수수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4월11일에는 권양숙 여사가 검찰조사를 받았고, 12일에는 아들 건호씨가 역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21일에는 가장 가까운 친구인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구속됐다. 이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이강철 전 특보, 이광재 의원 등 자신의 정치적 ‘동지’들은 구속 수감된 상태였다.

4월22일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명예와 도덕적 신뢰가 바닥났다. 이제 나를 버려 달라”라며 스스로 정치적 파산 선고를 내렸다. 이때부터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은 모든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한다. 4월30일 노 전 대통령은 전직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세 번째로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사는 충분했다”라고 밝혔고, 곧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되면서 봉하마을에 대한 수사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또 반전됐다. 5월12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40만 달러를 더 받았다”라는 새로운 내용을 밝혔고, 딸 정연씨도 그 전날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에서는 “권여사의 재소환이 불가피하다”라며 다시 소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가족과 측근들이 모두 구속되거나 잇따라 소환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노 전 대통령은 말할 수 없는 상심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결국 “미워하지 마라, 원망하지 마라”라는 당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5월24일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로 향하던 한 ‘친노’그룹의 핵심 인사는 “그 상심과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셨어야 했느냐”라며 울먹였다.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를 한번 바꿔보고자 했으나,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자신의 몸을 던짐으로써 우리들에게 그 무거운 화두를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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