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인 대열에 딸·미망인도 한 자리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09.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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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아래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 ⓒ시사저널 임영무

재계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2005년께부터 여성 부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재벌의 창업주가 사망하고 지주회사화하면서 딸이나 미망인이 지분을 상속받고 대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이 그룹 회장인 곳으로는 현대그룹(현정은 회장)과 대신증권(이어룡 회장), 한진해운(최은영 회장) 등이 있다.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문화가 팽배한 재계에 변화라도 있는 것일까.

‘변화가 없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이들의 공통점이 모두 2세 경영인의 미망인이라는 점이다. 3세가 아직 어려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동안 공백을 메워주는 구원투수로 나섰기 때문이다.
‘변화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재계에서도 최근 들어 딸이나 미망인이 명예직이 아닌 직접 경영에 나선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정은 회장은 실무에 직접 개입하는 회장으로 분류된다. 또, 삼성가의 2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명실상부하게 신세계그룹의 오너 회장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나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들의 고모인 이명희 회장이라는 롤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딸만 있는 재벌가에서 후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딸만 둘을 두었던 동양그룹 이양구 회장은 큰사위(현재현)와 작은사위(담철곤)에게 그룹의 대권을 나눠서 넘겼다. 1980년대의 일이었다. 승계가 임박했지만 딸만 후사로 둔 재벌 오너로는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태평양그룹 서경배 회장,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등을 들 수 있다. 재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딸만 둘을 두었다. 그룹의 후계를 염두에 둔 탓인지 몰라도 구회장은 조카인 구광모씨를 아들로 입적시켰다. 반면, 대상그룹 임명예회장은 차녀인 임상민씨를 대상그룹의 최대 주주로 만들었다. 태평양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민정씨는 아직 미성년자(18세)이지만 보유 주식의 시가 평가액만 2백억원에 육박하는 확실한 후계자이다. 임상민씨나 서민정씨는 동양그룹의 상속녀였지만, 대외 활동과 그룹 경영을 남편에게 맡겼던 이혜경-이화경 자매와는 다를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모녀지간에 그룹 총수직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첫 사례로 꼽히는 경우는 현대그룹이다. 현정은 회장이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동행하는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현회장의 큰딸로 전문경영인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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