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와 무사의 지루한 사랑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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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시대극·감각적인 액션 기대 무너뜨린 2시간…우포늪의 풍광이 아까워

▲ 감독 | 김용균 / 주연 | 조승우, 수애, 천호진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추석 영화가의 기대작이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하는 조승우와 한복이 잘 어울리는 수애가 주연을 맡았고, 제작비도 95억원이나 투입되었다. 가슴 아픈 역사로 기억되는 명성황후를 소재로 하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소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는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멜로, 시대극, 감각적인 액션 등 기대를 갖게 했던 요소들이 짜임새 없이 전개되면서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리듬과 하모니를 만들어내지 못한 음악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는 일이 그렇듯, 불협화음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일이 즐거울 리 없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은 명성황후 ‘민자영(수애 분)’과 무사 ‘무명(조승우 분)’의 사랑이다.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만남에 공감이 가지 않으면 이어지는 선택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꽤 긴 시간을 두 사람의 첫 만남에 할애한다. 가장 강렬해야 할 장면이지만 영화는 이 대목에서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한다. 조승우는 극 중 가장 어색한 연기를 선보이고, 수애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책 읽기 모드에 들어간다. 유네스코 보호지역인 우포늪의 아름다운 풍광이 무색할 정도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시대극으로서도 아쉬운 면모를 보인다.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단편적인 에피소드만 나열된다.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에 들어가야 할 부족한 설명은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채워나간다. 극 중 상황이 사건과 대사, 영상이 아니라 제3자의 설명으로 이루어진다면 극영화로서는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멜로와 시대극에 지쳐갈 때쯤 영화는 사이사이 액션 장면을 등장시킨다.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요소이지만 아쉬움도 많다. ‘무명’과 대원군 호위무사 ‘뇌전(최재웅 분)’ 간의 일대일 대결은, 두 인물의 클로즈업과 CG로 만든 배경을 사용한 영상이 감각적이지만 신선하지는 않다. 지난해 개봉한 <1724 기방난동사건>, 그 이전에는 홍콩 영화 <중화영웅> <결전> 등에서 이미 사용된 바 있고 이마저 국내 관객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9월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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