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기본’을 누가 왜곡하나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9.09.08 16: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식’을 기준으로 현대 사회와 개인을 진단한 인문 교양서…상식 세울 희망의 근거들도 제시해

 

최근 지휘자 수업까지 받으며 세계적 음악가로 우뚝 선 첼리스트 장한나씨가 한 방송사의 아침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녀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녀가 철학을 전공하는 것을 두고,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상식 밖’이라는 듯 놀라워 이것저것 테스트하듯 질문했다.

장씨가 철학을 전공한 것은, 사람들이 상식이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깨부수고 스스로 상식을 지키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음악이란 일부 가진 자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며 어려운 이웃이라면 무료로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지휘를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섬기는 지휘자’가 되어보고자 함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연주자들이 편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만 보아도 그녀는 ‘상식 밖의 세계적인 음악가’가 아니라 상식을 지키려 애쓰는 개인으로 비쳤다. 상식을 깨우쳤기에 방송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을 두고 감동을 받아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상식보다 몰상식이, 순리보다 억지가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상식의 정의가 터무니없이 왜곡되어 있어서 ‘상식 밖’이라고 말하는 일이 진정 상식임을 깨달았을 때 감동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법과 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차병직 변호사는 <상식의 힘>을 펴내면서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상식의 힘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은 요원하기만 하다”라고 탄식했다.

상식은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인 판단에 의해 정해진, 한 사회가 반드시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고귀한 가치이다. 그런 가치가 무너지고 몰상식이 활개 치는 사회공동체는 쇠락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난폭한 운전자의 바퀴 밑에 깔린 교통 상식의 운명처럼, 점점 상식이 아닌 것이 상식인 양 행세해 결국 상식의 가치가 소멸되어가고 있다”라며 우리 사회의 위기를 경고했다.

저자는 일기예보, 스포츠, 음식, 교통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상식에서부터 문화예술, 경제, 법, 학문 연구의 자유 같은 거시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경우에서 진정 상식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조목조목 따졌다. 왜 상식의 힘에 의해 사회가 작동되어야 하는지를 밝히는 저자는, 상식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이므로 상식을  복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책은 상식을 기준으로 사회를 진단하기도 하지만, 개개인에게 자기 반성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사회에서 상식의 복원이 가능하려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시민의 행동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낙천적 냉소주의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그렇게 왜곡된  상식이 판을 치는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면서도, 상식을 세울 희망의 근거들도 발견하려 애썼다.

저자는 “기존의 상식을 바꾸어 새로운 상식을 창조하고 싶은 욕망은 매력적이지만,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내는 일은 언제나 기존의 상식을 전제로 한다. 내일의 상식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것이라 해도) 오늘의 상식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