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안 메고 떠나는 사람들
  •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 ()
  • 승인 2009.07.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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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 속에서 클래식 선율 즐기는 음악 피서…세계적인 음악가 만나볼 기회도

▲ 대관령 국제음악제.


‘음악 피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올여름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클래식의 선율이 어우러진 음악 축제가 국내 곳곳에서 열려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평소 여유가 없어 공연장을 찾기 힘들었던 이들에게는 즐거움과 유익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음악 피서가 제격이다.

여름 음악 축제의 대표주자, 대관령 국제음악제

국내 여름 음악 축제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은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강원도 평창군 용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명교수 강효를 음악감독으로 하고 정교한 앙상블로 유명한 세종솔로이스츠가 상주단체로 활동하는 대관령 국제음악제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면서 더욱 폭넓은 관객층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축제는 7월22일부터 8월14일까지 계속되는데, 특별히 올해는 ‘이름에 무슨 의미가?’라는 색다른 주제로 진행되어 흥미를 끌고 있다.

잘 알려진 클래식 명곡 가운데는 ‘전원’ ‘놀람’ 같이 특별한 표제가 붙어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번 음악제 기간 중에는 특히 <사랑의 인사> <브라질 풍의 바흐> 등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작품들이 소개되어 음악에서 표제의 의미를 찾아보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다.

해마다 대관령 국제음악제 기간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저명 연주가 시리즈’로, 평소 공연 무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올해는 미국인 최초로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화제를 모았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엘마 올리베이라와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비올리스트 노부코 이마이의 내한 공연이 특히 주목된다.
대관령 국제음악제 공연의 대부분은 용평리조트 내 눈마을홀에서 이루어지는데, 무대가 넓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작은 편성의 실내악곡들이 연주된다. 이번 음악제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영화 <와호장룡>의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탄둔의 ‘고스트오페라’로,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같은 서양악기에 비파가 더해진 특수 편성을 갖춘 독특한 실내악곡이다. 탄둔은 2년 전 대관령 국제음악제에서도 타악기 앙상블을 위한 작품을 발표해 호평을 받은 만큼 이번 무대에서 그의 작품이 특별히 기대되고 있다.

그밖에 소프라노 유현아의 협연으로 이루어지는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제5번과 마우리치오 카겔의 <세 연주자를 위한 대결>, 얼킴의 <소프라노와 현악을 위한 세 개의 프랑스 시> 등 참신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대관령 국제음악제는 매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 서두르지 않으면 공연 티켓을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티켓을 미처 예매하지 못한 관객들도 공연장 밖 야외 스크린으로 공연 영상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단위 관객들이 즐겨 찾는 음악제이기도 하다.

금난새와 무주 차이코프스키페스티벌

▲ 무주 차이코프스키페스티벌.

전라북도 무주에서 열리는 무주 차이코프스키페스티벌 역시 눈여겨볼 만한 여름 축제이다. 해마다 지휘자 금난새를 중심으로 열리는 무주 음악페스티벌이 올해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으로 꾸며져 관심을 모은다. 풍부한 감정 표현과 애수 띤 선율로 특히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누구에게나 호소력 있게 다가간다. 

축제 첫날인 7월30일에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감정이 표현된 교향곡 제4번이 금난새가 지휘하는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소개되고, 31일에는 예술의전당 공연 예술감독 홍승찬의 해설로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을 영상으로 만나보는 시간이 이어진다. 축제 마지막 날인 8월1일에는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등 차이코프스키의 대표적인 명곡들이 야외 무대에서 연주되는 특별한 순서도 마련된다.

출연진의 면모도 화려하다. 일찍이 해설이 있는 콘서트로 클래식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지휘자 금난새의 지휘와, 2004년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란트 상을 수상한 젊은 첼리스트 클랜시 뉴먼의 첼로 협연, 그리고 ‘제2의 정경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브라이언 수츠 등 정상급 음악가들이 출연하는 만큼 이번 차이코프스키페스티벌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심 속 피서, 예술의전당 음악 축제

사정상 멀리 떠날 여유가 없다면, 도심 속의 음악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예술의전당 ‘여름 음악 축제’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관현악 위주의 ‘베스트 클래식’과 실내악이 연주되는 ‘여름 실내악’으로 이루어진 예술의전당 여름 음악 축제는 해설이 곁들여진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여름 청소년과 일반인 모두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여름 축제이다. 올해 8월1일부터 8월16일까지 각각 6회로 구성된 ‘베스트 클래식’과 ‘여름 실내악’에는 작곡가별로 체계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과 다양하게 편성된 작품들이 소개된다.

콘서트홀에서 8월의 첫 3주간 주말에 열리는 ‘베스트 클래식’에서는 쇼스타코비치, 시벨리우스, 드보르작,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등 러시아와 동북 유럽 작곡가들의 감각적이고 웅장한 관현악곡이 준비되어 있다. 러시아 작곡가들은 특히 관현악의 화려한 색채 표현에 뛰어나고,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작곡에 능해서 이번 베스트 클래식 무대는 좀더 화사하고 흥미진진한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베스트 클래식 시리즈는 친숙한 방송인인 유정아씨가 진행해 친근감을 더할 것이다.

‘베스트 클래식’ 시리즈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공연으로는 8월의 세 번째 주말을 장식하는 8월15일과 16일 공연으로, 15일에는 실력파 지휘자 박태영이 지휘하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곡가 드보르작의 대표적인 명곡들이 소개된다. 응원가의 선율로 사용될 정도로 유명한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과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 등 귀에 익은 명곡들을 웅장한 관현악 연주로 체험하고 싶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공연이다. 또한, 멜랑콜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 등이 연주되는 16일 공연 역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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