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수록 따뜻하게 먹어야 좋다
  • 석유선 (의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09.06.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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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질환, 한방으로 이기는 법

봄과 가을이 한층 짧아지고, 여름이 빨라지고 폭염 기간도 길어지면서 기력이 약해진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신체 피로감과 만성 피로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양기가 소진되고, 날씨가 무더워지면 인체 내부는 상대적으로 냉(冷)해진다고 본다. 이는 우리 몸의 기력을 관장하는 신장 기능이 허해지면서 생기는데, 신장이 약해지면서 체내 모든 원기가 피부 표면 위로 올라오면서 아토피나 열성 탈모 같은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양기(陽氣)의 근본은 신장에 있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보통 음식으로 허한 신양을 보하기 위한 보양(補陽)식 섭취를 권한다. 섭생과 건강을 위해 보양(保養)하는 것이 아니라 양기를 되찾는다는 뜻이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박재우 교수(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는 “몸이 냉한 느낌이 있고, 숨이 가쁘고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고 힘이 없으며 귀가 울리고 소변이 잦아지는 등 신장이 허한 증상이 생기면 보양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흔히 여름이 되면 찬 음료나 냉면 같은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한의학에서는 오히려 위장을 차게 만들어 체내 습열을 쌓이게 하고 원기가 더욱 허약하게 만든다고 본다. 여름철에는 소화기가 냉하고 약해진 상태이므로 찬 음식을 가급적 줄이고 자신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보양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닭과 인삼 등 양기를 북돋우는 한약재가 들어가는 ‘삼계탕’은 대표적인 따뜻한 성질의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여름철 체력이 떨어지면 삼계탕을 찾는 사람들이 늘지만 땀을 그다지 흘리지 않고 평소 몸에 열이 많아 인삼 등 열성 한약재에 부작용을 보인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대다수 보양식은 고열량·고단백질이어서 끈적한 노폐물의 축적, 혈액 순환 정체, 기의 정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지방간이 있는 환자는 자신의 체질과 질환에 맞게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비염이나 아토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다면 보양식과 더불어 온도와 습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은 코 점막과 피부를 자극해 증상을 심하게 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일부 한의사들은 여름철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땀 배출이 좋다며 ‘조금 덥게 사는 것’도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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