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향해 나아가는 현대음악계 거장의 ‘후계자’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06.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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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국제음악제 류재준 음악감독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 기간 중에 만난 류재준 음악감독(39·현대음악 작곡가)의 눈은 피곤함에 절어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 데서나 들을 수 없는 프로그램, 사람들이 듣고 이해할 수 있는 현대음악, 유니크한 걸작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다”라고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넘쳤다.

이번 음악제에는 현대음악계의 거장인 크쉬스토프 펜데레츠키(77)가 직접 자신의 <교향곡 7번>을 지휘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류씨의 작곡 스승이기도 한 펜데레츠키는 이번 음악제의 명예 음악감독직을 수락하고 직접 지휘하고 음악제 기간 내내 자리를 지킬 정도로 류씨에게 깊은 애정을 보였다. 류씨를 그의 음악적 후계자로 부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류씨 역시 이번 음악제의 프로그램을 펜데레츠키 위주로 짠 이유에 대해 “그의 음악이 걸작이고, 동시대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류씨는 이미 국제적으로 촉망받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2006년 12월에 바르샤바 국제현대음악제의 위촉을 받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발표했고, 지난해 3월에는 폴란드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폴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로 <진혼 교향곡>을 발표했다. 또, 올 9월까지는 피아노 협주곡을 완성해야만 한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세계 초연을 위해 북독일 방송교향악단(NDR)과 유자 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발표한 <진혼 교향곡>이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 회장에게 헌정된 곡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2년 의뢰를 받은 이 작품을 그는 2003년 20분짜리 곡으로 완성했다가 6년여에 걸쳐 개작을 거듭해 50분 길이의 교향곡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3월 세계 초연 때에는 객석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의뢰를 받아 작곡에 착수했지만 정회장에게 매력을 못느꼈다면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작곡 동기를 밝혔다.

그의 <진혼 교향곡>은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함께 지난 4월30일 세계적인 음반사인 낙소스를 통해 전세계에 동시 발매되었다. 한국 현대음악 작곡가의 작품집이 세계적인 음반배급사에서 발매된 것은 재독 작곡가인 윤이상과 진은숙 정도이다. 그는 작곡가 진은숙에 대해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들어봤는데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제1회 국제음악제 기간 중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2회 음악제에서 초연될 창작곡을 이신우 교수(서울대 작곡가)에게 이미 위촉했다”라면서 벌써 확정된 2회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실력 있는 연주자의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그의 자신만만함이 내년 음악회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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