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살 축축한 습기는 피부에 ‘직격탄’
  • 석유선 (의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09.06.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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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상승으로 체온 조절하려다 실패할 경우 아토피·탈모·열사병 불러일으켜 주의해야

ⓒ시사저널 임준선

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 변화’로 우리 몸도 각종 질환에 쉽게 노출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현대인의 질환은 기후 변화로 인해 매년 그 양상을 달리하면서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평균 기온이 매년 1~2℃ 정도 오른다고 해서 뭐가 그리 건강에 나쁠까 싶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바람이 잘 통하는, 그래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식으로 체온 조절을 꾀한다. 이럴 때 피할 수 없는 것이 피부가 강한 태양 직사광선에 노출될 일이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즉, 기온 상승으로 우리 몸에 가장 직격탄을 맞는 부위는 바로 ‘피부’이다.

피부는 인간이 가진 신체 부위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만큼 날씨 변화에 민감하다. 피부가 땀 배출 등을 통해 체내 온도 조절 및 수분 조절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고온’에 ‘다습’한 날씨가 겹치면서 이 조절 기능을 맡고 있는 피부는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지면서 질환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다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습진과 접촉성 피부염에 걸릴 확률이 커진다. 이런 증상은 과거에도 여름철에 흔히 발생했지만 때 이른 더위와 함께 여름이 길어지면서 요즘에는 사시사철 가리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땀 배출이 많아지면서 곰팡이질환인 무좀과 사타구니에 쉽게 생기는 완선질환자도 늘고 있다.

홍창권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에 가장 민감한 부위가 바로 피부이다. 더운 날씨와 강한 햇볕에 따른 자극으로 일사광선 피부염, 다형광 발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아토피도 대표적인 기후 변화 질환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체내 온도·수분 조절에 핵심적 역할 맡아

두피도 기후 변화에 민감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낭에 땀이 많이 차게 되면서 불순물이 구멍을 막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서 세균이 번식하게 되고 이는 염증으로 변해 ‘모낭염’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이 심하면 탈모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방에서도 탈모를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해지는 질환의 하나로 본다. 탈모전문 발머스한의원 홍정애 박사는 “지구 온난화, 그로 인해 균형이 파괴된 식품의 섭취, 지속된 무더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탈모를 일으킨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열성 탈모’라 부르는데 이는 신장이 약해지면서 머리에 화기(火氣)가 올라 일종의 사막화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주로 아이들 환자가 많았던 아토피가 최근 들어 전 연령층에서 창궐하는 것도 기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아토피 전문 아토윌한의원 양성완 원장은 “구체적인 논문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임상 환자들을 진료한 결과 아토피질환과 온난화 등 기후 변화의 상관성은 크다”라고 말한다. 아토피 증세가 약했던 환자들도 고온 다습해지면 피부 염증이 활성화되면서 더 심해진다. 또,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의 활동성은 습하고 더운 날씨에 더 강해진다. 아토피가 없던 사람들도 습하고 더운 날씨에는 이런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서인지 아토피를 호소한다. 양원장은 “날씨가 더워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불어 습해지는 것이 더 문제이다. 이로 인해 곰팡이와 알레르기, 습진이 심해져 아토피가 생기게 되고 이산화탄소, 자동차 배기가스 등 환경 공해에 따른 아토피 발생률의 상관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혹서(酷暑)는 대표적인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 영향으로, 약하게는 땀띠에서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열사병까지 일으킬 수 있다. 열사병은 장시간 더운 환경에 노출됨으로써 열 방출 기능이 파탄되어 심부 체온이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즉, 땀샘의 지나친 발한으로 피로해지고 중추성 발한기전이 마비되어 더 이상 체온 방출이 안 되어 심각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권호장 단국대의료원 환경보건센터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혹서가 유발한 건강 피해는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특히 노인층에서 희생자가 늘어날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식중독도 시기를 안 가리고 발생하는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정부 차원의 건강 피해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더울수록 따뜻하게 먹어야 좋다

무더위 질환, 한방으로 이기는 법

 


봄과 가을이 한층 짧아지고, 여름이 빨라지고 폭염 기간도 길어지면서 기력이 약해진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신체 피로감과 만성 피로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양기가 소진되고, 날씨가 무더워지면 인체 내부는 상대적으로 냉(冷)해진다고 본다. 이는 우리 몸의 기력을 관장하는 신장 기능이 허해지면서 생기는데, 신장이 약해지면서 체내 모든 원기가 피부 표면 위로 올라오면서 아토피나 열성 탈모 같은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양기(陽氣)의 근본은 신장에 있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보통 음식으로 허한 신양을 보하기 위한 보양(補陽)식 섭취를 권한다. 섭생과 건강을 위해 보양(保養)하는 것이 아니라 양기를 되찾는다는 뜻이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박재우 교수(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는 “몸이 냉한 느낌이 있고, 숨이 가쁘고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고 힘이 없으며 귀가 울리고 소변이 잦아지는 등 신장이 허한 증상이 생기면 보양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흔히 여름이 되면 찬 음료나 냉면 같은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한의학에서는 오히려 위장을 차게 만들어 체내 습열을 쌓이게 하고 원기가 더욱 허약하게 만든다고 본다. 여름철에는 소화기가 냉하고 약해진 상태이므로 찬 음식을 가급적 줄이고 자신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보양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닭과 인삼 등 양기를 북돋우는 한약재가 들어가는 ‘삼계탕’은 대표적인 따뜻한 성질의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여름철 체력이 떨어지면 삼계탕을 찾는 사람들이 늘지만 땀을 그다지 흘리지 않고 평소 몸에 열이 많아 인삼 등 열성 한약재에 부작용을 보인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대다수 보양식은 고열량·고단백질이어서 끈적한 노폐물의 축적, 혈액 순환 정체, 기의 정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지방간이 있는 환자는 자신의 체질과 질환에 맞게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비염이나 아토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다면 보양식과 더불어 온도와 습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은 코 점막과 피부를 자극해 증상을 심하게 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일부 한의사들은 여름철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땀 배출이 좋다며 ‘조금 덥게 사는 것’도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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