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나 사나 우리는 가족이야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9.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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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게이 요리사에게 10년 만에 찾아온 아들과 딸…미운 정이 고운 정 되다

▲ 감독 | 나초 G. 베일라 / 주연 | 하비에르 카마라, 롤라 두에냐스


명품 레스토랑을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7년 동안 한 번도 식당을 비워본 적이 없는 게이 요리사 막시(하비에르 카마라 분)에게 어느 날 아들과 딸이 찾아온다.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 결혼했던 전 부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양육을 맡게 된 것이다. 막시는 딸이 태어나기 전 남자와 바람을 피워 이혼을 한 이후에 전 부인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 찾아간 적이 없을 정도로 가족에게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자유롭던 그의 삶이 복잡해진다.

<산타렐라 패밀리(Furea de Carta)>는 스페인에서 온 가족 영화이다. 극단적인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 스페인 영화답게 게이 아버지에 식당 매니저로 있는 여자 동료와 미남 축구코치 간의 삼각관계까지 등장시키지만 훈훈한 가족 영화로서의 미덕을 잃지는 않는다. 수입사에서 ‘주방장의 특별 요리’라는 의미를 가진 원제 대신 식당 이름을 차용해 가족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은 이런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두 가족 관계가 중심축을 이루며 전개된다. 첫째는 자녀가 등장하면서 어색한 관계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막시의 가족이다. 막시에게 끈끈한 가족의 정은 의미가 없다. 자녀들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도 없고, 시골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가 본 지도 오래다. 그들도 마찬가지다. 아들은 자신을 버린 게이 아버지를 혐오하고, 부모님은 아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 게이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티격태격 부딪히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가족을 형성해간다. 둘째는 고용인과 종업원을 넘어 실제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산타렐라’ 레스토랑 사람들이다. 이들은 <미쉐린 가이드>(저명한 레스토랑 가이드북) 별점을 받는다는 막시의 꿈을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인다. 막시도 재료비와 인건비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식당 가족들을 내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캐릭터 구성과 애정 관계를 보면 언뜻 막장 드라마가 연상된다. 극단적인 관계 속에 현실성 없는 전개를 밀어붙이다가, 결국 한 방에 갈등을 해소하고 훈훈한 결말을 이끌어내는 일련의 국내 드라마들 말이다. <산타렐라 패밀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민과 행동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가족 드라마답게 화해로 마무리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과정은 급작스럽지도 말끔하지도 않다. 미운 정, 고운 정이 공존하는 보통 가족의 모습이다. 9월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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